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까지 들어간 배우 남궁민 인터뷰
고여 있지 않는 배우 되겠다는 남궁민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12/joongang/20170412124223677blow.jpg)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김성룡'을 연기할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우선 첫 이미지는 "드라마에선 피부가 하얬는데, 혈색이 안 좋으시네"였습니다. 얼굴이 어두웠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하기에는 정말 좋은 인터뷰이였습니다. 말이 느렸기 때문입니다. 짧은 질문에도 5분 이상 길게 답변했고, 한마디도 쉽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뒤 찍어누르듯 천천히 말했습니다. 1초에 3음절 정도의 속도였습니다. 인터뷰 기사(12일 자 중앙일보 23면)를 쓰면서는 지면의 제약 때문에 많이 추려내야 했습니다. 아쉬움을 달래려 남궁민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도록 인터뷰 전문을 싣습니다.
Q : 드라마를 끝낸 심경이 어떤가.
A : 보는 사람마다 혈색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괜찮으냐고 물어보더라. 지난해 12월부터 하루도 못 쉬었는데, 지금은 일단 그동안 못 잔 잠을 자고 있다. 자도 자도 계속 졸린다. 술을 즐기는 편인데, 드라마 끝나면 술도 마시고 그래야지 했는데 술 생각도 안 나더라. 그동안 목디스크가 심하게 있어서 운동을 해왔는데 그걸 못했다. 그래서 못했던 운동도 하고 있다. 이런 거에 주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아, 그리고 그동안 나온 영화들도 쭉 훑어보고 있다.
Q : 2015년에 악역으로, 그리고 지난해 '미녀 공심이'에 이어 이번에는 '김과장'으로 코미디 연기 변신을 했다. 악역 연기와 코미디 연기, 각각 무엇이 힘들었나.(※설명: '로맨틱 가이' 역할만 주로 해왔던 남궁민은 2015년 '냄새를 보는 소녀', '리멤버 아들의 전쟁'으로 악역 변신에 성공했다.)
A : 사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을 할 때는, 음.(남궁민은 인터뷰 중 수시로 '음', '아'하며 생각에 빠졌다.) 초반에 항상 짚어가는거지만, 캐릭터에 들어가는 과정이 힘들다. 어떤 드라마나 마찬가진다. 코미디 장르를 할때는, 또 이번이 연속적으로 나온 코미디라, 사람들을 웃겨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서 '리멤버'의 악역을 할 때보다 이번 코미디가 훨씬 힘들었다. 씬 바이 씬으로 웃겨야되는 것들도 있고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저하되면 그런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니까. 특히 '김성룡'은 저랑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서, 나한테서 갖고 온 거라기 보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느낌을 많이 가지고 온거라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남궁민의 리액션이 나오게 되는데 그런 건 또 지양해야 되니까 말이다. -(※설명: '김과장' 속 '김성룡'은 군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회계를 담당하던 '양아치' 경리직원이다. 그랬던 김성룡이 TQ그룹의 경리과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의 부정과 맞서 싸우게 된다. 김성룡은 상대방이 누구든 깐족대며 할 말을 다 하고, 얘기할 때도 정신 없이 움직이며 손짓 발짓 역동적으로 대화한다.)
Q : 굉장히 힘든 촬영이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힘을 낼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느냐. 시청률 말고.
A : 이번 작품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사실은 전 작품, 전전 작품을 통해서 '연기적으로 좋은 쪽으로, 완성형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느끼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잘하나 우쭐할 수 있는 시기에 와 있었다.('우쭐'이라고 말할 때 남궁민은 어깨를 들어보였다.) 이번 드라마에 대해 많은 분들이 호평을 해주시고, 화면에서 논다, 너무 흥이나서 한다고 칭찬해주셨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기적으로 많이 부족하구나' 많이 느꼈다. 제가 옛날에는 '꺼낼 수 있는 카드들이 되게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감정을 표현할 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그런데 이번에는 '내게 그렇게 다양한 카드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작품 하면서 내내 '너무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너무 감사하고 좋은 게, 스스로 연기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게 된 작품인 것 같아서, 이 작품을 끝내고 '어 나 잘하는데?'가 아니라 '아 나 되게 부족한데, 어떻게하면 더 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 것, 그거다.
