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박수환·송희영 커넥션 규명 초점..추석 뒤 줄소환 예고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횡령·분식회계 등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딱딱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실들이 하나둘씩 불거져 나오면서 드라마틱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날 송희영(61) 전 조선일보 주필이 검찰 수사에 직면한 ‘박수환 구하기’에 나섰던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박씨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날(8월 8일), 박씨와 11억원대 홍보업무계약을 한 금호그룹의 고위 간부에게 송 전 주필이 전화를 걸어 “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했던 것처럼 진술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둘 사이에 돈거래가 있었는지를 캐고 있다.
앞서 송 전 주필은 박 대표, 남 전 사장 및 고 전 사장 등 대우조선 최고경영진과 2011년 ‘이탈리아·그리스 호화 여행’을 간 것으로 드러나며 이 사건의 ‘태풍의 눈’이 됐다. 특히 두 전 사장의 연임 청탁에 관여한 의혹에다 부인(선박 명명식 참석), 형(사외이사), 조카(특별채용) 등도 대우조선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속속 불거졌다. 민 전 행장과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 등은 대우조선의 경영 비리를 감시·적발하기는커녕 눈감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수단은 민 전 행장과 송 전 주필, 강 전 행장 등을 추석 연휴 이후 줄줄이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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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 왔던 부실, 칼 빼든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수사의 발단은 자산 17조원의 거대 기업이다. 대우조선은 대우그룹 해체와 맞물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2000년)됐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오너가 없었지만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2014년까지 8년간 흑자를 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조선사들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대우조선은 끄떡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재무제표(2013·2014년)를 바로잡으면서 감춰 왔던 부실이 드러났다. 부채비율이 4351%(3월 기준)고 2013~2015년 누적 적자가 5조원이었다. 8년 연속 흑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의 경영 비리를 캐기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특수단은 3년 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의 축소판이라는 평가 속에 지난 1월 출범했다. 특수단은 6월 8일 서울 본사와 거제 옥포조선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출범 5개월 만에 특수단이 빼든 첫 칼은 대우조선의 경영 비리를 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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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들, 뜻밖의 조연들
‘흑자 기업’ 대우조선의 반전은 곧 등장인물에 대한 반전이었다. ‘난국의 경영인’들이 피의자로 예고됐다. 뜻밖의 인물들도 속속 등장했다.

구속은 남 전 사장이 더 빨리 됐다. 수사 착수 21일 만인 6월 28일 긴급체포돼 5조원대 회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외부감사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 전 사장도 같은 혐의로 뒤이어 구속됐다. 지상파 방송인 ‘러브하우스’로 유명세를 탔다가 학력 위조 파문으로 모습을 감췄던 건축가 이창하(60)씨도 이 사건에 등장했다. 디에스온 대표로 있던 이씨는 대우조선 인테리어 일감을 따내며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혐의로 구속됐다.
특수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이 자신들의 연임을 위해 로비 청탁을 한 혐의도 조사 중이다. 남 전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고 전 사장은 실패했다. 남 전 사장은 재선 임기 말(2011년 11월) 회삿돈(2800여만원)으로 스위스 최고급 브랜드 시계인 파텍 필립을 샀다. 시계가 누구한테 전달됐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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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환 주변 수사 급가속

이 시기 대우조선의 사외이사로 있던 송희준(62) 이화여대 교수도 재조명됐다. 송 전 주필의 친형인 송 교수는 대우조선 사장추천위원장 때 고 전 사장을 ‘1인 후보’로 추천했다.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검찰 수사는 정점을 향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관련된 ‘관·언·재계’ 로비 의혹의 핵심은 ‘민유성-박수환-송희영’의 3각 연대다. 특수단은 구속기소한 박씨를 추가 조사하고 민 전 행장과 송 전 주필을 추석 이후 차례로 불러 대우조선 전 사장들의 연임 로비에 이들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를 밝혀 낼 방침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들에 대한 조사가 엄정히 이뤄져야 대우조선의 부실을 촉발한 한국적 부패 시스템을 단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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