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감독이 만든 '또다른' 울버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구건우 2017. 3. 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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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깔의 영화 <더 울버린>

[오마이뉴스 글:구건우, 편집:곽우신]

 영화 <더 울버린> 포스터. 국내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마지막 울버린 시리즈 <로건>이 지난 2월 28일에 개봉하여 호평 속에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북미에서도 개봉 첫 주에 8530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로건>의 전작이자 울버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더 울버린>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더 울버린> 또한 <로건>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로건>과 다르게 좋은 평을 받지 못하며 흥행 면에서도 안 좋은 기록을 남겼다. 제작비 1억2000만 달러가 투여된 이 작품은 2013년 개봉 당시 북미에서 1억3255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거두며 울버린 시리즈를 넘어 <엑스맨> 시리즈 사상 최악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는 4억1482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엔 개봉 당시 왜색이 거슬린다는 감상평과 함께 혹평에 시달리며 107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는 데 그쳤다. 이 작품은 1982년도에 프랭크 밀러와 크리스 클레어몬트가 만든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생'이 주는 고통

 국내 개봉 당시 아이유를 닮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여주인공 타오 오카모토.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울버린(휴 잭맨)은 사랑했던 여인 '진'(팜케 얀센)을 죽였다는 죄책감 속에 시달리며 캐나다의 한 산속에서 은신하며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나가사키 원폭 당시 자신을 구해준 걸 보답하고 싶다며 일본 야시다 기업의 회장 야시다가 유키오(후쿠시마 리라)를 보내온다. 야시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에 작별인사차 유키오를 따라 일본으로 간 울버린은 죽음을 앞둔 '야시다'에게서 불멸의 삶 대신 유한한 삶을 갖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한다.

그리고 그날 밤 야시다는 죽고, 울버린은 또 다른 돌연변이 '바이퍼'에게 습격을 당해 '재생능력'을 잃게 된다. 다음날 야시다의 장례식, 야시다의 손녀 마리코(타오 오카모토)를 납치하려는 테러가 일어나고 로건은 마리코를 도와 함께 남쪽으로 도주하는데….

<더 울버린>은 이름처럼 '울버린'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로건>과 비슷하면서 다른 색깔을 가진 작품이다.

평범한 삶에 적응할 줄 모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무뚝뚝한 울버린(로건)의 성격은 왜 그렇게 형성되었을까? 영화는 그 이유가 영원불멸의 삶 때문이라고 한다. 울버린은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고, 남은 자의 슬픔과 고통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고독을 선택했다.

많은 슈퍼 히어로 무비들이 자기 정체성과 그들의 고독에 관해 이야기를 다루곤 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배트맨이나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이 그러했다. 이런 이야기는 <엑스맨> 시리즈의 메인 테마인지라 <더 울버린>이 결코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울버린이 가지고 있는 '늙지 않는 능력'이 주는 고독에 대해 고찰한 건 처음이다. 영화는 '영생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야시다를 통해 영생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영생이 자신에게 주고 있는 고독에 신물이 나 있는 울버린. 하지만 유한한 삶을 주겠다는 야시다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만큼 젊음을 유지한 채 오래 사는 것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호쾌한 액션 하지만 아쉬웠던 내러티브

 열차 위에서 벌어지는 야쿠자와의 대결장면은 <더 울버린>에서 가장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이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는 이런 고찰 이외에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 '진'을 죽여야만 했던 울버린의 내적 고통을 담아내고 있으며, 일본 여인 마리코와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더 울버린>은 동양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며 러브모텔에서 파친코, 일본식 가옥, 야쿠자, 닌자 그리고 사무라이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전통부터 현대문화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게 활용한다. 돌연변이는 울버린을 제외하면 '바이퍼' 단 한 명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관객이 '울버린'에게 더 집중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 영화는 기존 <엑스맨> 시리즈와 거리를 두며 다양한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뻔하고 빈약한 러브스토리와 내러티브를 상실한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게다가 직계 3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죽이려 드는 야시다 일가의 스토리는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막장 마니아가 아닌 이상 심각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지나치게 울버린에 집중한 탓에 마리코를 제외하면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매력을 발산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점이 아쉽다. 안쓰러운 각본의 위안거리는 역시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호쾌한 액션이다.

아무래도 일본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특수효과에 의존했던 초능력 대결보단 무협 영화 같은 액션 시퀀스가 많이 등장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 영화의 액션 하이라이트는 초고속 열차(신칸센) 위에서 펼쳐지는 야쿠자와의 대결 신이다. 기차가 가진 속도감과 스릴을 활용하며 위트 있게 풀어가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울버린의 보디가드로 나오는 유키오의 민첩한 검술 액션도 울버린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더 울버린>은 시나리오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울버린이란 캐릭터가 가진 어두운 측면과 액션 히어로의 묘미를 살렸다. 기존 <엑스맨> 시리즈와 별개로 독립적인 시리즈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던 작품이다.

이야깃거리
원작 만화에선 울버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일본 여성의 도움으로 탈출하는데, 영화에선 설정도 다르고 도시도 나가사키로 변경되었다.

휴 잭맨은 이 작품을 위해 드웨인 존슨에게 근육 단련하는 법을 조언받았는데, 존슨은 24주간 하루 6000㎈의 치킨, 스테이크, 현미를 먹고 운동하라고 했다 한다. 휴 잭맨은 몸을 만들기 위해 촬영 전 36시간 동안 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 탈수 다이어트를 했다. 이런 노력 끝에 휴 잭맨은 자신이 울버린으로서 항상 만들고 싶었던 체격을 만들었다고 만족해했다.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선 2013년 7, 8월에 개봉했지만, 일본에선 한 달 뒤인 9월에 개봉했다. 영화가 나가사키 원폭 장면을 보여주면 시작한 탓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기간인 8월을 피했다고 한다. 배경이 된 일본에선 약 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처음 감독은 <블랙스완>의 대런 애러노프스키였었는데, 실제로 하차하기 전까지 6개월간 각본을 포함한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했다. 하지만 각본과 영화의 등급을 놓고 제작사와 갈등하다 끝내 하차하였고 메가폰은 제임스 맨골드에게 넘어갔다.

국내에선 아이유와 얼굴이 닮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177cm의 모델 출신 배우 타오 오카모토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다. 연기경력이 전혀 없는 그녀를 감독이 발탁한 건, 영어 실력과 신선한 마스크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블루레이에는 10분가량 추가된 확장판이 실려 있으며, 원조 울버린의 노란색 의상이 나오는 또 다른 엔딩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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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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