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유산] 가족은 같은 목적지 향해 가는 사람들, 밖보다 집에서 더 잘해야죠
![‘연예인병’ 없는 배우 차태현의 롤모델은 부모 차재완(왼쪽)·최수민씨다. 동양방송(TBC) 성우 선후배로 만난 부부는 요즘도 집앞 여의도공원 산책을 즐길 때면 서로의 손을 꼭 잡는다. [사진 김경록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8/31/joongang/20160831000508789gbnd.jpg)
TBC 성우 커플, 바쁜 아내 대신해 남편이 육아 맡아
공부 못해도 잔소리 한 번 안해…“너희 믿는다” 신뢰
가계부 보여주며 경제 교육, 성공에 조급해 마라 격려


바쁜 아내를 대신해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를 맡았다. 돌이켜보면 이게 신의 한 수였다.
두 아들은 성격이 참 다르다. 큰 아들 지현은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셌다. 씀씀이도 큰 편이어서 돈이 생기는대로 써버렸다. 반대로 작은 아들 태현은 내성적이고 순종적이었다. 원하는 걸 사고 싶으면 스스로 용돈을 모았다. 덜컥 사버리거나 사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번 돈으로 힘겹게 학업을 마친 최씨는 씀씀이가 크고 고집 센 큰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최씨는 “나는 지현이를, 지현이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둘 다 힘들었다. 오죽하면 남편이 나보고 팥쥐엄마(계모) 같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면 차씨는 늘 큰 아들을 달래고 보듬어 안았다. 최씨는 당시엔 남편이 교육은 제대로 시키지 않으면서 좋은 역할만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하지만 시간이 이젠 늘 고마워한다. 최씨는 “평온하고 여유로운 시댁 식구들 성격을 닮아서인지 남편은 화내는 법이 없다”며 “엄마뿐 아니라 아빠까지 아이를 혼내면 사춘기 아이가 엇나갔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은 몇 가지 확고한 자녀 교육 원칙은 공유한다. 그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다. 거짓말이나 도둑질만 아니라면 느슨한 울타리를 정해두고, 울타리를 벗어나려 할 때만 제재하는 식이다. 한 번도 공부 못한다고 혼내지 않았다. 차씨는 “아이를 부모 마음대로 바꾸려는 건 유리잔을 맥주병으로 만들려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큰 아들이 고2 때인 91년, 대출 받아 서초동 은하아파트를 사면서 형님 집을 떠났다. 최씨는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76㎡(23평) 은하아파트가 우리에겐 마치 성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사업 실패가 가정 불화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
(차재완) “부부와 가족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어려울 때 싸우면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만 지체될 뿐이다. 손잡고 함께 달려야 한다. 천천히 걸을 순 있지만 싸우느라 시간을 버려선 안된다.”
-빚만 남긴 배우자를 원망하지 않은 이유
(최수민) “돈을 잃었는데 가족 간 화목까지 잃어버리면 상처가 더 크지 않겠나. 가만 있어도 힘든데 싸우기까지 하면 더 힘들다. 그래서 이혼은 생각지도 않았다. 남편 사업이 실패했을 땐 정말 힘들었다. 빚에 치어 잠 못자고 밤새 녹음하다 힘들어 쓰러질 거 같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죽고 싶어 교회 예배 시간에 펑펑 울고 나와보면 남편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더라.”
-망한 집 부부의 자녀 경제교육법
(차재완) “아내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가계부를 보여주며 수입과 지출을 제대로 알려 줬다. 빚을 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돈을 아껴쓰라는 말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집안 형편을 알아서인지 아이들은 형편에 벗어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사실 돈 문제 아니라 우리 가족은 모든 주제에 대해 대화를 충분히 했다. 아무리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라도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강남키즈 아이들, 성적에 목 매지 않은 이유
(최수민) “솔직히 두 아들 모두 공부를 잘 못했다. 그렇다고 공부 하라고 잔소리 한 적이 없다.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라고 격려했다. 학업 스트레스가 없어서인지 아이들은 즐겁게 컸고 좋아하는 일을 잘 찾았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왔다. 연극영화과를 지원한 큰 아들을 위해 남편은 음악을, 나는 발성과 연기를 가르쳤다. 아들 태현이 입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워킹맘에게 주는 조언
(최수민) “지금이야 출산 휴가 3개월은 기본이고 육아휴직까지 있지만 나는 아이 낳고 한 달만에 바로 회사에 복귀해야 했다. 녹음 스케줄을 겨우 조절해 큰 아들 유치원 소풍을 따라갔는데 아들이 대뜸 ‘엄마가 언제 나랑 함께 있었느냐’고 하더라. 마음이 아팠지만 일을 그만둘 순 없었다. 대신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가족은 나에게 힘을 주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내가 열심히 가꿔야 할 꽃밭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저 즐기려고 꽃을 꺽으려고만 하면 꽃밭은 엉망이 된다. 평소에 최선을 다해 가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연예인병 없는 연예인 아들을 둔 비결
(최수민) “수퍼탤런트 입상 후 태현이는 금방 뜰 줄 알고 서울예전을 휴학했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부르지 않았다. 조급해 했다. 그때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해줬다. 비중이 많든 적든 대사가 있든 없든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남편이나 나나 방송 쪽에서 일하며 수많은 스타가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걸 봐왔기 때문에 태현이가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길 바랐다. 무명으로 보낸 4년의 시간이 아들을 교만하지 않고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
-갈등 없는 형제로 키운 비결
(최수민) “큰 아들 지현이는 동네 골목대장이었고 동생 태현이는 그런 형을 따라다녔다. 태현이가 배우로 성공한 후 온 가족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려 서운했을 거다. 그런데도 톱스타로서의 동생을 인정하고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성공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얘기를 늘 해줬다. 다행히 이젠 제작한 영화가 잇따라 성공해 칸 영화제에까지 초청됐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차재완씨는 KBS근무 당시 화장실 수건을 빨아놓은 일화로 유명)
(차재완) “정년 퇴직까지 37년간 회사를 다닌 덕분에 자녀를 키울 수 있었다. 둘째 태현이가 데뷔한 곳도 KBS다. 늘 고마운 마음이었다. 어느날 화장실에 갔는데 축축하고 더러워진 수건이 3일 내내 그대로인 걸 알게 됐다. 몰래 가져와 빨아서 갖다놨다. 깨끗한 수건을 보니 뿌듯해, 아예 요일별로 색이 다른 수건을 2장씩, 총 12장을 준비해 매일매일 새 수건을 걸었다. 내가 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부부 사이가 유난히 좋은 비결
(차재완) “태현이는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과 결혼했다. 솔직히 의외였다. 태현이에게 물어보니 처음 만난 날 여러 명의 사람과 같이 있었는데 며느리만 선명하게 보이고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더라. 야무진 며느리가 내조 잘하고 세 아이 잘 키우고 있으니 너무 좋다. 늘 서로 존중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 아이들도 배운 게 있을 거다. 부부는 서로에게 더 잘해야 한다. 애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집에선 못하고 밖에 나와 잘난체 하는 것만큼 못난 사람이 없다.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 집에서 더 잘해야 한다. 가족이 편하다고 감정을 모두 쏟아부어서는 상처만 깊어질 뿐이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해야 한다.”
![차재완씨가 지현·태현 두 아들과 며느리에게 쓴 편지. 가족 간에 서로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절절히 당부하고 있다. [사진 차재완씨 부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8/31/joongang/20160831000509703gys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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