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들 "언제까지 OJT냐" 재선 이상은 이참에 '휴식 모드'
지난달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선출 문제가 제자리걸음이다.
원 구성을 못하면 국회의원 1년치 세비(1억3700여만원)를 삭감하라는 요구가 일찍부터 들끓고 있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면서 상임위조차 배정받지 못하고 있는 의원들 표정은 어떨까.
◆초선 의원 “일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원 구성이 언제쯤 마무리될 것 같습니까? 상임위가 정해져야 맘 잡고 일하지….”
지난 2일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참석차 국회 의원회관에 삼삼오오 모인 의원들이 넋두리를 쏟아냈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초선 의원들이 특히 답답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국회 사무처에서 국회도서관 이용법, 입법조사처 활용법 등 국회 시설에 대한 안내를 받으며 시간을 때워 왔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언제까지 ‘OJT(on-the-job training) 교육생’ 신분에 만족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새누리당 전희경(비례) 의원은 “아무리 수면 아래에서 발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도 국민들이 보기에 국회의원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질타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 홀로 바쁜 초선 의원들도 있다. 산업위를 희망하는 새누리당 김규환(비례) 의원은 “국회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상임위는 어디를 배정받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산업이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최근 며칠 밤을 지샜더니 코피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더민주 김정우(군포갑) 의원도 “원 구성이 아직 안 됐어도 당 민생 태스크포스(TF) 활동 때문에 매일 지역구와 여의도를 오가며 바쁘게 지낸다”고 전했다.
◆재선 이상은 조기 여름휴가 모드
반면 원 구성 지연을 틈타 이른 여름휴가를 떠난 의원도 적잖다고 한다. ‘느림보 원 구성’에 익숙한 재선 이상 의원들이었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개원 직후 가족과 일본 여행을 떠났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도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국회는 열려 있지만 갑자기 상임위 일정이 잡힐 염려가 없으니 이들에겐 일종의 ‘유급 휴가’인 셈이다.
개원 이후 국회 본청에서 만난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들이 “무슨 일로 왔느냐”는 물음에 느긋한 표정으로 “(국회 내) 이발소에서 머리나 깎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4·13 총선이 끝나고 좀 휴식을 취했어야 하는데, 5월 중순까지 임시국회 때문에 붙들려 있어야 했다”며 “6월은 원 구성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오히려 할 일이 없어서 이럴 때 쉬어 둬야 한다고 말하는 의원도 많다”고 말했다.
◆애먼 ‘백수’만 양산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애먼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안 될지 모르는데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줘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희망고문’ 사례가 의원회관에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구직을 희망하는 보좌진을 말한다. 이들은 상임위 배정 동향을 파악해 가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실제로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을 다녀 보면 한두 자리씩 보좌진이 공석인 곳이 많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이번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신청했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 상임위이다 보니 경쟁에서 밀릴 경우에 대비해 6급 정책비서 자리를 아예 비워 뒀다”고 말했다. 더민주 최명길(송파을) 의원도 “희망 상임위를 신청하고 관련한 현안을 검토하면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상임위가 되면 미리 뽑은 보좌진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한 대구 지역 의원실 보좌관은 “원내 2당이 되면서 일자리가 줄다 보니 보좌진 한 명 한 명을 상임위 배정에 따라 신중하게 뽑게 된다”며 “국회 홈페이지에 보좌진 채용 공고를 띄웠다간 낙선한 의원들의 ‘식구 챙기기’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에 알음알음 채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지상·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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