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본사서 일하는 첫 한국인 이준영씨
7남매의 막둥이로 태어나 경남 김해 산골짜기에서 자란 촌뜨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산으로 전학을 가서야 4차로를 처음 봤다. 하루에 서너 번 버스가 다니던 고향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었다. 마산 경상고를 다니며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 그는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부산대(전산학과)를 선택했다. 당시 스탠퍼드·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미국 명문대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구글코리아와의 프로젝트 협업을 위해 한국에 출장 온 이준영 매니저가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직원 휴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누리는 자유만큼 책임을 다해야 구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임현동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15/joongang/20161015010904311ekza.jpg)
이 매니저는 “당시 최고 인터넷 기업은 야후였고 구글은 야후의 하청업체와 같은 위치였다”며 “그러나 구글과 함께 일해 보니 검색 품질이 야후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발자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해 무작정 입사 원서를 들이밀었다”며 “사실 당시에는 구글이 망하지 않기를 바랐지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웃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플렉스는 대학 캠퍼스처럼 꾸며져 있다. [사진 구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15/joongang/20161015010904548aywa.jpg)
그가 꼽은 구글의 성공 비결은 개방성과 자율성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개하는 데 익숙하다. 예컨대 매주 목요일 열리는 ‘TGIF’ 행사에서 직원들은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등에게 회사 정책에 대한 칭찬과 격려는 물론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직원들은 이처럼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내가 구글의 주인이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이는 업무에 대한 열정과 몰입으로 이어진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피드백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평가 시스템도 구글의 강점이라고 이 매니저는 생각한다. 상사 한두 명이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입체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모두 결과에 수긍한다. 무엇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에 내가 이룬 성과와 문제점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구글에서 ‘스펙’과 ‘프로필’ 대신 열정·능력이 성공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도 이런 문화가 뿌리 내렸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볼링장을 비롯해 당구장·수영장 등을 근무 시간 중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 구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15/joongang/20161015010904731aszm.jpg)
![회사가 식사와 각종 간식을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사진 구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15/joongang/20161015010904924mmze.jpg)
요즘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분기에 한 번씩 한국으로 출장 올 때마다 글로벌 IT 인재를 꿈꾸며 공부하는 청소년·대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강의와 미팅 등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시행착오 등을 알려 젊은이들이 나아갈 길을 개척하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다. 2014년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냈는데 이를 보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들의 e메일에는 충고와 애정이 담긴 답장을 잊지 않는다. 수익금 전액은 청소년들의 IT 교육을 위해 쓰고 있다.
이 매니저는 “시골에서 자랐고 학창 시절 소심하게 지내다 보니 누군가 나를 끌어주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조금이라도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 경험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S BOX] 직원 150피트(46m) 이내에 무료음식 두는 ‘150 법칙’
「구글에는 ‘150의 법칙’이라는 독특한 철학이 있다. 직원들의 150피트(약 46m) 이내에 반드시 음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사인 미국 마운틴뷰 ‘구글플렉스’에는 25개의 카페테리아·푸드트럭·스낵바 등이 있고 직원들은 이를 무료로 이용한다. ‘20% 룰’도 있다. 근무 시간의 20%는 현재 맡은 업무와 관계없이 해보고 싶은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일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G메일·애드센스 등 구글의 핵심 서비스가 이를 통해 탄생했다. 당구장·수영장·게임기 등을 이용하거나 수면용 의자에서 낮잠을 즐겨도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최고 수준의 보육시설과 애견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덕분에 구글은 올해까지 5년 연속 포춘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에 올랐다.
입사는 결코 쉽지 않다. 매년 입사지원서를 내는 사람은 300만 명. 이 중 0.23%인 7000여 명만이 채용된다. 10차례가 넘는 면접을 거쳐야 하며, 매번 다른 질문과 평가로 지원자를 심사한다.
입사하더라도 냉혹한 인사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분기마다 성과 측정이 이뤄지며, 하위 5%에게는 주의가 내려진다. 이후 성과가 향상되지 않으면 담당 업무를 변경하거나 구글을 떠나야 한다. 연차를 기준으로 승진시켜주거나, 연봉을 올려주는 일은 없다. 최근까지 구글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을 지낸 라즐로 복은 자신의 저서에서 “구글은 차별화한 가치를 제시하고,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며, 겸손함과 성실함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마운틴뷰(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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