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떼어내는 현대차

김기환 2016. 11. 2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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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에 미쉐린 제품 장착
한국타이어, 고급차서 밀려 큰 타격

#1. 22일 경기도 김포항공산업단지에서 열린 ‘그랜저 IG’ 출시 행사에서 또 하나의 화제는 타이어였다. 신차 타이어엔 선명한 ‘미쉐린’ 로고가 박혀 있었다. 1986년 1세대 모델을 출시한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수입 타이어를 기본 장착한 것이다. 신차는 18·19인치 타이어에 미쉐린, 17인치 타이어엔 금호·넥센 타이어를 달았다. ‘국내 1위’ 한국타이어는 LPG 모델 18인치에만 장착했다.

#2. 지난 1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자리에서도 타이어가 이슈가 됐다. 미쉐린 타이어를 기본 장착한 데 대한 언론의 질문이 쏟아졌다. 현대차는 과거 신차에 국산 타이어를 적용하며 “국산 타이어 품질이 충분히 뛰어나다”고 홍보했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친환경차는 타이어가 중요하다. 국산 타이어 수준도 높지만 이미 성능·연비가 검증된 미쉐린 타이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타이어 결별의 신호탄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제네시스 EQ900’였다. 현대차는 에쿠스 후속작인 EQ900에 미쉐린·컨티넨탈 타이어를 기본 장착했다. 1999년과 2009년 출시한 1·2세대 에쿠스에 타이어를 공급한 한국타이어는 처음 고배를 마셨다. EQ900 같은 고급차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건 타이어 회사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고급차에 탑재한 사실 만으로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타는 차’란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 성능 문제도 있지만 고급차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수입 타이어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EQ900에서 시작한 현대기아차의 한국타이어 외면은 제네시스 G80과 G80 스포츠로 이어졌다. 올 초 출시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물론 6월 출시한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미쉐린을 선택했다. 기아차가 처음 선보인 친환경차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도 미쉐린을 탑재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매출의 약 30%가 신차에 공급하는 타이어다. 이 중 30~40%가 현대기아차인 만큼 한국타이어로선 타격이 만만치 않다.

자동차 업계에선 두 회사가 갈라선 배경으로 2014년 발생한 ‘제네시스 소음 논란’을 꼽는다. 2013년 출시한 제네시스(DH)에서 진동·소음이 많다는 불만이 나오자 현대차가 원인 분석에 나섰다. 조사 결과 제네시스에 장착한 한국타이어가 한 쪽만 마모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어가 한 쪽만 마모되면 차의 균형이 맞지 않아 진동·소음을 유발한다.

현대차 브랜드 최고급 모델인 제네시스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자 현대차는 지난해 3월 해당 차량 타이어를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시까지 팔린 4만3000대 타이어를 모두 교체하면 교체에 들인 비용은 7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후로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컨티넨탈 타이어를 기본 탑재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판매 중인 타이어를 전부 교체한 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현대차가 상황을 심각하게 봤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타이어는 2014년 자동차 공조장치 제조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현대차 주요 협력사다. 한국타이어가 사모펀드와 합작해 인수를 시도했다. 그러자 현대차가 반발했다. 단기 실적을 중요시하는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납품 단가가 오르는데다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였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인수를 강행했다.

한국타이어는 수입차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수년 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포르쉐 ‘마칸’, BMW ‘7시리즈’ 등에 신차 타이어를 공급했다.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 시승차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트랙마다 한국타이어 광고 간판을 설치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주요 고객사다.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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