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빠르게 얼린 건강한 배아, 자궁 착상 잘될 때 이식 .. 임신 성공률↑
5일 된 배아 여럿 만들어 냉동
영하 196도서 생존해 건강
일반적으로 여성은 22세부터 임신 능력이 천천히 감소하다 35세를 기준으로 급감하기 시작한다. 권황 교수는 “분당차병원에서 난임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환자의 35%가량이 40세 이상 고령 여성”이라고 말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킨 뒤 배아를 3~5일 배양해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배아가 자궁내막에 자리 잡고 착상되면 임신 성공이다. 이때 착상 확률을 높이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로 수정된 배아 중 최상의 배아를 골라내야 한다는 것, 둘째로 배아가 자궁내막에 잘 착상할 수 있도록 최적의 시기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 주기에 따라 조직에 변화가 생긴다. 배란기일 때 두꺼워졌다가 생리를 시작하면 얇아진다.
채취한 난자는 시험관에서 정자와 수정시킨다. 수정된 세포(수정란)는 분열하기 시작하는데, 이 세포를 배아라고 한다. 배아를 얼리지 않고 실온에서 보관한 배아가 ‘신선 배아’다. ‘신선 배아’ 이식법은 배아를 배양기에서 3일간 배양한 뒤 여성의 자궁에 이식한다. 그런데 과배란을 유도하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과도하게 상승해 자궁내막의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이럴 경우 배아를 이식하는 데 적합한 착상 가능 시기를 넘길 수 있다.
‘모든 배아 동결’ 방식은 과배란을 유도한 여성에게서 난자를 채취한 뒤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드는 과정까지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들을 5일간 배양한 뒤 모두 얼린다. 무려 영하 196도까지 순간적으로 얼려 냉동 보관한다. 급속 동결 방식으로 배아를 얼리면 5일 된 배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이렇게 하면 여성의 자궁이 회복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고, 생존력 강한 배아를 골라낼 수 있다. 권 교수는 “기존 저속 냉동 방식으로는 배아 생존률이 60% 정도였지만 최신 급속 냉동 방식(유리화 냉동)으로는 80~90%까지 높다”며 “급속 냉동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배아를 선택하기 때문에 더 건강한 배아를 선택할 수 있어 조산·유산 위험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 ‘모든 배아 동결’ 방식 임신 잘돼 ‘모든 배아 동결’ 방식을 적용하면 여성에게 과배란 유도제를 투여하고 난 후 다다음달 착상 최적기에 배아를 이식할 수 있다. 자연배란주기의 경우 배란 5일 후에, 에스트로겐으로 자궁내막을 키운 경우 자궁내막 두께가 8㎜ 이상일 때 냉동 배아를 실온까지 빠르게 녹여 자궁내막에 이식한다.
이렇게 배아를 얼렸다 여성의 다음 주기에 맞춰 녹여 이식하는 시술법이 신선 배아를 이식할 때보다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연구다.
권 교수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3회 이상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했지만 임신에 실패한 여성 4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엔 신선 배아 이식법을, 다른 한 그룹엔 모든 배아 동결 방식을 실시했다. 혈액검사 결과 신선 배아를 이식한 그룹(26명)에서는 11.5%(3명)가 임신에 성공했지만 모든 배아 동결 방식을 시도한 그룹(22명)은 무려 40.9%(9명)가 임신에 성공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로 3회 이상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하는 여성은 모든 배아 동결 방식으로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배아를 5일간 배양해 동결 보존한 후 다음 주기에서 해동해 이식하면 과배란 유도에 따른 자궁내막의 변화를 막아 자궁내막과 배아의 착상 시기를 일치시킬 수 있다. 권 교수는 “일반적인 동결 배아 이식법은 신선 배아를 사용하고 남은 배아를 3일간 배양한 뒤 얼리지만 모든 배아를 5일간 배양해 얼려 보관하면 더 건강한 배아를 이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배아 동결 방식의 회당 비용은 신선 배아 이식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다. 권 교수는 “반복된 착상 실패로 신체·정신적 고통이 큰 경우 신선 배아 이식을 두세 번 시도하는 것보다 모든 배아 동결 방식을 1회 시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올 9~10월께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본인 부담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진료 문의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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