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줄만 알았던 성룡, 변한 모습 보고 확신했다
[오마이뉴스 글:이정혁, 편집:손화신]
코흘리개를 벗어나 세상에 조금씩 눈뜨던 그 시절, 사내아이들의 초유의 관심사는 누가 더 강한가였다. 태권브이 대 마징가에서 시작된 대결구도는 람보와 코만도(영화 제목이었으나 우리 모두는 아놀드를 코만도라 불렀다)를 거쳐 해병대 간 삼촌과 공수부대 사촌형까지 불러 세웠다. 각자의 논리와 이유를 대며 목에 핏대를 세우다 결국은 주먹다짐이나 며칠간 말 안하기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막을 내리곤 했다.
그 중에서도 지지하는 진영에 따라 거품을 물고 끝까지 설전을 벌인 끝판왕이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이소룡 대 성룡이었다. '아뵤' 기합소리와 함께 한두 방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이소룡과 달리, 때린 만큼 맞아야 정신 차리는 성룡은 왠지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가 생각나서 나는 늘 성룡을 편들었다.
사실 호랑이 눈매를 가진 이소룡은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맞아도 늘상 싱글벙글 웃는 성룡에게서는 동네 형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성룡의 영화를 한두 편 보면서 성룡이 이소룡을 이기리라는 믿음은 견고해졌다. 물론, 이소룡의 <용쟁호투>에 성룡이 단역 배우로 나와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건 나중에 철들고 안 사실이다.
나의 영웅, 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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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룡-홍금보-원표가 출연한 1983년 작 <프로젝트 A> |
| ⓒ 조이앤클래식 |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룡하면 <취권>부터 떠올리는데 내가 가장 먼저 그를 만난 것은 <쾌찬차>와 <프로젝트 A>라는 영화였다. 성룡의 편을 들던 부잣집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대여용 비디오가 아닌 영구 소장용 비디오가 있었기에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었다. 서양에 삼총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황금트리오(성룡-홍금보-원표 세 사람을 말함)가 있었고, 그들이 힘을 합쳐 싸우면, '메칸더 브이'도 울고 갈 정도였다.
중학교에 진학하며 극장이라는 곳을 마음껏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성룡은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었는지, 동양 문화권의 끈끈한 교감 탓이었는지, 명절 때마다 새로운 영화를 들고 찾아오는 예의 바른 그를 우리는 한없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명절상을 물리자마자 독서실 가서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고 극장으로 달려가던 그 시절에 기억 남는 영화는 <용형호제2>와 <미라클>같은 작품이다.
그 당시 극장은 지정좌석제가 아니었다. 극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좌석을 확보하기란 체격에서 밀리는 중학생 녀석들에게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극장 측에서 마련해둔 통로용 보조 의자라도 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고, 가끔은 서서 볼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한 번 관람하고 나면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틈을 타서 얼른 좌석에 앉는다. 성룡 영화는 그렇게 최소 두 번 이상 봐야만 기다림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었다.
<폴리스 스토리>, 날 것 그대로의 '성룡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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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폴리스 스토리> |
| ⓒ 공식포스터 |
이 영화는 성룡이 두 번째로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다시 한 번 벽에 부딪히고 홍콩으로 돌아오자마자 작심하고 만든 영화다. 이미 <프로젝트 A>의 시계탑 장면을 통해 대역 없는 액션배우라는 이미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던 그였지만, 할리우드식 촬영 방식은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이 영화를 성룡 최고의 영화로 꼽는 이유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맨몸으로 하는 액션을 가장 폼나게, 가장 리얼하게, 가장 완벽하게 선보인 초창기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 부분의 판자촌을 관통하는 자동차 추격신부터 우산 하나로 버스에 매달려 범인을 좇는 장면, 마지막의 대형 쇼핑몰에서의 격투장면은 보는 이들의 손을 흥건히 적시고도 남았다. 20여 년 전에 만든 영화지만 지금 봐도 탄성이 절로 나는 이유는 뭐니 해도 그것이 날것 그대로의 액션이기 때문이리라.
거기에다 성룡은 이 영화에서 기존의 코믹했던 이미지에서 살짝 벗어나는 시도를 한다. 함정에 빠져 국장을 인질로 잡고 나오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악당을 향해 분노의 일격을 가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기존의 착하기만 하던 이미지의 성룡과는 다른 모습(굳이 비유하자면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한 성룡이랄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만든다. 저 정도면 당연히 이소룡을 이기고도 남으리라고.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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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스 스토리 2014> |
| ⓒ UPI코리아 |
이제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성룡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 같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며 일부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역을 쓴다고 쿨하게 말하기도 한다. 영화 찍다 죽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액션스타가 실은 주사맞기를 가장 무서워하고, 사람들에게 숱하게 사기도 당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를 만인의 친구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의 영화에 대한 신념은 단순하지만 확고하다."우리는 왜냐고 묻지 않는다. 그저 죽기 살기로 할 뿐이다." 그를 따거(큰 형님)라 부르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는 행복한 마음으로 죽는 날까지 영화를 촬영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룡을 나는 마음속으로나마 평생토록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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