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긴자 스시 명가의 두 계보를 잇다

한국에서도 스시는 일본에서와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나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의 저녁 오마카세(お任せ, 요리사가 알아서 내주는 메뉴) 코스는 22만원. 가장 싸게 먹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스시조에서 가장 비싼 코스는 30만원으로, 국내 호텔의 스시 코스 가운데 제일 비싸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비싼 스시집은 아니다. 청담동 분더샵 6층에 있는 스시야 ‘코지마’의 저녁 오마카세 쿄스는 이보다 5만원이 더 비싼 35만원이다.
값만 비싼 게 아니라 맛도 웬만한 일본의 스시야에 뒤지지 않는다. 이렇게 한국에서 일본 못지않은 스시를 먹을 수 있게 된 건 아리아케와 스시조 역할이 컸다. 아리아케는 1979년 문을 열 당시엔 삿포로 ‘스시젠’과 제휴해 대중적 스타일의 스시를 선보였다. 이후 2003년 일본 3대 스시야로 꼽히는 긴자 ‘기요다’에서 모리타 셰프를 영입하며 고급 스시 시대를 열었다.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에도 등장했던 청담동 ‘스시효’의 안효주 셰프와 청담동 ‘코지마’의 박경재 셰프, 신사동 ‘스시선수’의 최지훈 셰프 등 도산공원 일대 고급 스시집 셰프 중엔 아리아케 출신이 많다. 스시조는 아리아케보다 조금 늦은 1985년 문을 열었다. 고급화 공식도 아리아케를 뒤따랐다. 아리아케가 기요다의 모리타 셰프를 불러들였듯이 스시조는 긴자 ‘큐베이’ 마츠모토 셰프를 영입했다. 그는 2008년부터 2013년 독립하기 전까지 5년 간 스시조를 이끌면서 스시조를 단숨에 정상급 스시야로 올려놓았다. 신사동 ‘스시인’의 이진욱 셰프 등이 스시조 출신이다. 이처럼 아리아케와 스시조는 일본의 기요다와 큐베이처럼 명문 일식당의 두 계보의 꼭대기에 있다. 서울의 스시야는 모두 가봤다는 스시 미식가인 임철근 변호사(화우)는 “아리아케가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맛을 추구한다면 스시조는 대범하고 화려하다”고 말한다. 분위기도 딱 스시같다. 아리아케는 차분하고, 스시조는 활기차다. 당연한 말이지만 두 계보 중에 정답은 없다. 음식 칼럼니스트 박상현씨는 “스시는 셰프가 보낸 수십 년의 시간, 셰프가 서 있는 공간까지 음식으로 치는 공감각적 장르”라며 “우열을 논하는 건 의미없다”고 말한다.
큐베이와 기요다 스시를 계승하는 라이벌이자 호텔 안과 밖으로 가장 비싼 두 스시야인’스시조’와 ‘코지마’, 과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직접 찾아가봤다.

평범한 최고급 재료···단순함의 극치
| 기본에 충실한 ‘기요다’ 철학 묻어나는 공간



그가 한번 밥을 쥐면 무게를 재지 않아도 대략 80g 정도가 잡힌다. 오랫동안 스시를 만들다 보니 머리가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기술이 됐다. 이 곳 스시 코스는 강약이 있다. 스시조 등 대부분의 스시집에선 흰 생선, 붉은 생선, 등푸른 생선, 성게알·연어알 순서대로 내는 게 기본이지만 코지마는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생선을 내서 변주를 준다. 간장은 두 개의 종지 가운데 셰프가 스시 종류에 따라 비율을 조절해서 직접 발라준다. 맛이 진한 간장은 장어에 쓰고, 나머지는 그보다 엷은 간장을 쓴다. 이렇게 완성한 스시는 접시가 아니라 박 셰프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500년 된 편백나무로 만든 히노키 스시 바 위에 그대로 올려준다. 히노키 바를 갖춘 곳은 많지만, 바에 스시를 바로 올리는 곳은 일본에서도 기요다 말고는 ·거의 없다. 생선 기름이 스며 들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 셰프는 하루 두 번 도마를 직접 닦는 수고를 하면서도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편백나무의 은은한 향이 스시에 배어들기에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금쌀에 트러플까지···화려한 변주
| 9명의 셰프가 내놓는 현란한 ‘큐베이’식 스시


“스시는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이에요. 그 오감에는 같이 온 사람, 앞에서 스시를 만들어주는 셰프와의 교감도 포함되어 있지요.”
2011년 원전 폭발 전엔 쌀과 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일본에서 공수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광(도미), 여수(하모·여름 장어) 등에서 최고 재료를 구해온다. 이렇게 공수한 생선은 초절임을 하거나 숙성을 통해 맛을 들인다. 특히 식촛물이 은은히 배어든 학꽁치·전갱이·고등어·꽁치 스시는 한주방장의 20년 노하우가 녹아 든 비법의 결정체다.
샤리(촛물 먹인 스시용 밥)는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식초와 소금만 넣어 간을 하는데, 쌀은 두 가지 품종을 섞어 식감을 조절한다. 밥을 짓고 나서 30~40분 기다리면 촛물이 밥알 골고루 배어들며 스시 만들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여기에 짓눌러지지 않고 밥알 사이에 공기층이 살아 숨쉬는 지가 관건이다. 스시조에서는 올해부터 계약재배한 금쌀로 밥을 짓는다. 나노 단위로 분쇄한 금을 물에 타서 7·8월 두 차례에 걸쳐 분사하는 재배법으로 지은 쌀이다.

스시조는 호텔 레스토랑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이벤트로도 주목을 받는다. ‘큐베이’등의 게스트 셰프를 초청한 갈라 디너 행사는 물론 때론 평상시엔 라이브 스시를 한다. 카운터가 아니라 룸에서 스시를 만들어주는 재밌는 컨셉트로, 셰프 한 명이 전담으로 오마카세를 내준다. 한 셰프는 “로드샵 업장에서는 스타셰프 한 명이 지휘하지만, 호텔에서는 주방장급에 준하는 전문 인력 배치가 자유로워 이런 이벤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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