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한때 빈필도 왔었지"
‘김영란법과 함께 2만5000원짜리 공연 티켓도 등장’. 굉장한 촌극이라도 벌어진 듯하다. 두 장 합쳐 5만원이다. 고위 공무원, 대학 교수, 언론인에게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엔 절박한 사연이 있다. A급 외국 오케스트라가 2회 내한 공연하면 개런티로 5억원쯤 받는다. 여기에 항공료·숙박비 등을 더하면 공연 여는 데 10억원 넘게 든다. 이 돈을 어떻게 거둬들일까. 티켓 수익으로? 알려진 대로 비싼 좌석은 40만원이 넘기도 하지만 싼 티켓은 5만원짜리도 있다. 이제 공연 기획자들의 계산법을 따라가 보자. 1~3층 모든 좌석의 평균을 15만원 정도로 잡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500석이 매진되면 3억7500만원. 기를 쓰고 2회 공연을 매진시키면 7억5000만원 . 매진은 꿈같은 얘기지만 그래도 본전이 안 된다.
많게는 1억~2억원, 또는 몇 천만원씩 후원하는 기업이 공연 성사를 좌우한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연 회사는 후원 기업에 후원금의 30% 정도를 티켓으로 준다. 기업은 이를 고객들에게 나눠주거나 마케팅에 쓴다. 고객 중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부지기수다. 바로 이 부분에서 빨간불이 들어왔고 2만5000원 티켓이라는 과도기적 해법이 나왔다. 티켓 판매에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기업 후원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후원 방식은 완전히 정상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국내 청중 규모에만 맞췄다면 불가능했던 수많은 공연이 그 덕분에 열렸다.

지금 클래식 공연장은 의도치 않은 직격탄을 맞았다. 묘안이 없으면 해외 연주자, 연주 단체의 국내 공연은 불가능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베를린필·빈필도 한국에 왔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고하게 되는 날이 올 거다. 논의할 문제가 쌓여 있다.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은 필요한가? 기업의 클래식 공연 후원에 나라가 혜택을 줘야 하는가? 문화 접대는 예외로 해야 할 영역인가? 음악계 안팎의 토론 실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지켜볼 기회가 오랜만에 왔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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