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리포트] 생각을 어떻게 디자인하지? 막막할 땐 마인드맵을 그려봐

이연경.우상조 2016. 10. 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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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라는 주제로 꾸민 서울 마포청소년 문화의집 2층 벽 앞에 선 박규빈(왼쪽)·박예빈 학생.
여러분에게 디자이너란 어떤 사람인가요? 그들은 왠지 자유분방하고 솔직할 것 같습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사진도 잘 찍을 것 같죠. 그럼 디자이너 되는 법은 어떨까요. 의외로 캔버스나 붓은 필요 없답니다. 쌩쌩 돌아가는 머리만 있으면 누구나 ‘생각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으니까요.

디자인 씽킹이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기발한 생각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제부터 디자인 씽킹의 개념과 사례, 그리고 이를 이용해 공간 디자인에 도전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잘 읽고 모두 ‘엣지’ 있는 생각 한 작품씩 그려봅시다.

디자인 씽킹이란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 즉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개념은 미국 ‘비즈니스 위크’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 교수인 로저 마틴이 자신의 책 『Design of Business』에서 처음 사용했는데요. 마틴 교수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가들을 위해 디자인 씽킹이란 말을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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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아직 디자인 씽킹이 뭔지 아리송한 친구들이 많을 겁니다. 일단 간단한 테스트부터 해보죠. 종이에 컵 하나를 그려봅시다. 많은 사람들이 컵의 옆모습인 사다리꼴이 뒤집힌 모양의 도형을 그립니다. 그것이 가장 익숙하게 떠오르는 모양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그냥 원을 그렸습니다. 이것도 컵이에요. 컵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거든요. 이처럼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의 여러 면이 아닌 한 가지 면만 보려 합니다. 이는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 사물은 인식하려고 하는 두뇌의 본성에 따른 것이기도 한데요.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 씽킹이 힘을 발휘합니다. 디자인 씽킹은 자꾸 고정관념으로 빠지려는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고, 여러분이 깨닫지 못한 지식이나 상황을 향해 사고가 흐르도록 유도하는 생각법이거든요.
어떤 디자인 콘셉트로 벽을 꾸밀 것인지 토론하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마틴 교수가 말하는 디자인 씽킹의 세 도구를 소개합니다. 첫째는 ‘관찰’입니다. 거리에 나가 사람·가게·물건을 살펴보는 ‘타운 워칭’ 훈련이 이것의 한 방법이죠. 단, 누군가에게 “제가 보니까 버튼 하나를 계속 누르던데 휴대전화에 무슨 불만이 있나요?” 정도의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세밀하게 살피는 게 포인트입니다. 다음은 ‘상상’입니다.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끊임없이 떠올리는 겁니다. 이것이 터무니없는 공상에 그칠지 아니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될지는 다음 단계에 달렸습니다. ‘구성’ 단계에서는 제품의 프로토타입(기본 모델)을 만들거나 실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을 준비합니다. 마틴 교수는 이 단계에서 “동료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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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디어 상품들
여러분에게 ‘새로운 의자를 디자인하라’는 미션이 주어졌다고 가정해봅시다. 막막한가요? 미국의 가구 회사 허먼밀러는 디자인 씽킹을 통해 이 미션을 풀었습니다. 이 회사의 디자이너 도날드 채드윅과 윌리암 스텀프는 의자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죠. 특이한 점은 허리가 아파 자세를 고쳐 앉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습니다. 둘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의자를 만들기로 합니다. 당시만 해도 가구일 뿐인 의자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엉뚱한 것이었죠. 하지만 이 회사는 정형외과 의사들까지 회의에 참여시켜 기어코 의자를 생산해냅니다.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죠. ‘혁신 아이디어’의 사례로 의자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되기까지 했으니까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독특한 관찰력으로 주목받은 제품입니다. 이는 2007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한 바나나 우유의 이름인데요. 편의점 매대 위의 모든 바나나 우유가 노란색이었다면 이 제품은 진짜 바나나의 속살 색깔처럼 흰색이었습니다.

