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걸로 큰 돈 벌었다면 가짜"
'안단테 데어리' 김소영 대표
청소부터 포장까지 혼자 다해
주 7일 일하고도 200kg 밖에 못 만들어
"한국 우유로 맛있는 치즈 만드는 게 꿈"


연세대·카이스트를 졸업한 촉망받는 공학도였던 그는 26세에 박사 학위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어느 순간 "이게 길이 아니다"싶어 공부를 그만두고 치즈를 배우기 시작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치즈공방 '안단테 데어리(Andante Dairy)'를 운영하며 세계적인 미쉐린(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프렌치런드리와 부숑·다니엘·SPQR 등에 치즈를 제공하고 있다. 미쉐린 3스타 셰프인 토마스 켈러는 "소영의 치즈를 맛보는 건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성을 얻은 지금도 치즈 만들기부터 포장·청소·포장까지 전부 혼자하느라 일주일에 200㎏ 의 치즈밖에 만들지 못한다. 아무리 유명한 셰프라도 그의 치즈를 받기 힘든 이유다. 김씨는 이날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아티잔(수제) 치즈 12가지를 준비해와 셰프들과 함께 맛보며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엔 치즈 풍미를 표현하는 언어가 '짜다''꼬릿꼬릿하다' 정도밖에 없어 의사소통이 어렵다"며 "적확한 단어 없이는 지식을 쌓을 수도 전달할 수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치즈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촉망받는 공학도였다는데. 왜 학업을 포기하고 치즈를 만들게 됐나. "박사 학위 따러 미국에 갔는데 공부가 전처럼 재미있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제일 쉽고 재미있는 게 공부였는데 박사학위 준비하다보니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손으로 직접 뭔가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 무렵 우연히 프랑스 여행을 하다 치즈를 맛보고 사랑에 빠졌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나 싶었다. 미국에 돌아와 치즈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시 대학에서 2년간 낙농학을 공부했다. 학업을 마치자마자 목장에 가 목장주를 도우며 치즈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주말 없이 일주일 내내 일했다. 아티잔의 기본은 모든 걸 직접 손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10년은 직접 우유를 가지러 새벽 4시까지 농장에 가야해서 오전 3시에 일어났다."
-많은 셰프와 레스토랑에서 치즈를 달라고 하는데 왜 다 주지않나. "혼자 치즈를 만들다보니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원하는 곳에 모두 납품할 수 없다. 그리고 나만의 원칙이 있다. 오래 거래한 고객이 먼저다. '유명 셰프인 토마스 켈러가 쓰는 치즈라서 나도 써보고 싶다'는 식으로 연락이 오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해도 무조건 거절한다."
-많이 팔면 좋은 거 아닌가. "난 사업가가 아니다. 사업적인 면으로 보면 멍청할 정도다. 하지만 먹을 걸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 자체가 잘못 아닌가. 먹을 걸로 큰 돈 벌었다면 가짜다. 아티잔의 기본은 개별성과 지역성이다. 자기 만의 색이 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내 치즈를 사용하던 셰프가 먼 지역으로 가면 6개월만 공급한다. 그 주변 지역 치즈를 찾아볼 시간을 주는 셈이다. 특히 수분 함량이 높은 연성치즈는 신선함이 생명인데 비행기로 간다면 제대로 된 치즈가 아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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