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쇼핑 지형까지 바꿨다

성화선.박종근 2016. 8. 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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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울고 웃는 유통업계에어컨 판매 맥주 제치고찌개가 겨울보다 잘 팔려모바일·홈쇼핑 매출 증가백화점·전통시장 냉방 희비커피에 밀린 빙과는 안 팔려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이마트의 에어컨 판매가 7일 하루 동안 25억원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쌀 판매가 줄고, 즉석식품 매출이 크게 느는 등 폭염이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사진은 11일 서울 이마트 목동점의 가전 매장. [사진 박종근 기자]
‘여름=비수기’로 여겨졌던 유통가 공식이 깨지고 있다. 가마솥더위가 계속되며 에어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또 소비자들이 더위를 피해 백화점·마트를 찾으면서 비수기에 어울리지 않는 매출을 보이고 있다. 불을 이용하는 요리를 피하다 보니 간편식품 매출이 급증하고 실내를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홈쇼핑이나 모바일을 통한 주문이나 결제를 늘리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생활 속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 7일 하루 동안 판매한 에어컨 매출이 25억원에 달한다고 11일 밝혔다. 1992년 이마트가 문을 연 이후의 하루 단일 품목 매출로는 24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에어컨은 여름 매출 1등 자리를 지키던 맥주도 제쳤다. 이달 첫째 주(1~7일)를 기준으로 2014년 매출 1위는 맥주(58억원)였고 라면(46억원), 일반 돈육(44억원) 순이었다. 이때만 해도 에어컨 매출은 30억원으로 상위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는 열등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1위인 맥주(64억원)를 누르고 매출 1위(95억원)에 올라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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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로는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을 실외기 하나에 연결해 사용하는 멀티형 에어컨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1~7일 판매된 에어컨 중 70%는 멀티형이었다. 업계는 에어컨 교체를 망설이던 소비자에게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가전을 사면 10%를 환급해주는 ‘인센티브 환급’ 제도가 구매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실상 최대 20만원 할인 혜택을 받는 셈이다. 김선혁 이마트 대형가전팀장은 “폭염에 새로 구입하는 소비자도 많고, 에어컨 평균 교체 주기가 7~8년이다 보니 2000년대 말에 구입했다가 이번에 바꾸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폭염은 불을 가까이 해야 하는 요리마저 기피하게 만들면서 간편식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뜨거운 탕·찌개·국 등 간편식품의 한여름 매출이 따뜻한 음식을 주로 찾는 겨울 매출을 추월할 정도다. 티몬에 따르면 8월 첫째 주(1~7일) 간편식품 중 탕·찌개·국류의 매출이 한겨울인 지난 1월보다는 23%, 2월과 비교하면 101% 증가했다.

티몬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성수기는 실내 활동이 많은 한겨울이라 몇몇 여름형 상품을 제외하고는 겨울의 매출이 높게 나온다”며 “특히 뜨겁게 가열해 먹는 간편식품의 매출이 여름에 높게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밥을 지어 먹는 게 귀찮은 소비자가 많아져 대형마트의 쌀 매출은 20% 가까이 줄었다. 반면 김밥·초밥 등 도시락류는 30% 넘게 증가해 길어진 무더위가 식탁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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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해 ‘쇼핑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 덕분에 백화점은 모처럼 활력을 되찾았다. 여름 비수기에도 매출이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특히 가전제품 매출이 24.5%로 가장 많이 늘었고 외부로 나가지 않고 백화점 내 식당으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식당가 매출도 14.1% 급증했다.

요리를 기피하고 나가 사먹으면서 외식업체들도 호황이다. 서울 코엑스의 레스토랑 ‘루’를 운영하는 아워홈의 김채성 팀장은 “이달 매출이 10~20%가량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는 영화관과 커피전문점의 야간 매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이달 1~7일 오후 9시 이후 영화 입장객 수가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는 24시간 운영 매장의 지난달 매출이 15% 증가했다.

폭염 특수를 누리는 또 다른 곳은 홈쇼핑이다. 통상 7월 말까지 판매하던 에어컨을 8월 초까지 기간을 연장해 판매하는데 대박 행진이다. GS홈쇼핑은 지난 7일 ‘LG 에어컨’ 방송에서 목표 대비 230%를 판매했다.

폭염을 피해 실내 어디에 있든지 쇼핑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도 폭염 덕을 보고 있다. G마켓이 지난달 25일~이달 7일 전체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을 조사해 보니 품목별로 최대 8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폭염에 울상 짓는 곳도 있다. 냉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통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례적 폭염에도 빙과류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롯데제과의 지난달 빙과류 매출은 1년 전보다 7% 감소했고, 빙그레와 해태제과 빙과류 역시 같은 기간 각각 6%와 2% 하락했다.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밀려난 빙과류가 무더위에도 매출 부진을 털지 못하는 셈이다.

이렇게 날씨 변화에 따라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기업들이 기후에 대한 사전 대비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날씨나 기후 변동 폭이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소비 패턴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글=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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