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같은 캐릭터라 설정도 벌레", 성 소수자가 벌레라는 당신께
[오마이뉴스 글:하지율, 편집: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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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리자드가 공개한 <오버워치> 코믹스 <성찰> 중의 한 장면. <오버워치> 속 캐릭터 중 한 명인 트레이서는 레즈비언이라는 설정이 밝혀졌다. |
|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
이 공식만화에서 <오버워치>의 캐릭터 트레이서는 연인 에밀리에게 스카프를 선물로 주고 키스를 나눈 뒤 함께 윈스턴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트레이서와 에밀리는 여성이다. 즉 트레이서는 성 소수자이다. 블리자드는 해외 게임 매체 <코타쿠>(Heather Alexandra, Our Thoughts On Overwatch's Tracer Being Gay, <Kotaku>, 12월 20일)를 통해, "사람들의 성격, 정체성, 배경은 다양하기에 실생활처럼 가상 세계도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오버워치>가 사람들을 환영하고 포용적으로 느껴지기를 원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과거, 트레이서의 게임 내 승리 포즈가 지나치게 '섹스 어필'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블리자드는 이런 지적을 수용하여 트레이서의 자세를 수정한 바 있다.
게임에 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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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워치>의 트레이서는,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밝힌 첫 성 소수자 영웅이 됐다. |
| ⓒ 블리자드 코리아 |
게임에서 또 다른 '내'가 되어 동료들과 한 판 놀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한 시야까지 공유할 수 있다니! 좋은 게임 기획자와 게이머란 어쩌면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지 성찰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성찰>이 모든 나라에 공개된 것은 아니다. 동성애를 향한 반감이 심한 러시아, 중국, 중동 등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바꿔 생각해보면 한국에 <성찰>이 공개된 건 젠더나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한국이 '최소한의 포용성'은 보여주리라는 신뢰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 국내 반응은 어땠을까. "벌레 캐릭터 아니랄까 봐 설정도 벌레 같은 것 좀 봐라" 같은 혐오 반응을 시작으로, "최고다 트레이서! 개인과 개인의 사랑이 뭐가 그렇게들 아니꼽죠?"라는 옹호 반응, "어차피 0과 1로 이루어진 가상세계. 게임을 하는데 밸런스 지장 없음" 같은 무미건조한 반응까지. 팬들의 견해는 각양각색이다.
소수자에 대한 인정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기에, 아직 우리나라는 과도기인 것 같다. 소수자란 단순히 수적으로 적은 사람 혹은 사람들을 일컫는 개념이 아니다. 특정 사회의 지배 질서에 종속된 모든 사람을 말한다. 가령 백인 중심 사회에서는 유색인종이 소수자,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여성이 소수자,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는 장애인이 소수자이다. 또,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인간 중심 사회에서는 동물이 소수자일 수도 있다.
한 사회 또는 사람에게는 다양한 차원의 소수자성이 존재할 수 있다. 성적 지향도 그 일부다. 소수자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지배질서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의식과 불편 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시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간성을 얼마나 상상해낼 수 있고 또 인정할 수 있는지에 따라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은 가늠된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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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으로 복귀한 과거의 전쟁 영웅 아나. 그 역시 여러가지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이다. 그리고 그러한 속성들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게임에서 표현되었다. |
| ⓒ 블라지드 코리아 |
그는 여성, 노인, 유색인종이며 한쪽 눈이 실명된 장애인이다. 젊었을 적 오버워치 부사령관이자 유능한 저격수였던 그가 전장에 복귀했다. 최근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아나는 '팀에 가장 필요한 영웅' 2위에 뽑혔다(관련 기사: 심해 탈출을 위한 '키플레이어', 이 영웅을 익혀라!). 또한, 루시우라는 발랄한 캐릭터도 있다. 그는 유색인종이자 빈민가 출신이며 재개발과 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뮤지션 '운동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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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저들도 <오버워치>의 영웅 23명 중 더 많은 소수자들을 찾아내보자. (블리자드 이미지 재가공) |
| ⓒ 블리자드 코리아/하지율 |
이처럼 <오버워치>에는 인종, 국적, 계층, 세대, 성별, 종교, 종, 기술, 직업 등 다양한 차원의 개성을 캐릭터에게 부여하려는 기획자의 고민을 담고 있다.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한 맵과 다양한 문화권의 특성을 반영하는 캐릭터 스킨, 대사들까지 더해져 무한한 조합의 경우의 수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게임의 다양성은 극대화된다. 탄탄한 게임성 위에 '덕질'과 2차 창작 욕구를 부르는 세계관, 애니메이션과 코믹스까지. 흥행을 피해 갈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오버워치>는 '다양성만을 위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오류에 빠지자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들의 개성을 중구난방 두지 않고 '팀 경기'의 규칙과 공동 임무로 수렴시킨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하나가 여럿이 되고, 여럿이 하나가 되는 황홀함을 경험한다. 다양성과 보편성. 두 조건을 성공적으로 조화시키는 공동체야말로 승리하는 공동체라는 교훈을 <오버워치>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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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워치의 캐릭터 D.Va(디바 A.K.A 송하나) |
| ⓒ 블리자드 코리아 |
현실의 모든 다툼이 사라지고 게임 속에만 존재하는 형태로 바뀌는 세상, 가상 세계의 정의가 현실에서도 실현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올까. 적어도 가까워질 수 있도록 작은 실천들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뭐가 있을까. 경쟁전에서 팀원들과 조합을 맞추는 연습, 보이스 채팅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희롱하지 않기, 지고 있다고 일희일비하며 서로 헐뜯지 않기, 앞으로 블리자드가 또 공개할 성 소수자 영웅들 환영하기 등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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