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조슈아 벨(Joshua Bell) | 미국이 자랑하는 꽃미남 슈퍼스타
2007년 1월 어느 이른 아침, 워싱턴 랑팡플라자 지하철역에 바이올린을 든 거리의 악사가 나타났다. 청바지 차림에 긴팔 T셔츠, 야구 모자를 눌러 쓴 그는 출근길 시민들 앞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레퍼토리는 단순히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기엔 의외라 할 만한 것들이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로부터 시작해 마스네와 마누엘 폰체에 이어 무려 바흐의 샤콘느까지 이어졌다. 바쁜 출근길 지하철역 앞에서 울려 퍼진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선율.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간 사람은 1097명. 이 중 잠시라도 음악을 들은 사람이 7명이었고, 악사의 발 앞에 놓인 바이올린 케이스에 동전 한 닢이라도 던져 놓은 사람은 27명, 도합 32달러가 이날 펼쳐진 연주에 대한 관심과 대가였다.

아침부터 45분간 연주해서 받은 대가는 32달러. ‘조슈아 벨의 지하철 연주 실험’으로 알려진 이 결과는 한동안 화제가 됐고 유럽 등지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이뤄졌다.
미국 인디애나 출신인 조슈아 벨은 4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잡았다. 14세에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데뷔, 같은 해 애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특히 18세 때 발매한 첫 음반으로 그래미·그라모폰 등을 휩쓸며 스타로 부상했고, 인디애나대에서 학위를 받은 뒤 섬세하고 사려 깊은 연주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정통 클래식 외 다양한 장르로 영역 확대에도 열심이어서 영화 ‘레드 바이올린(The Red Violin)’의 음악고문이자 보이지 않는 연주자로 활약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를 시작으로 다수의 영화 음악과 뮤지컬, 재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전천후 연주자다. 레코딩 목록 또한 다양해 ‘조슈아 벨, 그를 말하다’와 ‘바이올린의 목소리’ ‘바이올린 로망스’는 2004년 빌보드와 올해의 클래식 음반에 선정됐다.
벨은 1년에 200일 이상 투어 연주를 하고 틈틈이 영화 음악 녹음과 유명 TV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벨의 연주는 아름답고 유려하다. 그런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선율을 즐기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당시 사람들이 내내 안타까운 건 그래서다. 정말 중요한 것, 살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잃어가고 있는 것, 그것들을 놓치지 말기를. 점차 짧아져서 한순간에 피었다가 훅 사라져버릴 이 봄처럼….
감상을 원한다면…
·CD조슈아 벨과 친구들 : 거쉰, 라흐마니노프 - 벨, 스팅, SonyMusic
바흐 : 바이올린 협주곡 1, 2번 & 샤콘느 - 벨, 아카데미 실내 관현악단, SonyMusic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0호 (2017.03.22~03.2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