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미의 취향저격 상하이] <19> 대문호 루쉰과 장아이링의 옛집을 찾아서
2016. 12. 7. 00:01

옛집을 소개하기 전에 두 작가의 삶과 작품부터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혁명가를 자처한 루쉰은 계몽주의적 사회소설을 썼고, 소시민을 자처한 장아이링은 유미주의적 작품을 썼다. 루쉰은 한 외국인이 운영하는 서점을 500번이나 다녀간 독서광이었고, 장아이링은 헐리우드 영화와 현대식 영화관을 사랑했다. 그들의 기호는 작품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루쉰은 마르크스 레닌 주의에 영향을 받은 에세이를 많이 남겼고, 장아이링의 소설에는 늘 남녀간의 사랑과 결혼, 극장과 카페가 등장한다.


루쉰은 1936년 상하이에서 생을 마쳤다. 그는 사후부터 지금까지 중국 리얼리즘 문학의 대가, 위대한 혁명 사상가로 14억 중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왔다. 반면 장아이링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어두운 골방에 묻혀야 했다. 1952년 홀연 미국으로 떠난 뒤, 반공작가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물론 타이완과 홍콩에서는 그녀의 작품이 꾸준히 재판되어 인기를 누렸다. 장아이링은 미국에서 별다른 작품 활동 없이 평화롭게 지내다가 1992년 LA에서 영면했다.

생가는 한적한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3층 규모의 아담한 현대식 집이다. ‘루쉰의 옛집(魯迅故居)’이라고 쓰인 간판은 소설가 바진의 글씨다. 안쪽에서 입장권을 8위안에 구입할 수 있는데, 보존을 위해 관람객이 제한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부터 20분마다 최대 10명까지만 관람이 가능하다. 안내인이 동행하며 중국어로 설명해주었고,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았다.

루쉰은 2층 침실에서 7권의 산문집을 쓰고, 4권의 외서를 번역했다. 방에는 그가 쓰던 실제 책상과 펜, 원고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침대 역시 루쉰이 숨을 거둔 바로 그 침대다.


루쉰의 고향 샤오싱(紹興), 루쉰이 대학교수로 있던 베이징에도 그의 옛집이 있지만, 복원상태는 상하이 옛집이 가장 훌륭하다고 한다. 루쉰의 아내가 이 집에서 실제 쓰던 가구와 물건을 그대로 보관했다가 기증한 덕분이다. 그래서인지 꾸며진 박물관과 달리 실제 사람이 사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루쉰의 흔적을 좀더 느끼고 싶다면 문학인의 거리 ‘둬룬루’에 자리한 네이산 서점(內山書店)으로 가보자. 루쉰이 평생에 걸쳐 500번 이상 방문해 1,000권 이상의 책을 사갔다는 곳이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 일반인이 거주해 내부 관람이 불가하다. 다행히 1층에 장아이링의 작품을 테마로 한 컬러풀 카페(Colorful Cafe)가 있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열렬히 장아이링의 작품을 탐독하는 이들을 흔히 ‘장미(張迷)’라고 한다. 장미는 장아이링의 열혈 팬을 지칭하는 말이다. 카페 주인 역시 장미 중의 장미다. 주인은 홍콩에서 그녀의 친필 원고와 초상화를 직접 구해와 카페에 전시해뒀다. 카페 안에서 장아이링의 전집과 그녀가 쓴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또 한 사람의 장미를 만나려면 위위안(豫園) 근처의 올드 상하이 티하우스(Old Shanghai Tea House)도 가보자. 이 찻집 주인은 상하이의 고서적 시장에서 장아이링이 쓴 영화 시나리오 ‘타이타이 만세(太太萬歲)’를 발견했다. 원고 친필본과 함께 장아이링이 직접 그린 삽화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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