장애인도 극장 가서 소리로 글자로 영화 맘껏 즐겨요

서준석 2017. 5. 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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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정 ‘배리어프리’ 대표, 맞춤 콘텐트 배급
시청각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는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 김수정대표. 위원회는 매년 한 차례 배리어프리영화제를 열고 있다. [김춘식 기자]
김수정(47)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 대표는 장애인도 감상할 수 있는 영화 콘텐트를 만든다. 작품성 높은 영화를 골라 음성 내레이션과 한글 자막을 붙인 뒤 장애인 시설에 배급하거나 상영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다. 영화에 자막이나 음성 해설을 붙이는 기관이나 회사는 여럿 있지만 이를 전국 곳곳에 배급하는 업체는 김 대표의 회사가 유일하다. 지난 7년간 복지관·구청·학교 등 353곳에서 2만6342명의 장애인과 그 가족이 위원회가 ‘가공한’ 영화를 관람했다.

그는 ‘시네마 키즈’였다. 고향 대구에서 자랄 때 아버지의 친구가 매니저로 있던 대구극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과학교육을 전공했지만 결국 졸업 후 동국대 영화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당시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다. 이후 그는 15년간 영화인으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대학원 졸업 후 한국 예술영화관의 시초인 ‘코아아트홀’의 매니저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0년 일본 규슈에서 열린 ‘사가 배리어프리 영화제’에 참석한 김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섞여 영화를 보는 장면을 보면서 한국 장애인 영화제의 열악한 환경을 떠올렸다.

“2000년대 초반쯤이었을 거예요. 자막 글자가 삐뚤삐뚤하고 배우의 입 모양과 목소리가 안 맞는데도 마치 첫 소풍을 나온 아이들처럼 장애인들의 표정이 환하더라고요.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봤던 거예요.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영화인으로서 장애인에게 참 죄송스러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11년 지금의 위원회를 차렸다. 매년 11월 장애인을 위한 영화제를 열어 왔다. 영화제에서는 3~4일간 30~4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다. 지난해에는 3000명의 관객이 찾았다. 영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는 게 영화제의 취지다. “영화에는 배경이 되는 시대의 문화적 코드가 녹아 있는데 그걸 알지 못하면 장애인은 문화적으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배리어프리 위원회는 인건비 일부를 제외하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 법인이다.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의 46㎡(14평) 넓이 원룸 사무실에서 6명의 직원이 꾸려 간다. 컴퓨터 몇 대와 책상 몇 대가 위원회 살림살이의 전부다. 외부 도움 없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 하는 게 목표다. 다행히 사업 취지에 공감한 연예인들의 재능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이요원씨가 7시간 넘는 화면해설 녹음 작업에 참여했다. 변요한ㆍ이연희 씨도 올해내 이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굳이 장애인들이 극장까지 와서 영화를 봐야 해?” “장애인도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그때마다 매해 영화제에 참석해 끼니도 잊은 채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장애인 관객을 떠올린다. “ 넷플릭스 같은 외국 대기업은 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VOD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 환경을 한국에서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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