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도.. 커지는 'C형 간염' 공포
대학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던 환자 3명이 C형간염에 감염됐다. 3명 중 1명은 해당 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던 기존 C형간염 환자와 유전자형이 일치해 병원 내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간 의료기관의 C형간염 집단 감염은 서울 다나의원 등 의원급에서 발생했고 대학병원 같은 종합병원에서 전파된 경우는 없었다. C형간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때 관련 항목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건국대 충주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 3명이 C형간염에 추가 감염돼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1일 밝혔다. 혈액 투석 환자 73명 중 기존 C형간염 환자 3명에 신규 환자 3명이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특히 새로 확인된 C형간염 환자 1명은 기존 환자 1명과 유전형이 ‘2a’로 동일하고 유전자염기서열도 99.9% 일치했다. 유전자염기서열이 같다는 것은 신규 환자가 기존 환자에 의해 감염된 것이 확실시된다는 의미다. 반면 나머지 2명은 분석이 불가능했고, 현장조사 당시 채취한 환경검체 20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유전자형이 일치한 두 환자는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투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주사 과정에서 감염자 혈액이 튀어 항응고제 등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김요한 충주병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항응고제에 따른 감염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유전자염기서열이 일치한다면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형간염은 백신이 없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감염 후 회복돼도 다시 걸릴 수 있다. 더욱이 급성 C형간염의 70% 이상은 증상이 없어 평생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가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침묵의 불청객’으로 불린다. 일상에서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주사기 공동 사용, 수혈, 혈액투석 등 혈액을 매개로 전파된다.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의원급도 전파경로가 비슷했다. 서울 다나의원은 주사기 재사용이 문제였고, 한양정형외과(강원도 원주)는 혈액 채취 후 추출한 혈소판을 다시 환자에게 주사하는 자가혈 시술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부실이 주원인이지만 다나의원 사태 이후 감시체계가 강화된 것도 집단감염이 드러나는 이유다.
C형간염 유병률은 0.6%로 국민 30만명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진료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된 C형간염 진료 인원은 4만3490명이다. 신약 개발로 치료율은 90%까지 높였지만 진단까지 과정이 쉽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표본감시 체계를 전수감시로 돌리고,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때 관련 항목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생애전환 건강검진은 일정한 검사 시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때 C형간염 검사를 하면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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