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했던 롯데 오승택, kt 오태곤은 다를까

안희수 2017. 4. 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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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안희수]
새 출발을 다짐하며 개명 배경을 설명하던 얼굴엔 설렘까지 엿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날 느낀 감정을 훗날 되돌아보면서 웃을 수 있을까. 롯데를 떠나 kt로 향하는 오태곤(26) 얘기다.

롯데 구단은 지난 18일 사직 구장에서 열린 NC전을 마치고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kt 위즈의 투수 장시환과 김건국을 영입하고 내야수 오태곤과 투수 배제성를 내어주는 2 대 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했다. kt는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소화하면서도 공격력을 갖춘 내야수를 영입했다. 오태곤은 아직 20대 젊은 선수다. 롯데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펜 난조 극복을 도모한다. 장시환은 마무리투수 경험도 있다.

롯데는 큰 결단을 내렸다. 미래 타선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내줬다. 오태곤은 타격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박빙 상황에서 종종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붙박이로 내세우면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로 인정받았다. 불펜 강화라는 숙원 사업을 해결해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는 어떨까. 당연히 18일 경기를 치르는 동안은 자신의 트레이드가 결정된 지 몰랐다. 실망감이 컸다. 라커룸을 빠져나오던 강민호는 "(오)승택이가 울음바다다. 내 마음도 안 좋다.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부산에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오태곤의 심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초, 중, 고교를 나온 오태곤이지만 2011년부터 부산 사나이가 됐다. 그에게 롯데는 절친한 고교 동창 심규범과 프로 무대에 도전할 수 있던 팀, 강민호·황재균·정훈 등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들에게 배움을 얻을 수 있던 팀이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선수였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제는 나도 더 물러설 곳이 없다"며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롯데 오승택은 불운했다. 데뷔 시즌부터 부상을 당해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5년 타격에서 잠재력을 드러내며 주전으로 낙점됐지만, 2016년 시즌 네 번째 경기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왼 정강이 분쇄 골절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전반기를 통째로 결장했다. 부보님이 마뜩잖아했던 개명도 건강한 몸을 염원하며 하게 됐다.

"이제 찜찜한 마음은 사라졌다"며 새 각오를 다졌던 오태곤이다. 하지만 이젠 롯데 선수가 아닌 kt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불운했던 지난 시간도 털어내야 한다.

기회는 열려 있다. kt의 핫코너는 지난 2년 동안 외인 타자가 지켰다. 지금은 4년 후배 심우준이 지키고 있다. 공·수에서 성장세를 보였기에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 기회를 더 많이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레이드 메인 카드인만큼 '즉시 전력'으로 기대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전 유격수도 노려볼만하다.

어떤 선수나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에 충격을 받는다.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단 자신이 새 팀에서 시작하게 된 것을 자각해야한다. '필요 없어서 버려졌다'가 아닌, '필요해서 선택됐다'고 생각해야한다. 유독 불운했던 지난 날은 잊고, kt 오태곤은 부상 없이 제 기량을 발휘해야 한다. 프로야구 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이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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