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한때 빈필도 왔었지"

김호정 2016. 10. 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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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함께 2만5000원짜리 공연 티켓도 등장’. 굉장한 촌극이라도 벌어진 듯하다. 두 장 합쳐 5만원이다. 고위 공무원, 대학 교수, 언론인에게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엔 절박한 사연이 있다. A급 외국 오케스트라가 2회 내한 공연하면 개런티로 5억원쯤 받는다. 여기에 항공료·숙박비 등을 더하면 공연 여는 데 10억원 넘게 든다. 이 돈을 어떻게 거둬들일까. 티켓 수익으로? 알려진 대로 비싼 좌석은 40만원이 넘기도 하지만 싼 티켓은 5만원짜리도 있다. 이제 공연 기획자들의 계산법을 따라가 보자. 1~3층 모든 좌석의 평균을 15만원 정도로 잡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500석이 매진되면 3억7500만원. 기를 쓰고 2회 공연을 매진시키면 7억5000만원 . 매진은 꿈같은 얘기지만 그래도 본전이 안 된다.

많게는 1억~2억원, 또는 몇 천만원씩 후원하는 기업이 공연 성사를 좌우한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연 회사는 후원 기업에 후원금의 30% 정도를 티켓으로 준다. 기업은 이를 고객들에게 나눠주거나 마케팅에 쓴다. 고객 중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부지기수다. 바로 이 부분에서 빨간불이 들어왔고 2만5000원 티켓이라는 과도기적 해법이 나왔다. 티켓 판매에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기업 후원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후원 방식은 완전히 정상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국내 청중 규모에만 맞췄다면 불가능했던 수많은 공연이 그 덕분에 열렸다.

클래식 공연이 김영란법을 지키면서 열릴 수 있는 조건은 뭘까. 청중이 많아지면 된다. 일본에 유럽 오케스트라가 한 번 가면 많게는 8~10회 공연도 한다. 티켓 값은 싸지고 , 기업 후원의 비중도 낮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또는 기업이 티켓을 받지 않고 후원하면 된다. 하지만 무엇을 명분으로 후원할 것인가. 어려운 문제다.

지금 클래식 공연장은 의도치 않은 직격탄을 맞았다. 묘안이 없으면 해외 연주자, 연주 단체의 국내 공연은 불가능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베를린필·빈필도 한국에 왔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고하게 되는 날이 올 거다. 논의할 문제가 쌓여 있다.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은 필요한가? 기업의 클래식 공연 후원에 나라가 혜택을 줘야 하는가? 문화 접대는 예외로 해야 할 영역인가? 음악계 안팎의 토론 실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지켜볼 기회가 오랜만에 왔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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