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미의 취향저격 상하이] ⑥ 가을 산책의 묘미, 옛 프랑스 조계
2016. 9. 7. 00:03



며칠 사이 계절이 바뀌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가을 하늘이 여름내 눅져 있던 역마살을 부추긴다. 이럴 땐 어디든 나가서 걸어야 한다. 낯선 곳을 두발로 걷는 묘미야말로 가을 여행이 주는 최고의 행복이다.
상하이의 봄, 가을 날씨는 한국과 비슷하다. 일교차도 심하고, 비도 자주 오지만, 쾌청하게 개인 하늘과 선선한 기온 덕에 여행하기 최적이다. 이맘때쯤 상하이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옛 프랑스 조계’다. 과거 프랑스의 조계지였던 이곳은 시끄러운 번화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어 고즈넉한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익히 알려진대로 난징조약 이후 강제 개항된 상하이에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조계지가 있었다. 이중 프랑스 조계지는 면적이 6.6km²로 가장 넓고, 가장 부유한 외국인 거주지였다. 프랑스 조계 총독부(上海法租界公董局)는 고국을 그리워하는 프랑스인들을 위해 거리마다 파리 샹젤리제를 떠올리게 하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빼곡히 심었고, 프랑스식 정원이 있는 공원(復興公園)도 만들었다. 1920년대에는 유럽식 별장 주택이 많이 지어져 외국인과 중국의 정치, 문화계 인사들이 대부분 이 동네에 거주했다. 프랑스조계는 1849년 처음 설정된 이후 약 100년만인 1943년에서야 중국에 반환됐다.


꾸미지 않은 듯 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탓일까. 행정구역 명칭은 ‘루완(盧灣區)’, ‘쉬후이(徐匯區)’로 바뀌었지만 이곳은 지금도 옛 프랑스 조계로 불린다. 이 동네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 3분의 1은 외국인이라 상하이 속 유럽이라는 말이 금세 피부로 와닿는다. 도로는 대부분 좁고 한적한데, 일방통행로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차량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길 양옆에는 웬만한 건물 옥상을 훌쩍 뛰어 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우거져 연두빛 터널을 만든다. 플라타너스 그늘 사이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풍경도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고풍스런 별장 주택, 듬성듬성 자리 잡은 작은 카페와 프렌치 레스토랑 앞에선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게 된다.





동네 아지트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우캉딩(武康庭) 역시 옛 프랑스 조계에서 주목 받는 곳이다. 옛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 퍼거슨 래인(Ferguson Lane)이라고도 하는데 우캉루(武康路) 376번지와 374번지 일대에 조성된 소박한 카페 골목이다. 각각 프랑스인 제빵사가 운영하는 빵집 페어린(Farine), 스페인셰프가 운영하는 타파스(Tapas) 레스토랑 아줄(Azul)이 유명하다. 골목 안쪽에는 상하이의 대표적인 사설 갤러리 중 하나인 레오 갤러리(Leo Gallery), 라이프스타일숍 쎄씨봉(C’est Si Bon) 등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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