Q : 이번 작품의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12/joongang/20170412080137476tjgl.jpg)
Q : 드라마 속에서 '김성룡'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 일단 캐릭터를 처음 생각할 때 목소리를 생각했다. 제 목소리가 저음이라, 하이톤을 쓰면서 성대를 쪼아봤다. '어 윤대리~ 무슨 말이에요?' 이렇게. 제가 봐도 너무 빨리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빨리 얘기했다. 의상, 헤어 컨셉도 내가 잡았는데 얼굴 표정 많이 보이려고 이마가 보이는 짧은 머리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머리 색깔은 회사 들어오고 나서는 원래 검정으로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못 했다. 처음에 머리 색깔도 정말 시골에서 할 것 같은 노란 색깔을 찾으라고 했다. 외모적으로는 내가 봐도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였다(웃음). 옷은, 강남역 쪽에 가면 만 원에 몇 개씩 파는 구제 집이 있다. 거기 가니 모피 코트 하나에 4~5만원씩 하더라. 그거 한 다섯개 샀다. 혹시 '김과장'에서 나온 노란색 자켓 봤느냐? 그것도 제가 구제매장 가서 산 거다. 하나에 만원도 안 한다. 노란색 컨버스화도 제가 따로 부산에 있는 아는 사람 통해서 받은 거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다 만들어나갔다. 외적 캐릭터를 잡을 때는, 한국사람은 보통 서서 얘기할 때 호주머니에 손 넣고 얘기하거나 손발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이나믹하게 하기 위해 마치 외국사람인 것처럼 얼굴도 많이 만지고 손도 많이 움직이고 움직임을 극대화했다. 그전까지는 안면근육 많이 사용하는 연기 스타일을 지양했다. 눈빛 연기를 할 때도 눈썹을 이용하는 것보다 눈빛만 가지고 연기하려고 했는데, 김과장은 굉장히 표정을 다양하게 바꾸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Q : 경쟁드라마가 배우 이영애의 '사임당 빛의 일기'였다. 불안감 없었냐.
A : 물론 상대 드라마가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 최근 '리멤버' 할 때는 "누구랑 캐릭터가 비슷한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겠느냐" 질문 받기도 했다. 그런데 해보니까 스스로 드라마 집중하면 드라마가 잘 되는데, 남의 것을 의식하는 순간 잘 안 되더라. 캐릭터도 제가 전에 했던거라 의식하고 다르게 하려고 하면 산으로 가는 것 같고, 오히려 이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면 그만큼 시너지가 생긴 것 같다. 상대 프로를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저희 작품에 집중했고 저희 작품에 빠져서 살았다. 자신은 물론 있었다. 출연 결정하고 작가님 감독님 처음 만나서 새벽까지 했던 말이, 저는 작품이 이 정도 되는 대본이니까 이게 안 되면 감독님과 내 탓이다라고 했다. 아 제가 "이영애 선배님 복귀작이고, 200억원 제작비가 들었다지만 하나도 겁 안 났습니다"라고 말해야지 기사가 자극적으로 나갈텐데 미안하다(웃음).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12/joongang/20170412124224095qvjy.jpg)
Q : 시청자들이 '김과장'을 보면서 호응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A : 재밌지 않느냐. 잠깐 봐도 웃을 수 있지 않느냐. 여러가지 스토리들을 쭉 깔아놔 앞 편을 못봤다고 해서 다음 이야기가 이해 안 가는 게 없었다. 시국이 이래서 답답해한 것도 있었고, 그리고 김과장을 '사이다 드라마'라고 하지 않느냐. 식상할 법도 하지만 그게 인기의 요인이 아니었을까. 김과장에서 김성룡이 항상 어떤 위기에 처하든 다 이겨내는데 불사조인 것 같다. 시청자들이 아무리 김성룡이 죽을 위기에 처해도 안 죽을지 알더라. 그래서 매번 사이다 엔딩을 맡아 해왔다. 또 한가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20회 동안 엔딩에 한 번도 안 잡힌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 10회 넘어가니까 엔딩을 좀 더 잘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엔딩에 대한 부담감. 이번엔 어떤 표정을 지어야지? 이런 느낌.
Q : 실제 남궁민과 '김성룡'이 많이 다르다고 했는데 무엇이 다른가.
