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 감축 정책 불똥 '빨간불' 켜진 친환경차

김기환 2016. 7. 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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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디젤차 구입 때 세금 혜택친환경차 가격 상대적으로 더 비싸

2004년식 스포티지 경유차를 몰다 연말 쯤 쏘나타 하이브리드차(HEV)로 갈아타려고 했던 김석호(62)씨는 고민에 빠졌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가격은 2834만원이다. 가솔린 2.0(2717만원)보다 117만원 비싸다. 개별소비세·취등록세 감면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다 포함해도 그렇다.

그런데 하반기 중 쏘나타 2.0 모델과의 가격 차가 233만원으로 이전보다 두 배가량 더 벌어진다. 정부가 하이브리드차는 현행 그대로 두고 가솔린차·디젤차 같은 일반차를 살 땐 개소세를 70% 깎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하이브리드차를 사려고 했는데 가솔린차를 100만원 이상 더 깎아주겠다고 하니 솔깃하다”며 “정부가 친환경차를 사라고 권하는 건지 아닌지 헛갈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10년 이상 지난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면 개소세 70%를 감면해준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승합·화물차를 사는 사람은 취득세도 감면해주기로 했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힌 노후 경유차의 폐차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0년 이상 지난 경유차는 244만대에 달한다.그런데 이 대책이 하이브리드차·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로 불똥이 튀었다. 친환경차엔 이미 기존에 개소세·취등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어 이번 대책에선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일반차를 최대 143만원 싼 값에 살 수 있어 친환경차와 가격 차이가 이전에 비해 더 벌어진다.

소비자로선 가격이 종전과 같은 친환경차를 고르는 대신 가솔린차·디젤차를 고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그랜저 하이브리드차는 3669만원(취등록세 포함)이다. 하반기에도 같은 값에 판다. 하지만 그랜저 3.0 가솔린 모델은 3552만원에서 3401만원으로 내린다. 둘의 가격차는 117만에서 268만원으로 벌어진다. SM3 전기차도 하반기에 2414만원으로 같은 값에 팔지만 RE 가솔린 모델은 2131만원에서 2040만원으로 내린다.

일부 자동차 업체는 정부 방침에 호응해 개소세 추가 할인 혜택까지 제공한다. 르노삼성차는 정부 발표 직후 “개소세 70% 감면 후 남는 30%까지 지원해 완전히 면제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SM6는 103만~139만원, SM7은 100만~149만원까지 각각 할인해 파는 셈이다.

하반기 출시를 앞둔 친환경차엔 빨간 불이 켜졌다. 기아차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이달 중 출시 예정이다. 한국GM도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676㎞에 달하는 볼트 PHEV를 하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BMW는 자사 최초의 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뉴 X5 xDrive 40e’와 3시리즈 기반 PHEV ‘뉴 330e’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친환경차 등록대수는 전체의 0.9%다. 경유차 감축 못지않게 친환경차 확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후 경유차를 폐차한 사람은 다시 경유차를 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10년 뒤 다시 노후 경유차가 나오게 돼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세제 혜택을 주려면 일반차가 아니라 친환경차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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