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은 '장돈건'의 묵직한 부활을 기다린다

양형석 2017. 1. 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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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모범 FA로 활약하다가 작년에 주춤한 최고중량 거포 최준석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이번 시즌 NBA 보스턴 셀틱스의 에이스로 떠오른 아이재이아 토마스(175cm)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높이가 우선시되는 농구나 배구 선수들은 신체조건, 더 정확히 말하면 신장이 좋아야 한다. 경기장에서는 단신에 속하는 선수도 일반인들 틈에 끼면 모델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고 키가 훤칠한 배우들도 농구나 배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꼬마처럼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역시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90분 내내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벼야 하는 축구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몸이 날렵해야 한다. 2002 월드컵 16강 대한민국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안 비에리나 현재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헐크(브라질) 등은 축구 선수로는 체격이 꽤나 큰 편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축구 선수 치고 100kg이 넘는 거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에 야구의 경우 체격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은 아니다. 163cm의 단신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는가 하면 통산 4875탈삼진을 기록한 전설적인 좌완투수 랜디 존슨의 신장은 무려 208cm다. 그리고 KBO리그에는 씨름 선수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체격을 가지고도 강타자로 활약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KBO리그 최고 중량 선수 자리를 수년 째 지키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장돈건' 최준석이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홈런 타이기록 세운 후 친정 컴백
 롯데에서 데뷔한 최준석은 트레이드된지 8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 롯데 자이언츠
대구에서 태어난 최준석은 포철공고에서 포수로 활약하다가 2001년 신인 드래프트 2차6라운드(전체 49번)로 롯데에 입단했다. 투수로 입단했던 절친 이대호가 일찌감치 타자로 전향한 것처럼 최준석 역시 포수보다는 장타자로서의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 받았다.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단 12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친 최준석은 2005년 100경기에서 타율 0.246 8홈런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6년 롯데는 강민호가 주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포수보다는 외야 자원 보강이 더 급했고 결국 최준석은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이적 2년 차이던 2007년 16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차세대 거포로 떠오른 최준석은 2009년 타율 0.302 17홈런 94타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김동주(은퇴),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함께 두산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떠올랐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후 최준석의 전성기는 2010년이었다. 최준석은 그 해 타율 0.321 22홈런 82타점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린다"는 가슴 찡한 수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최준석이 홈런을 친 후 하늘을 향해 손을 두 차례 교차하는 특유의 세리머니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홈런을 바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절대로 경기 끝나고 '족발 2인분'을 먹겠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최준석은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2011년부터 해마다 성적이 하락했고 FA를 앞둔 2013시즌에도 타율 0.270 7홈런 36타점의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최준석은 그 해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의 4번타자로 출전하며 15경기에서 타율 0.341 6홈런 8타점 8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최준석이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 쏘아 올린 6개의 홈런은 2001년 타이론 우즈가 세운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과 타이기록이었다.

포스트 시즌의 대활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반전시킨 최준석은 4년 35억 원으로 롯데와 계약을 체결하며 8년 만에 친정팀으로 컴백했다. FA자격을 얻기 전 두 시즌 동안 규정 타석도 채우지 못한 선수에게 35억은 너무 많은 금액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준석은 이적 첫 해 타율 0.286 23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우려의 시선을 날렸다. 그리고 박준서(은퇴)에 이어 롯데의 새로운 주장을 맞게 된 최준석은 2015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15년 3할-30홈런-100타점 이후 작년 19홈런70타점으로 주춤
 올 시즌 최준석의 부활 없이 롯데 타선의 부활을 상상하긴 힘들다.
ⓒ 롯데 자이언츠
최준석은 2015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06 31홈런 109타점 78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14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리그 정상급 타자의 기준이라 불리는 3할-30홈런-100타점과 3할대 타율, 4할대 출루율, 5할대 장타율을 모두 넘겨 버린 것이다. 비록 팀 순위가 8위까지 떨어지며 크게 빛을 보진 못했지만 2015년의 최준석은 손아섭, 강민호, 짐 아두치와 함께 롯데에서 가장 돋보이는 타자였다.

2016년 주장 자리를 고교 후배 강민호에게 물려준 최준석은 더욱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최준석은 2016년 타율 0.262 19홈런 70타점에 그치며 롯데로 돌아온 2014년 이후 가장 저조한 한 해를 보냈다. 5월까지는 12홈런을 때리며 괜찮은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7월 이후 급격한 부진에 빠졌고 특별한 부상도 없이 2군을 다녀오기도 했다.

선수 기용에 따른 아쉬움도 있었지만 325타수에서 102개의 삼진을 당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진이다. 비율로 따지면 최준석이 당한 아웃 카운트 중 무려 42.5%가 삼진이었다는 뜻이다. 아무리 장타를 노리는 유형이라지만  325타수에서 100개가 넘는 삼진을 당하는 타자는 결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최준석은 속구 타율이 0.329에 달했지만 대부분의 변화구에서 1할대 혹은 2할대 초반의 타율에 그쳤다.

최준석의 공식 포지션은 1루수이고 2010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최준석은 커다란 몸집 때문에 수비에서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실제로 최준석은 작년 시즌 1루수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바꿔 말해 최준석이 타격에서 공헌을 해주지 못한다면 1군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뜻이다(이는 지난 2년 동안 두산의 홍성흔이 겪었던 딜레마이기도 하다).

2014년을 앞두고 롯데와 4년 계약을 체결한 최준석은 2017 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얻는다. 비록 포지션의 불리함이 있지만 2014~15년의 활약을 재현해 준다면 충분히 2번째 FA에서도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만큼 2017년의 활약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빅보이' 이대호의 복귀로 천군만마를 얻은 타선에서 최준석마저 부활에 성공한다면 롯데의 2017년 전망은 훨씬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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