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죄를 아뢰옵니다.." 신라 지방관리 나무막대 보고서

박정호 2017. 1. 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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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없던 시절 소나무 다듬어 기록
6세기'목간' 23점 공개..'4면목간'도
당시 행정·율령체계 유물로 첫 확인
6세기 중반, 561년 무렵이었다. 백제와 대치 중인 신라는 물적·인적 자원을 경남 함안군 일대에 집결시켰다. 쌀·보리·피 등 다른 지역에서 걷은 물품은 물론 방어시설을 지을 인력도 여러 곳에서 동원했다. 당시 진내멸이라는 지방의 촌주가 중앙(경주)에서 파견된 고위 관리에게 잘못된 법 집행을 아뢰는 보고서를 올렸다. 이타리라는 사람이 60일 동안 일하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단지 30일만 채우고 떠나간 것에 대해 사죄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신라 법흥왕이 반포한 율령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함안 성산산성 사면목간. [사진 문화재청]
종이가 없던 시절, 촌주는 보고서를 길이 34.4㎝, 두께 1.0~1.8㎝의 소나무에 적었다. 이른바 목간(木簡)이다. 나무를 길게 잘라 네 면을 다듬고, 그곳에 총 56글자를 기록했다. 중앙에서 내려온 상급 관리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신라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지방에 강하게 미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요즘으로 치면 법치주의, 신라의 율령체계가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6세기 신라의 지방지배 및 조세 체계를 엿볼 수 있는 목간이 처음 확인됐다. 문화재청 가야문화재연구소는 561년 축성된 함안 성산산성에서 2014~2016년 새로 발굴한 목간 23점을 4일 공개했다. 그 중 네 면 모두에 글자가 기재된 사면목간이 주목된다. 나머지는 1면, 혹은 2면 목간이다. 내용 또한 어디에 사는 누군가가 어떤 물건을 보낸다는 꼬리표(하찰목간) 같은 게 대부분인 것에 비해, 이번 사면목간은 보낸 이와 받는 이, 보고 사실을 두루 갖춘 행정문서 형식을 취했다. ‘□법 30대’ ‘60일 대법’ 등 신라의 율령이 구체적으로 기록됐고, 경주 중앙정부의 관등명인 ‘대사(大舍)’도 확인됐다.

목간은 고대사회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총 1289점이 발굴됐다. 성산산성은 국내 최대 목간 출토지다. 1991년 첫 발굴 이후 308점이 나왔다. 가야문화재연구소 김용민 연구관은 “6세기 신라의 행정체제를 보여주는 목간이 나온 건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주보돈 경북대 교수는 “신라 율령체계의 전개·발달과정을 보여주는 성산산성 최고의 목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시 일본 와세대 교수는 “일본에선 이런 형식의 목간이 7세기에 많이 제작됐다. 신라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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