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혼다 HR-V, '타도 디젤' 시대의 훌륭한 대안

박영국 기자 2016. 7.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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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자유로를 주행 중인 혼다 HR-V.ⓒ혼다코리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가 한참 인기를 끌던 2013년, 르노삼성은 르노 본사로부터 ‘캡쳐’를 들여와 ‘QM3’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를 시작했고, 같은 해 한국닛산도 ‘쥬크’를 들여왔다. 그에 비하면 혼다코리아는 일본 본사가 2014년부터 ‘베젤’이라는 이름의 소형 SUV 라인업을 갖췄음에도 불구,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베젤의 한국 및 북미 버전인 ‘HR-V’가 국내 상륙한 지금은 이미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소형 SUV로 한창 재미를 본 뒤지만 이 차에 우호적인 또 다른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및 미세먼지 파동이다. SUV를 구매하고 싶은데, 디젤엔진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이 추가된 것이다.

지난 19일 HR-V를 타고 서울역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왕복 약 130km를 달려봤다.

HR-V의 디자인은 ‘깜찍함’을 부각시킨 다른 소형 SUV들과 뚜렷이 차별화된다. 형제차인 혼다의 중형 SUV CR-V를 빼닮았지만, 좀 더 날렵한 디자인으로 스포티한 모습을 구현했다.

SUV치고는 낮은 차체에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측면 캐릭터 라인과 히든타입 2열 도어핸들(C필러 뒤에 위치) 등 쿠페에 가까운 모습이다.

HR-V 뒷좌석. 소형 SUV지만 충분한 뒷좌석 레그룸을 제공한다.ⓒ혼다코리아

내부는 의외로 넓다. 앞좌석 공간을 넉넉히 배치해도 뒷좌석 레그룸이 충분하다. 준중형 세단보다는 넓고 중형 세단보다는 조금 좁은 느낌이다.

차체 크기는 소형이지만, 실내공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가 한 차급 위의 CR-V보다 1cm 짧은 2610mm에 달하는데다, 연료탱크를 앞좌석 아래로 배치한 ‘센터 탱크 레이아웃’ 설계로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는 게 혼다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소형인 닛산 쥬크보다는 월등히 넓고, 중형인 캐시카이와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HR-V 뒷좌석 시트 착좌면을 직각으로 세운 모습. 화분이나 캐리어, 유모차와 같이 똑바로 세워 실어야 하는 물건을 실을 때 유용하다.ⓒ혼다코리아

독특한 아이디어로 적재공간 활용성도 뛰어나다. 뒷좌석 시트를 다른 SUV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젖혀 넓은 평면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고, 시트 착좌면(엉덩이가 닿는 부분)을 직각으로 세워 높이 1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매직시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능은 화분이나 캐리어, 유모차와 같이 똑바로 세워 실어야 하는 물건을 실을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차게 구성돼 있다. 3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고,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의 역할을 하는 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도 한글화 돼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에어컨은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터치패널로 조작한다. 편리하기도 하고 디자인적으로도 고급감을 더해준다.

센터페시아까지 길게 이어진 센터콘솔은 운전석과 조수석을 분리해 쿠페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와 이어진 부분의 하단에는 별도 수납공간도 있고, USB, HDMI, 파워아울렛 등 각종 연결·충전장치들도 마련돼 있다.

깊이 조절이 가능해 길이가 긴 텀블러 등도 넣을 수 있도록 한 컵홀더 등 일본차 특유의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HR-V 운전석. 센터콘솔이 센터페시아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혼다코리아

주행에서는 가솔린 SUV의 최대 장점인 정숙성이 두드러진다.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 소음도 거의 없고 외부 소음도 완벽히 차단된다. 승차감도 세단 못지않다.

파워트레인은 달리기 성능과 경제성을 적절히 절충한 듯 하다. 엔진으로는 혼다의 준중형 세단 시빅에 들어가는 HR-V는 1.8ℓ 4기통 i-VTEC 가솔린 엔진을 얹었는데, 최고출력 143ps, 최대토크 17.5kg·m의 성능은 소형 SUV를 움직이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마음껏 달리는 데는 아쉬운 느낌이 든다.

시속 90km~100km 정도까지는 쉽게 속도를 끌어올리며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거기서 더 속도를 높이려면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든다.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엔진의 거친 소음이 심해지고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HR-V의 공차중량은 1340kg으로 같은 엔진을 장착한 시빅(1243kg)보다 100kg 가량 더 나간다. 여기에 전고가 높은 SUV의 특성상 공력성능에서도 손해가 있으니 뛰어난 가속성능을 기대하긴 힘들다.

변속기는 CVT(무단변속기)를 장착했다. 변속 충격이 없고 연비가 좋은 반면, 가속감이 떨어지고 변속이 굼뜬 게 CVT의 특성이다.

하지만, HR-V의 경우 중저속 구간에서는 응답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딱히 들지 않았다. CVT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속 응답성을 향상시킨 ‘G-디자인 시프트’ 기술을 적용해 새로 세팅했다는 게 혼다코리아측 설명이다.

연비는 자유로 약 20km 구간과 다소 정체가 있었던 강변북로 9km, 시내도로 3km 가량을 측정한 결과 12.8km/ℓ가 나왔다. 인증 복합연비(13.1km/ℓ)와 큰 차이가 없다.

자유로에서 규정속도인 시속 90km로 정속주행을 하면서 별도로 체크한 연비는 17.8km/ℓ로 인증 고속도로 연비(14.6 km/ℓ)보다 우수하게 나왔다.

체감상 1.6ℓ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국산 준중형 세단보다 연비가 조금 좋게 느껴진다.

HR-V(오른쪽)와 CR-V를 비교한 모습.ⓒ혼다코리아
HR-V(왼쪽)와 CR-V를 비교한 모습.ⓒ혼다코리아

단점은 3190만원이라는 가격이다. 아무리 상품성이 좋아도 소형 SUV의 가격이 3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같은 소형 수입 SUV인 닛산 쥬크가 2890만원이고 한 차급 위인 캐시카이 기본모델이 307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HR-V의 가격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

혼다코리아 측은 이를 감안한 듯, 시승행사 내내 HR-V의 실내공간이 쥬크보다는 월등이 넓고 캐시카이와 대등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차급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긴 힘들다.

차라리 한글화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을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제거한 2000만원대 후반의 기본 트림을 별도로 운영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앞자리 수를 ‘2’로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했지만 HR-V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돼 8%의 관세가 붙는 관계로 가격을 더 낮추긴 힘들었다”면서 “딜러 할인 등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 후반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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