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5000만원..아버지 유언 48년 만에 지킨 할머니

“좋은 나라에 살게 되면 꼭 불우이웃을 돕거라.”
3.1 운동에 참여했던 ‘독립유공자’ 이찰수 선생이 1968년 임종 직전 셋째딸에게 남긴 유언이다. 셋째딸이 바로 이도필(82·경남 창원·사진)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막노동, 식당일 등에 나서야 했다. 15년간 빌딩 계단 청소를 한 여파로 무릎에 이상이 생겨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밤마다 다리가 쑤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당부는 결코 잊지 않았다. 홀로 생활하며 국가보훈처 연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15년간 매달 거르지 않고 적금을 부었다. 정작 자신을 위해선 단돈 1000원을 쓰는 것도 아까워하며 절약하는 삶을 살았다. 그 결과 이달 초 만기된 적금 5000만원을 손에 쥐었고, 17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이를 모두 기부키로 했다. 아버지의 유언을 48년 만에 지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평소 “지금 받는 연금은 다 내 것이 아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갈 돈”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번에 기부하는 돈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 어린 시절 50원 하던 한글책을 사지 못해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한’이 남아서다. 장학금은 한 아동당 250만원 씩 모두 20명에게 전달된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당초 목표였던 1억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아쉬움때문이다.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죽기 전까지 5000만원을 더 모아 지원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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