A : 생각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김성룡은 생각하는 게 '또라이'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적극적이지 않고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되게 신중하다. 두번째로 말하는 스피드가 굉장히 다르다. 저는 그렇게 말을 빨리 못한다. 가장 많이 다른 부분은 그 뻔뻔함? 저는 그렇게 뻔뻔하지 않다.그런데 이제는 조금 비슷해진 것도 같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어떤 식으로 해야될 지를 계산하고, 생각하고, 캐릭터를 구상했는데, 지금은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의 제스처가 나오는 걸로 봐서 조금 비슷해진 것 같다. 여태 맡은 캐릭터 중에선 실제 저와 가장 많이 달랐던 것 같다.
Q : 원래는 김성룡 역으로 다른 배우를 섭외하려 했다던데, 김과장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A : 대본이 너무 좋았다. 4회까지 대본을 보고 출연 결정을 했는데 이 정도 대본이면 대중들한테 인정받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김성룡 배역이 다른 분들한테 많이 갔다가 온 줄 몰랐다. 굳이 몰라도 되는 걸 기자들이 꼭 알려주더라(웃음).
Q : '김과장'에서는 유독 남자들과 호흡이 많았다.
A : 저는 연기할 때 상대의 말을 진짜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끔씩은 상대의 말에 집중하다가 다 외워온 내 대사를 못할 때도 있다. 대본에서는 자연스런 대사인데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연기를 하면 뭔가 대본과는 다른게 느껴져 내 대사가 안나오는 거다. 아무튼 그렇게 상대방 얘기를 많이 들으려 하다보니 상대방과의 '케미'(호흡)도 좋아지는 것 같다. 근데 배우 중에 혼자만 연기하시는 분들은 솔직히 저도 좀 힘들다. 진짜 벽 같은 분들이 있다. 자기 대사만 외우시는 분들. 내가 현장에서의 어떤 감정을 실어 대사를 대본과 좀 다르게 쳐도 대본과 똑같이 하면 너무 힘들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했던 분들은 '케미'가 다 편했다. 연기적인 칭찬 중에서 '케미가 살았다'는 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만큼 상대 배우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었다는 거니까.
Q : 호흡이 가장 좋았던 배우는?
A : 저는 다 잘 맞았다. 굳이 꼽으라면 가장 많이 붙어있었던 준호와 김원해 선배님. 가장 오래 있었고 편했다. 횟수를 따지자면 그랬다는 것이지, 이번 드라마는 연기하면서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그랬던 사람이 전혀 없었다.
Q : 촬영 일정이 빡빡했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A : 저는 에너지가 이렇게 들어간 드라마는 처음이다. 15부까지는 거의 제가 안 나온 씬이 없었다. 대사량도 엄청났다. 보통은 한 씬 정도는 텀이 있어서 그 사이에 대본 외우고 이런 게 있어야 되는데 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거짓말 안하고 다 성룡이다.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았다. 일어나 있는 동안 미친 사람처럼 연기하면서 밥 먹을 때도 그랬으니 에너지 소모가 컸던 것 같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팀내 분위기는 좋았다. 저는 경리부 씬이 많이 힘들었다. 왜냐면 경리부는 여러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린다. '떼씬'(단체 장면)에 걸려 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분위기는 뭐 항상 너무 좋았다. 쳐져 있으면 김원해 선배가 항상 분위기 메이커였다.
Q : 출연을 결정할 때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A : 이건 사실 저도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어떤 포인트가 아니라 딱 보고 내가 이 극을 재밌게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 그리고 이 드라마가 완성본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재밌어 할 수 있겠는가. 이걸 본다. '김과장'은 이걸 봤을 때 되게 재밌었다.
Q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A : 아쉬운 게, 편집된 씬이 너무 많다. 드라마가 잘 되면서 광고가 많이 붙으니까 드라마 시간이 짧아져서 편집된 씬이 많다. 재밌는 씬이 너무 많다. A팀, B팀 감독님이 있는데, 서로 웃기다는 코드가 달라서 편집된 게 많다.
Q : 도전하고픈 새로운 장르나 배역이 있느냐.
![배우 남궁민 [사진 935엔터테인먼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12/joongang/20170412080137245dbtq.jpg)
Q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느냐.
