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 원로 "의심하고, 질문하고, 소통하라"

김민상 2016. 10. 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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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일본 이바라키현 피폭2002년 미국 오하이오주 원전 사고직원 안전교육 중요성 보여줘원전은 예리한 칼, 잘 관리하면 편리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이사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쓰우라 쇼지로 일본원자력안전추진협회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경주의 한 호텔에서 원전 안전의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매뉴얼만 따른다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 원전 안전규제를 책임지는 마쓰우라 쇼지로(松浦 祥次郞·80) 원자력안전추진협회(JANSI) 이사장이 최근 한국을 찾아 원전 안전을 위한 원칙을 설명했다. 원자력공학 연구원 출신인 마쓰우라 이사장은 2000년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이 분야의 원로다. 그는 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이사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일본원자력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에서 일어난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일본의 핵연료가공회사인 JCO 사업소에서 두 가지 종류의 우라늄을 한꺼번에 섞으면서 핵분열이 시작돼 폭발 직전까지 갔다. 직원 2명이 사망했고, 시설 반경 10㎞ 내의 주민 31만 명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일본에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버금가는 사고로 기억된다.
마쓰우라 이사장은 “당시에 두 물질을 균일하게 혼합하라는 지침은 있었지만 ‘한꺼번에’ 섞으면 안 된다는 안전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본의 원전 전문가로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깊이 반성한다”며 “앞으로는 원전 내 시설이 침수되지 않도록 몇 중의 방수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안전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을 위해서는 원전 관련 종사자의 질문하는 자세와 신중한 접근, 문제 발생 시 빠른 소통을 강조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2002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를 소개했다. 붕산 누출로 원자로가 부식돼 축구공만한 구멍이 난 상황을 직원들이 수년 동안 알아채지 못한 경우다. 1cm만 더 부식됐다면 원자로가 녹는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원전 운영은 2년간 중지됐고 복구 비용으로만 수조원이 들었다.

그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에 부식으로 평상시보다 많은 물질이 나와 교체 주기가 빨라졌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매뉴얼대로만 행동했다”며 “미국에선 이 사고를 계기로 질문을 장려하는 안전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미리 정한 매뉴얼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만이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소지가 발견됐을 때 실무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상급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경주 지진으로 가동을 멈춘 월성 1~4호기에 대해 마쓰우라 이사장은 “일본 규슈에서 규모 7.3인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인근 센다이 원전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관련 기준에 따라 계속 가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준에 맞춰 원전을 수동 중지시킨 것이라면 재가동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쓰우라 이사장은 “예리한 칼처럼 무섭지만 잘 관리하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원자력”이라며 “일반인들이 원자력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교육하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원전 업계의 원로 마쓰우라 JANSI 이사장이 말하는 안전 비법

「① 항상 질문하는 자세를 가져라 직원들이 상사에 질문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라

② 엄격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라 지나친 과민 반응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③ 문제가 생길 때 항상 소통하라 기존 매뉴얼로 만든 교육 과정에서 전달되지 않은 내용도 있다」

경주=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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