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한국살이의 최대 고충은 너무 높은 집값과 보증금


지난 2년 동안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지난주로 끝나 이사를 했다. 한국에 와서 9년 동안 이사를 벌써 10번 이상 한 것 같다. 나라마다 주거 방식, 집의 형태, 부동산 시장의 규칙이 다르다는 점은 재미있는 일이다.
유럽의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은 집이나 아파트를 빌려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함께 살면서 월세를 나눠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골치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 서로 성격과 사는 방식이 맞으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지만 함께 사는 사람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성격이 맞지 않으면 얼른 다른 집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이러니 집을 나눠 쓸 사람을 구하는 일은 대기업 면접보다 더 까다롭고 진지하기 일쑤다.
남자들끼리 살면 집이 순식간에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여자끼리 살면 집은 깨끗하지만 싸움·질투·오해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종종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되기 쉽다고 한다. 따라서 서로 사생활과 공간을 존중하면서 이성 친구들끼리 집을 나눠 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탈리아에선 이런 환경에서 살았다. 그러다 스물세 살 때 한국에 와보니 젊은이들은 주로 원룸·투룸·고시텔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아에선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필요한 데다 나눠 쓰더라도 널찍한 공용 공간이 필요해 원룸이나 고시텔에 대한 수요는 아예 없다.
원룸과 고시텔에서도 살아보고 한국 친구들과 셰어링도 하다가 결혼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집을 구하게 됐다. 그때도 역시 이탈리아와 문화적 차이가 컸다. 처음 부동산에서 보증금(전세) 금액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유럽에선 보증금이라고 하면 통상 두어 달 치 월세다. 입주자가 한두 달 정도 월세를 안 내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집에서 내보낸다.
한국 젊은이들이나 외국인들에게 보증금은 큰 부담이다. 외국인들은 신용대출을 받기 힘들고 전세담보대출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서울의 외국인들은 집 보증금이 몇 백만원밖에 안 되는 이태원이나 해방촌 같은 동네에 모여 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집값은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정말 높은 편이지만 보증금 수준은 그보다 더하다. 단독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문화도 외국인에겐 적응이 쉽지 않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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