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혹평에 대처하는 이정재의 자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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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등진 매국노가 나라를 구한 영웅이 돼 돌아왔다.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에서 해군 첩보부대의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이끄는 수장 장학수 대위 역을 맡은 이정재(43) 얘기다.
이정재는 소처럼 일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그는 '모래시계'(1995), '정사'(1998), '태양은 없다'(1998), '시월애'(2000), '태풍'(2005), '하녀'(2010), '신세계'(2012), '관상'(2013), '암살'(2015) 등에서 다채로운 옷을 입었다. 연기한 지 벌써 20년을 넘겼다.
7월은 그에게 유독 바쁜 시기였다. 중국 진출작 '경천대역전'이 15일 중국에서 개봉했고, 16일 '암살'이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27일에는 '인천상륙작전'이 국내 국장가에 걸렸다. '인천상륙작전' 개봉 당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주역인 해군 첩보부대와 그들을 도운 켈로부대(연합군 소속의 한국인 스파이 부대)의 활약상을 담았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주역들을 조명하는 게 미덕이다.
좋은 기획으로 출발한 영화는 언론시사회에서 예상 밖 혹평을 받았다. 개봉 날 예매율 1위라고 하자 이정재는 "1위라기보다는 '박빙의 대결'"이라며 "워낙 혹평을 받아서 마음을 졸였는데 막상 개봉하니 편해졌다"고 웃었다.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그는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인정한 뒤 "맥아더 장군의 업적만을 얘기하는 게 아닌데 리암 니슨이라는 톱스타가 출연하다 보니 홍보 과정에서 엇박자가 났다"며 "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화가 지닌 메시지를 열심히 얘기하고 다닌다"고 강조했다.
이정재는 출연 제의를 망설였다고 밝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겉으로만 화려하게 포장될까 봐 걱정했단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너무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수위 조절이 필요했어요. 그래도 기획 의도를 믿고 갔어요. 첩보작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가 좋아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정재는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하다 보니 당시 대원들의 노고, 희생, 결의를 알게 됐다"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연기하면서 나도 그분들 상황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전작 '암살'에서 매국노로 분해 욕을 엄청 먹은 그가 이번엔 나라를 구한 캐릭터로 분한 점이 흥미롭다. 연기 변신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정재이니까 가능했다.
이정재는 "'암살' 때 연기는 좋았지만 왜 그런 역할을 했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웃은 뒤 "욕인지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 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고 미소 지었다.

"염석진은 약한 사람이라서 변절했고, 장학수는 공산주의에 매료됐다가 이건 아니구나 싶어 생각을 바꾼 인물이죠. 서로 반대되는 캐릭터입니다. 신념이 뒤집혔다고 해야 할까요. 육체적으로 힘든 건 비슷했는데 염석진이 장학수보다 심리적으로 더 예민했죠. 노역 분장도 해야 했고, 다이어트도 심하게 했고. 장학수는 염석진보다 분량이 많아서 극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극 중 장학수는 인천 시립병원 간호사 역의 채선과 엮인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감정은 멜로로 비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묻자 이정재는 기다렸다는 듯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며 "멜로 감정 없이 연기했는데 왜 그렇게 보일까 궁금했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을 때 채선은 여성 켈로 부대원이었다고. 학수가 채선의 도움을 받아 작전을 성공시키는 게 전체적인 이야기였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애틋한 관계로 발전하는 부분이 있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쟁터에서 남녀의 멜로가 가능할까 싶어 제작진과 의논 끝에 멜로를 걷어내기로 했다.
"'연기를 잘못했나?' 걱정했죠. 처음엔 몰랐는데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 기자분들이 그런 질문을 한 게 이해가 가더라고요. 학수와 채선이가 나오는 장면에서 멜로가 연상되는 음악이 나오는데 '둘이 사랑하네' 싶었다니까요. 하하. 제작진 측에 음악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빼는 게 나은데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잘생김'의 대표주자인 이정재는 40대를 넘기면서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캐릭터를 맡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 안 해 본 역할과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며 "예전엔 도시적인 남자의 대표주자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인물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 등 최근작을 살펴보면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새로운 옷을 입는 게 시간이 걸리긴 하는데 재밌어요."
이정재는 자신의 도전을 'DNA'라고 정의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내재돼 있다. '망하더라도, 해보고 망하자'라는 도전정신이 있다고 배우는 말했다.
그는 또 분량상관 없이 캐릭터가 강렬하고, 명확하면 조연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관상' 수양대군이 대표적인 예다. 섹시한 수양대군으로 분한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나이 얘기를 자꾸 하게 되네요. 하하. 이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할 나이를 먹었죠. 조금 이른 듯하지만 어차피 할 거면 빨리하고 싶어요. '관상' 때도 시나리오 반 넘어가서야 제가 나오더라고요. 조연이었는데 매력적인 역할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도 흥행했고, 캐릭터에 대한 평도 좋았고. 조연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이정재는 절친 정우성과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했다. 정우성은 대표고, 이정재는 이사다. 이쯤이면 '신의 직장'. 어떤 후배들을 받고 싶으냐고 묻자 "능력보다는 성품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배우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스태프, 배우들과 협업하면서 성장하는데, 성품이 좋아야 오랫동안 할 수 있단다.

가깝게 지내는 후배로는 이민호, 최승현이 있다고. "저보다 더 잘나가는 후배들입니다. 후배들을 통해 제가 배우는 게 많아요. 후배들에겐 일 얘기는 안 해요. 제가 어렸을 땐 선배들이 하는 일 얘기를 한 귀로 듣고, 그냥 흘렸거든요. 지금 위치에선 '아저씨'가 하는 감성적인 얘기를 합니다(웃음)."
이정재는 40대 남자 배우 중 독보적이다. 그는 "40대까진 좋은데 50대는 좀..."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체력이 떨어진 탓에 다쳐도 회복 기간이 길다고. 그러다 안성기를 언급했다. "'사냥' 안성기 선배님 보셨죠? 민소매 입고 너무 멋있더라고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제가 '젊은 남자' 찍을 때 안성기 선배님을 롤모델로 꼽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능력도 좋은데 성품이 정말 최고입니다."
이정재는 차기작 '신과 함께'에서 염라대왕으로 분한다. 영화엔 이정재 외에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마동석 등이 나온다. 탄탄한 멀티 캐스팅이다. 그는 "원톱이 아니기 때문에 흥행 부담은 없다"며 "다 잘하는 배우들이라 앙상블이 잘 맞는다"고 만족해했다.
이어 염라대왕으로 분한 사진을 보여줬다. 배우의 끝은 어디일까. 이정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진에 있는 듯했다. 이정재표 염라대왕 연기가 하루빨리 보고 싶어졌다. "감독님이 보여주지 말라고 했는데...분장 때문에 고생했어요. 제가 진짜 별 걸 다 해보네요. 허허."
'대립군' 출연도 확정했다. 광해군이 임진왜란 당시 도망간 선조를 대신해 세자로 책봉된 뒤 분조를 이끌고 분투했던 이야기로, 이정재는 광해군을 지켰던 호위무사를 맡았다. 캐릭터를 위해 구레나룻을 기르고 있다고. 구레나룻이 이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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