예쁜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일찌감치 관찰한데다, ‘기계에도 영혼이 있다’는 나름의 상상력을 잃지 않았던 애플은 2007년 그해 최고의 발명으로 꼽혔던 1세대 아이폰을 만들었습니다. 디자인보단 성능에 집중하고, 많이 팔리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웠던 대부분의 기업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죠. 이처럼 디자인 씽킹은 그전에는 없던, 정말 새로운 생각을 누구나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그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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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씽킹으로 공간 디자인에 도전한 학생들
우수진 학생이 ‘직장인의 꿈이 깃들어 있는 회사 건물들’이란 주제로 꾸민 5층 벽 앞에 섰다.
그렇다면 디자인 씽킹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봅시다. 서울 마포청소년문화의집에서 디자인 씽킹을 통한 공간 디자인에 도전장을 내민 15명의 학생들을 통해서요. 발단은 “2층 문화카페와 5층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앞 벽이 꾸밈 없이 텅 비어있어 삭막해 보인다”는 사람들의 제안이었습니다. 디자인에 참여한 마포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와 DVC 어린이공간디자인학교의 남지은 연구원, 학생들은 ‘꿈’을 주제로 벽에 그림을 그리기로 정했죠.

막막해하는 학생들에게 남 연구원은 마인드맵을 채워볼 것을 제안했죠. 남 연구원은 “상상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소개했습니다. 마인드맵은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면 이에 관한 다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도록 돕죠. 마인드맵에 적힌 키워드 중 ‘바다’, ‘몽환적인 느낌’ 등의 단어를 연결시켜 2층은 ‘꿈의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의 콘셉트로 벽을 꾸미기로 정했죠. 5층은 ‘직장인’, ‘회사’ 등의 단어와 연결시켜 ‘직장인의 꿈이 깃들어 있는 회사 건물들’로 콘셉트를 결정했습니다.

이제 구성에 돌입할 차례입니다.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사용할 재료의 종류와 색깔 등을 정하는 단계죠. 이를 위해 남 연구원은 학생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줬습니다. 학생들은 머릿속에 있는 그림의 느낌을 ‘따뜻한 분위기’, ‘무지개색’ 등의 키워드로 옮겨 포스트잇 위에 적어냈죠. 참고하면 좋을 이미지도 오려냈어요. 이를 모두 모으니 공통적으로 생각한 디자인이 발견됐죠. 2층은 파란색·노란색으로 신비감을 주고, 5층은 무지개색으로 발랄함을 더하는 겁니다. 재료는 학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로 통일하기로 했죠.

학생들은 꼬박 3일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다고 하네요. 도중에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요? 박예빈(서울 상암중 1) 학생은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박규빈(서울 상암중 1) 학생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죠. 하지만 “책에서 피상적으로 배웠던 ‘배려심’, ‘협동심’ 등을 실제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우수진(서울 동도중 1) 학생은 “마인드맵·포스트잇 등을 통해 정리되지 않은 의견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이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죠.

이처럼 디자인 씽킹은 여러분이 재밌고 즐겁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만 복잡해지는 게 아니냐고요? 그래도 멈추지 말고 생각의 길을 계속 따라 걸어보세요. 걷고 또 걷다보면 진짜 내 생각과 딱 마주칠 겁니다. 그때의 짜릿함은 그동안의 괴로움을 싹 잊게 할 정도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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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씽킹의 사례
뉴욕 센트럴 파크

디자인 씽킹 내용: 공원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차량 통행을 허용할 방법을 구상함.

결과: 1857년 열린 이 공원 계획을 위한 공모전에서 지하 도로를 상상해낸 팀이 우승.

버지니아 대학교

디자인 씽킹 내용: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 민주주의 정신을 대학 건물에 반영할 방법을 상상함.

결과: 작은 건물들이 중앙을 둘러싸고 오밀조밀 배치된 모습으로 지어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

이케아

디자인 씽킹 내용: 매장 직원이 충분치 않아 불만에 찬 고객들이 직접 창고로 몰려갔던 사건을 관찰함.

결과: 전시장에 카탈로그를 배치하고 고객이 직접 물건을 고르는 현재의 판매 방식이 탄생함.
서브웨이

디자인 씽킹 내용: 1990년대 웰빙 열풍으로 음식에도 건강함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관찰함.

결과: 신선한 식자재를 사용한다는 광고로 맥도날드·버거킹 햄버거를 사먹었던 소비자를 유인함.

무인양품

디자인 씽킹 내용: 값비싸고 화려한 장식의 상품을 불필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관찰함.

결과: 과도한 장식을 버리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생활용품 브랜드를 만듦.

글=이연경 프리랜서 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참고 도서=『디자인 씽킹』 『디자인 씽킹, 경영을 바꾸다』 『씽킹 브레이커』 『컨셉 잘 찾는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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