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한·미·일의 가장 심한 욕은?

김현기 2016. 6.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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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애매 화법’의 한국 1인자라면 일본 1인자는 단연 아베 신조 총리다. “지금 현재로선…” 같은 정치인 특유의 ‘조건부 어법’은 기본. 반 총장 저리 가라 할 ‘기름장어 화법’이 주특기다. 그런 아베 총리가 너무나 단호한 표현을 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딱 한 번 있다. 1년 반 전인 2014년 11월 18일 저녁.

관저 회견장에 선 아베 총리는 “원래 내년(2015년) 10월에 소비세를 8%에서 10%로 올리기로 약속했지만 연기하려 한다. 하지만 18개월 후(2017년 4월)에는 ‘반드시’ 올린다. 여러분께 분명히 ‘단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베는 1일 또다시 소비세 인상을 2년 반 연기했다. “지금까지의 약속과는 다른 새로운 판단”이란 알 듯 모를 듯한 이유를 댔다. 근데 ‘2년 반’ 뒤면 그가 퇴임한 후다. 코미디다. 더 웃기는 건 핵심 인사들이 군소리 없이 “넵. 알겠습니다”를 복창하고 있다는 사실. 아베가 용의주도하게 여권 지도부 인사들을 ‘마사지’해 두었기 때문이다. ‘네마와시(사전 정지작업)’가 ‘약속’보다 상위 가치인 일본식 ‘배려 문화’의 일단이다. 그들에게 가장 심한 욕은 “예의(배려심) 없는 놈”일 뿐이다.

한국은 어떨까. 반 총장 방한 당시 야당에서 나온 “노무현과의 의리를 지켜라”는 말에 답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에서 쪽박을 차면서도 손보려 했던 것도 ‘배신의 정치’였다. 반 총장이 방문한 하회마을의 상징, 류성룡 선생이 내세웠던 최고의 가치도 의리였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친구, 회사, 심지어 연예인 섭외에서도 으뜸 가치는 의리다.

한·일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미국인들의 가치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 1년 살아보니 예의는 없어도 별문제 없다. 배려심이나 의리 따윈 더더욱 없다. 다만 말을 뒤바꾸거나 정직하지 못한 건 견디지 못한다. 흥미로운 건 ‘막말 대장 트럼프’보다 ‘거짓말 대장 힐러리’에 대한 상대적 비호감이 더 크다는 사실(실은 트럼프도 거짓말을 많이 하지만 막말이 더 부각된다).

트럼프의 막말 100개보다 “(3만 개의 e메일이 있던) 내 개인 e메일 서버는 남편과 e메일을 주고받기 위한 것이었다(힐러리)→난 평생 단 두 통의 e메일밖에 쓴 적이 없다(빌 클린턴)”는 힐러리의 악의적 거짓말 1개에 더욱 분노한다는 말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욕이 “거짓말쟁이(liar)”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테드 크루즈를 ‘거짓말쟁이 테드(lyin’ Ted)’, 힐러리를 ‘부정직한 힐러리(Crooked Hillary)’라 명명해 공격하는 트럼프의 감각은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압권이다.

앞으로 5개월 남은 미 대선, 얼마나 더 심한 악취를 맡아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기는 미국. ‘기름장어 화법’ 같은 건 통하지 않는 진검승부의 전장이란 점이다. 그래서 더욱 박력도 있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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