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회의 문건 공개 못하는 까닭은
“지난 주말 서별관회의 열렸습니까?”(기자)
“잘 아시잖아요. 그 회의는 참석자나 안건뿐만 아니라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 자체도 확인 못 해드립니다.”(담당 공무원)
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현안회의)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에게 철저하게 함구의 대상이다. 참석자 자체가 경제부총리, (현안이 있는) 경제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 등으로 극히 한정돼 있고, 정례멤버가 아니면 배석자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정부가 “장관·수석이 허리띠 풀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자리”라는 이 회의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우조선해양 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최근 인터뷰(나중에 공식적으로 번복)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4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의 ‘서별관회의 문건’ 전문을 공개하면서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 -홍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지난해 10월 22일 서별관회의 자료가 맞나.
A :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5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Q : 정부는 왜 문건의 존재를 부인하나.
A : “정부는 국가 주도의 대우조선 정상화가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규범에 저촉될 수 있고, 불필요한 통상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도 우려된다는 점을 헤아려 달라”고 했다.”
Q : 정부는 서별관회의가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라는데.
A : “정부는 사전 의견조정 과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주요 사안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회의다.”
Q : 중요한 회의라면 자료를 공개해야 되지 않나.
A : “정부는 자료가 공개되면 참석자 간 긴밀한 협의를 어렵게 하고, 시장·이해관계자와 기업구조조정에 광범위하고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개된 문건을 보면 향후 자금부족 전망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부분이 있긴 하다. 문서에는 민간은행에 대한 지원 분담 기준, 구체적인 금리 수준, 금융감독원 협조 요청 등의 표현도 나온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임승차자’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겠지만 금융개혁을 주창해온 금융당국의 구태의연한 민낯이 드러난 측면도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리·수수료 등 가격에 대한 불개입을 선언했다. 금융규제운영규정을 만들며 ‘금융당국이 스스로를 수갑 채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Q : 그래도 회의록은 남겨야 하지 않나.
A : “어려운 문제다. 투명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밀실예산, 쪽지예산 비판에 국회 계수조정소위 회의록을 공개하자 의원들이 지역 민심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서별관회의 고정멤버였던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환율·FTA 등 대외 안건은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국익에 도움 안 된다’며 ‘사안별로 접근하되, 시간이 지난 뒤 회의록을 공개하는 절충안도 고민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투명한 관행을 만드는 게 힘든 길이지만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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