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족쇄 채우고 뛰어나가 창업하라는 정부
미래부가 꾸는 꿈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이다. 동문들이 창업한 구글·테슬라 같은 회사들의 총 매출이 2조7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그 대학이다. 과학기술 기반 창업중점대학은 그간의 창업 아이템이 단순 아이디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집중돼 창업 아닌 ‘창업 놀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데 대한 반성이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정부가 창업중점대학을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한다고 판검사나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이 가득한 한국의 대학이 스탠퍼드로 변신할 수 있을까.
현 정부의 창업 정책을 보면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뛰어나가라’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미래부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창업을 가로막는 타 부처발(發) 족쇄는 그대로 두고 당근만 제시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스톡옵션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에 따르면 과세특례가 적용되는 벤처기업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가액 합계를 3년간 5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스탠퍼드의 인재들이 박봉에도 벤처기업에 입사하는 것은 성공하면 스톡옵션 덕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벤처 스톡옵션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조세특례 행사가액을 1년간 10억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 법안 역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상임위에서 낮잠 중이다. 한국 영재들 중에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손과 발이 따로 노는 정부일지도 모르겠다.
최준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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