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되짚기 2015] 수백억 투입되는 軍 골프장, 예비역·민간인 여가시설로 변질
정부가 연간 700억원 이상 예산 투입하지만 현역군인 이용률은 20% 수준“군인 복지 예산이 예비역 여가활동 보조금으로 전용되는 꼴”
강원도 동해시 용정동에 위치한 해군 동해 체력단련장(골프장)은 9홀 규모에 불과하지만, 바닷가를 접하고 있어서 이 지역에서는 인기가 좋다. 2006년 개장한 이 골프장은 새벽 라운딩을 하면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골프장 우측 바닷가를 따라 해송(海松) 수림이 조성돼 있고, 백철쭉과 연산홍 등 계절 꽃으로 조경이 이뤄져 있어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해군이 이 골프장을 짓는 데에는 4년 이상이 걸렸다.
평일 오전 이 골프장에서는 60대 부부 몇 쌍이 팀을 이뤄 골프 라운딩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해군 고위직을 지낸 예비역 대령이나 제독 출신들이 부부 동반으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절차가 번거롭지만 골프 라운딩을 하는 데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다. 20년 이상 근무한 예비역들은 등록만 하면 회원으로 가입이 되기 때문에 회원 이용료(1인당 1만8000원·2016년 현재)으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이 골프장은 회원이 아닌 민간인에게도 개방되는데, 이용료는 5만원(휴일 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 골프장 직원들은 인근 지역 유지들과 해군 고위급 출신 예비역들의 예약 문의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전국 각지에 운영되는 33개 군 골프장은 운영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와 같은 형편이 비슷하다. 장병 복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매년 수백억원씩 골프장 운영 예산을 대고 있지만, 상당부분의 혜택이 현역 군장병이 아니라 예비역 고위 간부들과 민간인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 군 골프장 이용자 3분의 2 이상은 예비역과 민간인
군 골프장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근거는 군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제정된 군인복지기본법이다. 이 법에서는 군 골프장을 ‘군인의 체력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해 설치된 시설’에 포함시키도록 해놨다. 이 법 조항을 근거로 정부는 2015년 ‘군 골프장 운영 사업 수정계획’에서 811억원 9500만원을 예산을 배정해 733억원 4700만원을 집행했다. 골프장 한 곳 당 약 10억~40억원 가량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육, 해, 공군 중 군 골프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공군이다. 33개 군 골프장 중 14곳이 공군 골프장이다. 광주, 광주, 사천, 김해, 원주, 수원, 대구, 성남, 예천, 청주, 강릉, 충주, 서산, 오산 등 어지간한 공군 기지 주변에는 골프장이 조성돼 있다. 해군도 진해, 평택, 동해 등 주요 기지 주변에 골프장을 갖추고 있다.
공군과 해군이 기지 주변에 골프장을 짓고자 하는 것은 비상대기가 많은 특성 탓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한다. 전투기와 함정이 작전상 비상 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직면하면 군 간부들이 30분 이내 부대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기지 주변에 골프장을 운영해야 현역 군인들의 여가 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가 국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군 당국의 이 같은 설명은 궁색해 보인다.
군 골프장 이용자 중 현역 군인 비율은 2012년 22.3%, 2013년 17.2%, 2014년 14.0%까지 떨어진 후 2015년 22.7%로 반등했지만, 여전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예비역 비율은 2012년 19.3%에서 2015년 23.4%로 올라와 있다. 이에 비해 비회원(민간인) 비율은 2012년 43.6%에서 2015년 39.6%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군 골프장 이용객의 70% 이상은 예비역과 민간인인 셈이다.
◆ “軍 사업예산으로 예비역 골프 운동 보조하는 꼴”
국방부와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군 골프장의 예비역과 민간인 이용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현역 군인들의 평일 골프장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예산을 투입해 골프장을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 않은 것 보다는 예비역과 민간인들의 평일 이용을 장려하는 것이 수익구조를 놓고 보면 이득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정처는 군 골프장이 현역 군인에 비해 예비역의 골프장 사용을 촉진하는 각종 우대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률이 낮은 현역보다 예비역과 민간인 이용객을 끌어들여 수익을 올리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같이 현역 군인의 이용률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군 골프장에서는 현역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휴일을 ‘예비역의 날’로 지정해 팀당 예비역 2명이 포함돼야 라운딩을 할 수 있는 예비역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현역 군인이 체력 단력과 유지라는 군 골프장 설치 및 운영 목적에 비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군 골프장은 수익성은 어떨까? 예산정책처가 지난 2015년 군 골프장에 투입된 정부 예산을 이용자 인원수로 나눈 1인 당 지출액은 각 골프장 당 2만8000원에서 5만2000원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군 골프장들이 회원들에게 부과하는 이용료는 1만3000~1만7000원으로 1인당 예산 지출액을 크게 밑돌았다. 육, 해, 공 군별로 차이가 있지만, 골프장 회원은 현역군인(이하 배우자 포함)과 근무연수 20년 이상 예비역 등이 자격이 있다. 현역 군인의 체력 증진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현역 군인이 아닌 예비역에게 보조금 형태로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1인당 예산 지출액에 비해 낮은 이용요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면서 군 당국이 2016년 이용료를 1만8000~2만4000원으로 인상했지만, 인상된 이용료조차 1인당 예산 지출액보다 낮은 수준”이라면서 “현역 군인을 위한 예산이 예비역과 일부 민간인들에게 전용되는 문제점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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