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리포트] 3박4일 한국 온 그 외국인 .. 문신하러 왔다네요

이현.김민관 2017. 2. 1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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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수채화, 앙증맞은 일러스트
섬세한 손기술 '코리안 스타일 타투'
SNS로 접한 외국인들 문의 잇따라
국내선 문신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네가 깡패냐" 면박에 감추기 일쑤
타투 인구 100만 넘지만 시술 불법
‘패션(fashion)’과 ‘패륜(悖倫)’사이. 타투는 논쟁적이다. 타투 인구가 100만 명을 훌쩍 넘겼지만 누군가에겐 여전히 ‘타투(tattoo)’보다 문신(文身)이라는 한자어가 익숙하다. 몸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새기는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게 효도의 시작이라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에 어긋나는 불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얼마 전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래퍼 ‘도끼’는 커다란 테이프를 목에 붙이고 나왔다. 목에 새긴 타투가 ‘건전한 시민정신과 생활기풍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방송심의규정에 위반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투는 마냥 불건전하고 비윤리적인, 불온한 이들의 치기 어린 행위인 걸까. 고정관념대로라면 ‘타투를 새길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윤모(27)씨는 지난달 20일 팔목에 유니콘 모양의 타투를 새겼다. 타투를 하러 간다는 친구를 따라나섰다 예쁜 문양에 반해 타투이스트에게 팔목을 내밀었다. 윤씨는 “부모님께 혼날까 봐 집에서는 긴소매만 입고 다닌다”면서도 “좋아하는 문양을 평생 몸에 지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게 설렌다”고 말했다.

#목 뒤에 새겨진 검지 길이의 마름모. 그 안에는 바다 위에 뜬 보름달이 그려져 있다. 왼쪽 팔목엔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높은음자리표가, 오른쪽 손목엔 십자가가 새겨졌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슌(34·본명 한석훈)은 지난해 3월 “나를 표현하는 특별한 상징을 갖고 싶었다”며 타투를 새겼다. 그는 “그동안 뉴스나 영화를 통해 우락부락한 문신만 봐 오다 친한 형의 팔에 새겨진 수채화 같은 타투를 보고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감성타투가 유행이다.[사진 타투이스트 김세윤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나 조폭영화에 등장하던 온몸을 휘감는 동물 문신의 시대는 지나갔다. 요즘엔 소녀 감성에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타투부터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듯한 타투까지 이른바 ‘감성 타투’가 유행이다. ‘#타투’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76만 개의 게시물은 꽃·고양이·손글씨 등으로 가득하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감성 타투’가 유행이다. [사진 타투이스트 김세윤 인스타그램 캡처]
13일 찾아간 타투이스트 김세윤(28)씨의 서울 서교동 작업공간은 작지만 아기자기했다. 작업장 한쪽엔 김씨가 손님들과 함께 작업한 알록달록한 타투 도안들이 붙어 있었다. 김씨는 “상담을 통해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과 디자인, 색감 등을 반영해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타투를 만들어 준다”며 “요즘에는 여대생 감성에도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타투를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요 고객은 문신을 새기러 온 우락부락한 남성이 아닌, 평범한 여대생과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 ◆한류열풍 버금가는 ‘코리안 스타일’ 타투 ‘감성 타투’는 한국 타투이스트들만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타투계의 한류스타라 불리는 ‘도이’의 인스타그램도 물거품을 내며 헤엄치는 돌고래, 아빠에게 매달리고 안긴 두 아이 등 연필로 스케치한 것 같은 타투로 가득하다.

도이는 “한국 타투이스트들만의 섬세한 손 기술과 서정적인 감성은 ‘코리안 스타일 타투’라 불리는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해외 팬을 보유한 ‘도이’의 타투.
다수의 해외 팬을 보유한 ‘김세윤’의 타투.
‘코리안 스타일 타투’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3년 전.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다. 도이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30만 명이 훌쩍 넘는다. 고객의 몸에 새긴 ‘작품’ 사진을 찍어 올릴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언어로 댓글이 달린다. 실제로 하루 수백 건씩 쏟아지는 문의 가운데 절반은 외국인 손님이다. 그에게 타투 시술을 받으려고 3박4일로 한국 여행을 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실력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 조심스럽다. 시술 자체가 불법인 데다 ‘문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마냥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도이는 “타투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고 새로운 한류문화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충분한데 법적으로 막혀 있다. 설령 법이 바뀐다 해도 사람들의 선입견이 그대로라면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직장 내 여전한 타투에 대한 온도 차 한 해 평균 타투 시술 인구가 100만 명(한국타투협회)을 웃돌고 감성 타투, 코리안 스타일 타투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지만 직장에서 타투는 여전히 ‘금기’에 가깝다. 한국의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다 올해 초 홍콩의 한 투자은행으로 직장을 옮긴 김모(30)씨는 “한국에서 일할 땐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는 업무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영국 런던의 교환학생 시절 왼쪽 손목에 새긴 별 모양의 타투 때문이다. 일부 직장상사는 김씨의 손목을 볼 때마다 “네가 깡패냐”며 핀잔을 주곤 했다. 김씨는 “홍콩에선 아무도 손목에 새겨진 타투에 딴죽을 걸지 않는다”며 “대학 시절 런던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새긴 타투가 한국 직장에서 골칫거리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철현(27)씨 역시 타투 때문에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피아노를 전공한 김씨는 졸업 당시 동기들과 함께 오른손 중지에 삼각형 모양의 타투를 새겼다.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인 김씨는 출근길에 늘 일회용 반창고로 타투를 가린다고 한다. 김씨는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불편함이 더 커질 것 같아 적당한 때 레이저로 지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 ◆새겼다 지웠다 … 타투용 스킨 프린터 타투를 새기고 싶지만 사회적 시선과 반영구성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타투용 ‘스킨 프린터’가 개발되기도 했다. 조작법은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타투 디자인을 그린 후 원하는 부위에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화장품 원료를 사용해 실제 타투처럼 색감이 선명하지만 지우는 방법도 단순하다. 이 기계를 발명한 곳은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출신 스타트업인 ‘스케치온’. 지난해 11월 핀란드에서 열린 창업투자대회에서 ‘톱4’에 오르기도 했다. 이종인(47) 대표는 “한 번 새기면 지울 수 없고 다소 위험하기도 한 타투 시술을 꺼리는 사람들을 겨냥했다”며 “타투가 떳떳한 자기표현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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