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첫 시집, 김왕노 시인이 본 '로드킬'은?
[오마이뉴스윤성효 기자]
'디카시'만 모은 첫 시집이 나왔다. 도서출판 '디카시'가 김왕노 시인의 새 시집 <게릴라>를 냈는데, 시인이 휴대전화(스마트폰 디카)로 찍은 사진과 시를 담아 놓았다.
디카시는 2004년 경남 고성지역을 중심으로 이상옥 시인 등이 쓰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운동이다. 그 디카시가 이제 하나의 시문학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디카시는 손 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자연이나 사물에서 순간 포착한 시적 영감을 그대로 사진으로 찍고, 문자로 표현하여 SNS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형식의 시이다. 이로써 디카시는 오늘날 SNS 시대의 새로운 시 장르로 각광 받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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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왕노 시인이 디카시를 모아 시집 <게릴라>를 펴냈다. |
| ⓒ 도서출판 디카시 |
김왕노 시인이 창작하며 실감한 디카시는 보고 읽는 형태의 시다. 보고 읽기 때문에 그만큼 촌철살인적이고, 일격필살처럼 마음을 탁 쳐오는 시가 바로 디카시라는 것이다.
간결함과 명징함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 하이쿠라면 디카시는 명징함에 덧보태 영상을 통해 감흥의 수축과 이완이 일어나는 시로, 즉각적이다. 동시다발의 즉 순간적이라는 말이다.
이런 디카시의 특성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디카와 인터넷 기능으로 순간 포착과 창작, 그리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으로 실현 가능하다.
김왕노 시인은 디카시는 부지런해야 하며 특히 발품으로 이루어지는 시라고 하였다. 내가 디카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내게 세상의 풍경이나 현상이 디카시를 선물해 준다고 했다. 무조건 찍는다 하여 디카시가 되지 않아 허탈한 경우가 많아 이것이 또한 디카시를 쓰는 묘미라 하였다.
김왕노 시인은 딸의 다리 수술로 여수에 있는 병원에 지난 해 한 달 가량 머물며 디카시를 쓰기 위해 많이 돌아다녔고 구암리에서 마주친 고양이와는 '직시'라는 디카시를 썼다.
길 위에서 모이를 쪼아 먹던 산비둘기를 찍고 나서는 어찌 위태롭다 싶어 밤새 불안했는데 아침에 가보니 로드킬 당해 있었다고 했다.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을 찍으며 길 위에서 식사라는 디카시를 쓸 수 있었는데, 다음 날엔 죽은 비둘기를 길 옆 푸른 대밭에 묻어주고 '구암리에서 조문'이라는 디카시를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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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왕노 시인이 쓴 디카시에 사용한 "길 위의 식사"(왼쪽)와 "구암리에서 조문"의 사진. |
| ⓒ 김왕노 |
단숨에 배부른 식사가 아니다.
고봉으로 차려진 식사가 아니다.
한 톨의 식사, 허기의 식사이다.
고개 숙인 공손한 식사이다.
로드 킬이 도사린 위험한 식사이다.
구암리에서 조문
길 위의 삶도 뼈를 비우고 날던 운명도 접었다.
푸르던 하늘도 재단해 잿빛 수의로 입었다.
잘 가라, 잔혹한 인간의 나라를 떠나 새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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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왕노 시인. |
| ⓒ 김왕노 |
또 그는 "모든 사람이 디카시를 읽고 시집이나 소설집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문학의 르네상스시대가 이 땅에 다시 돌아올 것이며 전문사진가가 아니지만 일상에서 묻어오는 풍경이나 광경을 빌려 시로 융합해 내는 그런 재미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을 찬찬히 읽고 아끼는 그런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김왕노 시인은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그리운 파란만장> 등을 펴냈고, 2003년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2006년 제7회 박인환 문학상, 2008년 제3회 지리산 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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