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순신·진린 가문 400년 우정, 사드 갈등에 금 가다
진린, 이순신 장군 장례도 치러
시진핑, 서울대 특강서도 언급
진린 후손, 18년째 한국 찾아 교류
올해 행사는 여행통제 탓에 못 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7월 4일 서울대 특강에서 이렇게 한·중 우호를 역설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과 진린 장군의 400여 년 우정에 요즘 금이 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을 찾아 우정을 이어온 진린 장군의 중국 거주 후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공세로 방한이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전남 완도군에 따르면 중국 거주 진린 장군 후손들은 당초 다음달 14일 개막하는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진린의 후손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계속 방한했고 1년 전부터 완도군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진린의 후손들을 공식 초청하는 등 공을 들여 왔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진린 후손들은 진린이 나고 자란 중국 광둥(廣東)성 사오관(韶關)시 웡위안(翁源)현과 윈푸(雲浮)시 윈안(雲安)구 관계자 30명과 함께 방한해 박람회에 참석하고 진린 관련 유적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중국 측은 당초 이번 박람회의 성공을 위해 중국인 관광객 150여 명도 모집해 보내 주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전남 해남군에 뿌리를 내린 진린의 후손으로 완도군과 중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온 진현모(55) 광동 진(陳)씨 종친회장이 지난해 12월 중국에 갔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진 회장이 지난달 말 다시 방중했을 때 “방한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이나 방문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의 방침을 거스를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중국 정부의 무리한 사드 보복 조치가 400년 이상 이어져 온 이순신 장군과 진린 장군 가문의 국적을 뛰어넘는 우정에까지 악영향을 준 셈이다. 완도군 관계자는 “진린의 후손들은 한국에 올 수도 있지만 중국에 돌아갔을 때 감당해야 할 부담을 크게 걱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진린 손자, 조선 건너와 ‘광동 진씨’ 개창
해남군 산이면 황조마을에는 진린의 후손 70여 명이 모여 사는 광동 진씨 집성촌이 있다. 명나라가 망하고 들어선 청나라 때 조선에 들어온 진린의 손자를 시작으로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두 장군의 우정에서 시작한 한·중 우호 관계는 그동안 양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 진린의 후손들은 2015년 10월 충무사를 찾아왔고, 완도군은 그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진린 장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했다. 99년 광둥성 웡위안 현 정부와 자매결연을 맺은 해남군은 매년 명량대첩 축제에 후손을 초대해 왔다.
진린의 후손들은 매년 이 축제에서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과 만나 ‘가문의 우정’을 나눠 오고 있다.
이처럼 일본(왜)에 맞서 싸우며 꽃피었던 이순신과 진린 장군의 우정은 400년 세월을 뛰어넘었으나 중국 정부의 최근 사드 보복 조치로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해남에는 17일 진린 장군의 하사품이 전시된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관’이 문을 열지만 후손들의 방문은 어렵게 됐다. 남해군이충무공 순국공원에 세우고 있는 ‘순국의 벽’에는 노량해전에 참여한 진린과 등자룡이 그려지고 있다.
진현모 회장은 “노량해전 때 이순신 장군과 진린 장군이 힘을 합친 것처럼 한·중 정부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사드 갈등을 끝내고 우호적인 관계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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