A : 제가 마흔살이 된지 몰랐다. 옛날 한석규 선배님이 제가 데뷔도 하기 전에 인터뷰 하시면서 "제가 불혹이 됐네요"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마흔 정도 때 연륜이면 그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제가 마흔살이 됐다. 이제는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우선 술을 좀 줄여야 될 것 같다. 옛날에는 촬영중 피곤하더라도 매일 맥주 한 캔씩은 즐겼는데 이번에는 무알콜 맥주를 종류별로 구매해서 마셨다. 맛도 비슷하고 괜찮았다. 끝나고 2주 정도 지났는데 여전히 몸이 힘들다.
Q : 이번 김과장 연기하면서 참고한 인물은?
A : 저는 사실은 한국 드라마 작품 안 보려고 한다.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괜찮은 게 있으면 본인도 모르게 투영된다. 오히려 저는 그런 것보다는 옛날 외국 작품들 많이 본다. 이번 작품에서는 굉장히 활동적으로 움직여야했기 때문에 외국 코미디물 많이 봤다. 뭘 봤는지는 비밀이다. 저의 노하우기 때문에(웃음).
Q : 백상예술대상(5월 3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상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A : 물론 타면 좋지만, 상에 대한 욕심 전혀 없다. 진짜다. 왜냐하면 다음 작품 더 자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 받으면 너무 좋겠지만. 뭐 그러면서도 주면 좋죠(웃음).
Q : 중앙대 기계공학과 출신인데, 원래의 꿈은 뭐였나.
A : 아버지께서 교장 선생님으로 계시다가 정년퇴임 했다. 그 당시 최고 이상향은 공부를 어느 정도 한 다음에 취직이 잘 되는 학과를 가서, 좋은 대기업 취직하는 거 였다. 연구원이나 이런 것들? 그래서 기계공학과에 갔다. 컴퓨터공학도 관심이 있었는데 성적이 안 돼서(웃음). 그런데 갔는데 제가 수학을 진짜 못하는데, 계속 수학만 하더라. 거의 전공 패스하려면 도서관에서 밤 새워야될 정도로 공부만 하더라. 그래서 배우가 됐다.
Q : 기계공학도에서 배우의 길은 너무 간극이 큰데?
A : TV에서 우연히 MBC 공채 탤런트 모집 시험 소식을 봤다. 그때 공채 탤런트가 유행이었다. 그걸 딱 보고, 저걸 내가 응모해 봐야겠다라고 뜬금없이 이유도 없이 불현듯(웃음). 그래서 그때 엄마에게 여쭤봤다. 그랬더니 엄마가 나를 보고 있다가 피식 웃으면서 "해봐" 하더라. 그때 그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웃음). 그래서 도전해봤는데 1차 서류 심사는 통과했고 2차에 가서 연기를 하는거 였다. 당연히 그 전까지는 연기 해본적이 없었는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 선배님이 암에 걸린 걸 알고 나서 술 취해서 소동 부리는 장면을 했다. 어렸을 때는 감정이 막 나오면 그러면 그게 좋은 연기인 줄 알았다. 근데 진짜 심사위원분께서 콧 방귀 뀌면서 '다음'이라고 하더라. 떨어졌다. 그런데 오기가 생기고 공부를 할 때 느낄 수 없었던 뭔가를 느꼈다. 어, 이게 뭐지? 뭔가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 그래서 하기 시작했다. 하다보니 재미가 있었고, 못하는 데도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진짜 저는 단역, 엑스트라, CF도 많이 해봤고 아침드라마, 주말, 일일 등 안 거친거 하나 없다. 남들 하는 거 다 해봤다.
Q : 아주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해왔는데 뒤늦게 빛을 봤다. 이를 두고 누구는 적당하다고 하고, 누구는 늦었다고 하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A : 적당한 속도라고요? 누구죠? 제가 웬만해선 나쁜 말 안하려고 했는데(웃음). 저는 이 상황이 너무 고맙다. 제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너무 많이 얻었다.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잘 안 되는 이유를 바깥에서 찾기도 했었다. 또 빛을 보고, 자만심이 들 무렵에는 저를 리마인드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이지 않고 흘러가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너무 만족스럽다. 제 연기 인생을 봐서는 뒤늦게 주목을 받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저는 거만한 게 아니라 앞으로도 정말 자신 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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