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로스트 인 더스트' 크리스 파인. 커크 함장을 내려놓고 과묵한 서부 사나이로 거듭나다.

김나현 2016. 11.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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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 역|크리스 파인
사진=메인타이틀픽쳐스
‘로스트 인 더스트’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미국 서부의 거친 남성으로 변신한 배우들의 열연이다. 극 중 완벽한 서부 사투리를 구사하며 무심하게 인종 차별 농담을 던지는 제프 브리지스, “사랑한다, 동생”이라는 짧은 대사와 눈짓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 벤 포스터 등. 그중에서도 단연 눈을 의심하게 만든 이는 크리스 파인(36)이다. 그가 연기한 ‘토비’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에서도 좀처럼 부담감을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남자다. 감정이 한 번에 폭발하지 않고 내면으로부터 천천히 끓어오르는 인물이다. 파인은 묵직하지만 과하지 않은 연기로 토비의 절박함을 포착해 냈다. 지금까지 그에게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이다. 그 얼굴은 ‘파인이 이토록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 싶을 만큼 신선하게 다가온다. 귀찮은 듯 대충 어기적거리는 걸음걸이부터 형 태너에게 시비 거는 불량배를 인정사정없이 ‘손보는’ 면모까지. 마치 실제 텍사스 거리에서 만날 법한 ‘잘생긴 서부 사나이’ 같았다. 흥미로운 것은, 투박한 겉모습 사이사이 착한 토비의 속내가 비죽 튀어나오는 순간이다.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일 때도 그의 눈은 미세하게 흔들린다. 파인은 그렇게 토비의 눈에 스친 죄책감까지 표현했다. 은행 직원에게 총을 겨눌 때의 어색한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파인은 “토비는 절망스러울 만큼 실패한 삶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말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리부트된 ‘스타트렉’ 시리즈(2009~) 속 커크 함장으로 기억한다. 파인은 2003년 TV 드라마 ‘ER’(1994~2009, NBC)로 데뷔해, 이후 ‘스타트렉’ 시리즈의 제임스 커크 역에 캐스팅됐다. 파인은 강인하고 정의로운 영웅을 모자람 없이 연기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스타트렉’ 시리즈 역시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모두 얻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에서 배우 개인의 연기력이 빛나기는 쉽지 않은 법.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 J J 에이브럼스 감독)에서는 “악역 존 해리슨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비해 연기력이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어쩌면 그의 빼어난 외모가 연기력을 가린 것은 아니었을까. 파인은 브래드 피트·톰 크루즈·브래들리 쿠퍼 등을 잇는 전형적인 ‘미남형’이다. 이러한 그의 미모는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빛을 발한다. 이 영화의 출연이 결정됐을 때, ‘저예산 작가 영화 출연’이라는 행보를 두고 의아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파인은 이렇게 응수했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일부러 찾아 나선 것은 아니다. 그저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로스트 인 더스트’에 대해 “내겐 어려운 시나리오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파인이 이 영화에 매력을 느낀 것은 “남성들의 이야기를 잘 그리는 맥킨지 감독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는 “‘로스트 인 더스트’는 우애 깊은 형제 관계를 완벽하게 그린 영화다. 이토록 나를 설레게 만든 작품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를 유연하게 넘나들 또 한 명의 배우를 발견했다. 파인의 차기작은 ‘원더우먼’(2017년 6월 2일 개봉 예정, 패티 젠킨스 감독). 그는 원더우먼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미군 대령 스티브 트레버 역을 맡았다. ‘로스트 인 더스트’로 더욱 깊어진 파인이 블록버스터에서 또 어떤 매력을 보여 줄지 벌써 기대된다.

글=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메인타이틀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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