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자 르포]'뚫비' 받고 담배 사 줄 성인 찾아보니
"여학생 데려오면 공짜로 줄게" 제안도

우리 주변에는 흡연하는 청소년이 많다. 중학교 때, 한 반에 적어도 2~3명은 담배를 피웠다. 선생님들이 화장실이나 학교건물 샛길을 돌며 흡연 단속을 하는 풍경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런데 겨우 중학생인 이 친구들이 어떻게 담배를 구했던 걸까.
흡연자인 송모(15)군은 “담배가 있는 친구에게 얻는 게 가장 쉽고, 어른을 통해 구입하거나 위조 신분증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변에는 실제로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마트에서 술과 담배를 당당히 구입하는 여학생도 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인터뷰를 원하지 않아 구체적인 방법은 알 수 없었다.
흡연자 이모(17)군은 15세 때 아는 형의 권유로 호기심에 처음 담배를 피웠다.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은 흡연 사실을 모른다. 그는 "‘뚫비’를 내고 구하기도 하고, 직접 편의점에서 사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속칭 ‘뚫비(뚫어주는 비용의 줄임말)’란 어른을 통한 담배 구매를 가리킨다. 담배를 사주는 어른에게 웃돈을 주고 실제 가격 보다 조금 더 비싸게 구입하는 방법이다.정모(15)군은 22세 성인 남성에게 뚫비를 내고 고정적으로 담배를 구한다. 이렇게 붙박이 구매 대행을 해주는 어른은 속칭 ‘뚫배’라고 불린다.
우리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방법인 '뚫비' 실태를 확인해봤다. 먼저 담배를 구입해 줄 성인을 찾기 위해 익명 랜덤 채팅 어플을 깔았다. 대화명은 ‘뚫비 3000원’으로 설정했다.
우리는 담배 심부름을 해주겠다는 성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화 상대에게 청소년임을 분명히 알렸지만 그는 “담배 셔틀 하는 건 아니지?” “2만원 있냐?”라며 약속 장소를 정해 만나자고 했다. 과거 이 어플을 이용해봤다는 박모군은 “여학생을 데려오면 담배 두 갑을 무료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성매매를 암시하는 유혹이었다.
청소년 보호법 제 2조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술, 담배 등을 무상으로 주거나 대리구매 해 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명백히 불법이지만 우리의 실험 결과 아무리 어려도 마음만 먹으면 담배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커 보였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총장은 “대리구매 자체는 7~8년 전부터 유행했지만 랜덤채팅 앱을 통한 담배 구매는 흔한 방법은 아닌 듯하다”며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직접 구매에 성공하는 비율도 50% 이상이고, 담배 구매를 시도한 청소년 10명 중 8명이 성공할 만큼 접근 장벽이 낮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랜덤채팅 앱=익명 만남을 주선하는 채팅 앱으로 성인인증 없이도 나이, 성별 등만 선택하면 이용할 수 있어 성매매, 마약 거래 등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경찰청이 지난해 11월~올 1월간 주요 랜덤 채팅 앱 30여 종을 선별해 청소년 성매매 사례를 집중 단속한 결과 105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중앙일보 2월 23일자>
글·사진=신재혁·신재성(일산대진고 1)·최재훈(일산 주엽고 1) TONG청소년기자, 도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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