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컨테이너 수만 개..화주들 속 탄다
![법원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한 1일 김정만 서울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가 현장 검증을 위해 부산신항의 한진해운 컨테이너 터미널을 방문해 컨테이너가 쌓인 부두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9/02/joongang/20160902000603437ujje.jpg)
박삼묵 한진해운신항만(HJNC) 관리팀 부장은 1일 부산신항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전날 한진해운 법정관리 소식이 알려지자 배를 항구 안벽에 고정시켜 주는 업체와 컨테이너를 고정해 주는 업체 등이 작업을 거부했다. 하역 작업을 해줘도 한진해운으로부터 돈을 떼일까봐서다. 이에 화주들은 “우리 컨테이너 하역비는 줄 테니 우리 화물을 가져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한진로마호가 가압류된 데 이어 31일엔 미국 서배너, 스페인 발렌시아, 중국 샤먼·신강항이 입항을 거부했다. 미국 서부 앞바다엔 한진그리스호가, 중국 상하이엔 한진수호호가 접안을 못하고 동동 떠 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묶인 화물은 전체 한진해운 컨테이너 화물(54만TEU)의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선적화물)을 수송하기 위한 ‘비상 대책’으로 대체 선박을 투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체 선박을 투입해 기항지까지 가더라도 하역, 부두 선적, 육상 운송 등 일련의 과정이 남는다. 적절한 대책이 아니란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박에 실린 화물은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화물운송계약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선박을 투입하면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체 항로와 선박 스케줄을 안내하는 ‘안내센터’를 만들겠다는 대책도 물음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와 화주들은 수시로 선박 스케줄을 체크한다”며 “이를 위해 굳이 안내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양 항로로 이동하는 미선적 화물의 수송 대책은 두 가지다. 한진해운의 단독 배선 노선은 현대상선 선박을 대체 투입하고,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인 CKYHE와의 공동 운항 항로는 CKYHE에 선복 재배치를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단독 배선 노선 중 2개 노선에 13척의 현대상선 선박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그렇지만 현대상선이 보유한 60척의 컨테이너선 중 유휴 선박은 4척(현대롱비치·현대부산·현대포워드·현대프리덤)에 불과하다. 현대상선은 “일단 유휴 선박부터 투입하고 배를 추가로 용선해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진해운의 5개 단독 배선 노선에는 총 45척의 선박이 투입되고 있어 한진해운 물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국제법 위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성인 교수는 “한진해운 노선을 정부가 현대상선에 맡긴다면 이로 인해 영업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외국 선사가 이의(클레임)를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YHE에 선복 재배치를 요청한다는 계획도 탁상공론이다. CKYHE는 이미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에 ‘선복 공유 중단 통보(suspension notice)’ 서한을 발송했다. 정부 문건에는 ‘연근해 선사 협의체가 연근해 항로(한·중, 한·일, 동남아 노선)에 대체 선박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있다. 하지만 세 군데 연근해 항로 협의체에 직접 각각 확인한 결과 유휴 선박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선박 선적률이 80~90% 수준”이라며 “만약 운항하지 않는 선박이 있더라도 선주들이 돈을 받아야 배를 움직일 텐데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글=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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