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 떨어진 곳에서 정지 표적은 물론 이동 중인 인원까지 맞힐 수 있는 새로운 저격총이 인기다. 최근 미국 트래킹 포인트(Tracking Point)사가 개발해 올 4월 공개한 M1400 .338LM 저격총은 1400야드(1280m)에서 정지 표적과 최대 시속 32㎞로 이동 중인 표적까지 맞힐 수 있다. 구경은 8.58㎜로 기존의 저격총(5.56㎜ 또는 7.62㎜)보다 다소 크다. 총의 전체 길이는 114㎝, 총열은 56㎝다. 가격은 1정에 약 2000만원이다. 여기에 망원렌즈 등 부속품을 더 하면 값이 좀 더 올라간다.
오른쪽에서 바라본 `M1400` 저격총 모습. [사진 Tracking Point 홈페이지]
저격총(sniper rifle)은 이라크전쟁에서 전설적인 저격수의 얘기인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등장하는 스나이퍼들의 전쟁 종결 수단이다. 보병들의 근접전에서 가장 위험한 적을 저격총으로 먼저 제거하는 것은 나머지 전투를 효과적으로 마무리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보병들은 적과 마주 보며 교전하는 가운데 수백m에서 1㎞ 이상 떨어진 먼 곳에서 저격총으로 적을 하나씩 제거하고 나면 적 진지를 점령하는데 희생도 적고 훨씬 유리하다.
미국 남북전쟁이 배경인 영화 `게티스버그`(1993년)에서 `Whitworth`를 재현했다. [사진 영화화면 캡쳐]
사실 저격총이 전장에서 소개되기는 1850년대 남북전쟁 때부터다. 당시 영국제 휘트워스(Whitworth rifle) 소총이 1.8㎞ 거리에 있는 적을 겨냥해 맞추기도 했다.이후 저격총은 크리미아전쟁, 1ㆍ2차 세계대전, 6.25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사용됐다. 문제는 소총의 무게와 저격수의 훈련이었다. 멀리 쏘려면 저격총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고도로 숙련된 저격수가 필요했다. 한명의 저격수를 키워내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2011년 미군은 위체스터 매그넘 M2010저격총으로 180m에서 5㎝ 이내를 맞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미군 25사단 소속 보병이 저격총 `M2010`으로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신형 저격총인 M1400 .338LM의 가장 큰 특징은 래피드록(RapidLock)이라는 사격통제장치를 사용해 조준에서 사격까지 2.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탄도계산과 표적의 속도를 1초내 계산하고 전체적으로 2.5초 이내 사격할 수 있다. 래피드록은 진동과 충격, 기압, 습도, 온도 등의 환경변화에 따른 오차를 줄이기 위해 레이저로 총열의 기준체계를 조정해준다. 저격수가 이 총의 방아쇠를 조금 당기면 총의 사격통제장치가 영상안정화기능을 작동해 표적에 대한 초점을 잡아준다.
특히 이 총은 저격수의 생존성을 높여준다는 이점이 있다. 총의 몸체 위에 고정된 망원렌즈는 표적의 영상을 저격수가 착용한 안경으로 보내준다. 따라서 저격수가 머리를 엄폐물을 이용해 숙이고 있어도 사격용 안경을 통해 적을 볼 수 있고 사격도 가능하다. 적은 저격수를 볼 수 없지만 저격수는 숨은 상태에서 적을 보면서 사격할 수 있다.
저격총 `M1400`은 엄폐한 가운데 발사 가능해 저격수의 생존성을 높여준다. [사진 Tracking Point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이 총을 활용하면 과거처럼 저격수를 고도로 훈련시키지 않아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총의 자동화 특성 덕분에 최소한의 훈련과정만 이수해도 기존의 노련한 저격수 못지 않은 명중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총의 사격통제장치 덕분에 1280m에서 1.7㎝ 이내로 조준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에 따라 미 육군이 기존의 저격총과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 육군과 해병대는 이 저격총의 유효사거리가 짧은 모델인 구경 5.56㎜ M800과 7.62㎜ M800을 소총 분대에 사용해 전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군은 앞으로 이라크 등에서 IS와 싸우는데 활용할 전망이다. 북한군과 155마일 전선에서 마주보고 대치 중인 우리 군도 유사시 이런 종류의 저격총을 활용하면 소부대 전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