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MBC 대규모 집회, "뉴스하지 않을 각오하자"
조합원 200여명 첫 상암 본사 로비 집회 열어…차기 노조위원장 후보 김연국 기자, “오랜 침묵을 깨고 저항적 실천에 나서달라” 당부
MBC 기자·PD·아나운서 등 언론인 200여명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안광한 MBC 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며 MBC 정상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200여 명 남짓한 MBC 언론인들이 상암동 본사 로비에 모여 집회를 연 것은 여의도 사옥에서 이전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6인의 여당 추천 이사들이 3인의 야당 추천 이사 반발을 무시하고, 2월 새 MBC 사장을 뽑기로 한 가운데, MBC 구성원들의 위기감이 결집되고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최승호 PD, 박성호·박성제 기자 등 MBC 해직 언론인들은 사측의 출입 불허로 외부에서 동료들의 집회를 지켜봐야만 했다. 최기화 보도국장은 로비에 모여 있는 후배 언론인들을 한 번 쳐다보고 지나갈 뿐이었고, MBC 안전관리 직원들은 집회를 철통 같이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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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본부장은 “조합원들을 해고하고 탄압하고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승진에서 배제했던 것이 현 경영진”이라며 “MBC의 징계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외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방문진이 새 사장 선임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현재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하무인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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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경영진과 KBS이사회, 방문진에 대한 대대적 인사 개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 및 보수 진영에선 법안 통과에 부정적이다.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쥔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현재 보도국 간부들은 망가진 방송에 대해 사과할 줄 모른다”고 지적한 뒤 “여러 언론이 단독을 붙이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MBC 만큼은 뉴스를 찾아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순실 관련 뉴스 발제가 2~3꼭지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이 간사는 “이는 시대와 역사에 대한 왜곡”이라며 “조합원들은 사내에서 MBC를 욕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MBC 경영진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간사에 따르면, 김장겸 보도본부장 등은 “우리 뉴스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역사가 우리를 제대로 평가할 것”, “뉴스 공정성 논의와 관련해 언론노조 MBC본부와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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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는 “MBC는 이미 철저하게 파괴됐지만 더 철저하게 파괴되어야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뉴스를 하지 않을 각오로 철저하게 MBC를 무너뜨리고 다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기자는 “설사 대선 등으로 외부 환경이 좋아진다고 해서 MBC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은 아니”라며 “먼저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MBC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오랜 침묵을 깨고 저항적 실천에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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