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형 금융사 출신 챙기려다..시작부터 꼬인 '금감원 옴부즈만'

이태경 2016. 6. 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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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린 자리 전직 CEO들이 독차지'전에 있던 회사 민원은 못맡는다'규정 적용땐 전공 분야 담당 못 해1명서 3명으로 늘린 효과 없어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금융감독원은 1일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1명이던 옴부즈만을 3명으로 늘린다. 새로 위촉한 옴부즈만은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은행·카드·저축은행),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증권·펀드), 김병헌 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사장(보험 분야)이다. 기존의 학자 옴부즈만(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대신 현장을 잘 아는 현장 전문가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2년 동안 금융회사가 금감원으로부터 겪은 고충을 제3자의 입장에서 조사한 뒤 해결책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금감원으로부터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감독·검사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금융회사가 옴부즈만 홈페이지에 제기한 민원이 대상이다.

그런데 금감원의 의욕과는 달리 새로운 옴부즈만 제도를 대하는 금융권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금감원의 원칙 없는 제도 마련으로 전문성을 살린다는 애초의 목표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금감원이 옴부즈만의 객관성·중립성을 유지한다며 만든 ‘옴부즈만의 전·현직 직장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옴부즈만이 처리한다’는 규정이다. 이는 4월 새 옴부즈만 제도 초안과 내정자를 발표할 때 “특정 금융회사 출신이어서 공정한 민원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최종안에 추가한 대책이다.

당시 금융회사들이 가장 문제를 삼은 건 대우증권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의 옴부즈만 임명이었다. “제3자 입장에서 대우증권 민원을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더구나 하반기 미래에셋과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6조의 국내 1위 미래에셋대우증권이 탄생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과 김병헌 전 KB손보 사장에 대한 다른 은행·보험사의 걱정도 마찬가지다. 이러자 금감원이 부랴부랴 만든 보완책이 옴부즈만의 전·현직 직장 민원 처리를 금지한 이해상충 방지 규정이다.

그러나 급하게 만든 보완책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왔다. 보험전문가가 증권 민원, 증권전문가가 보험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모순이 생겼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의 민원은 민병덕 옴부즈만(은행 담당)과 김병헌 옴부즈만(보험 담당)이 처리해야 한다. 이해관계자인 황건호 옴부즈만(증권·펀드 담당)이 업무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KB손해보험의 민원이 들어오면 민병덕·김병헌 옴부즈만은 이해관계자로 분류돼 업무에서 빠지고 황건호 옴부즈만이 담당한다. 국민은행 민원은 황건호·김병헌 옴부즈만 둘이 처리해야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KB금융과 미래에셋·대우증권에서 “옴부즈만이 다른 분야의 민원을 처리하면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권 원로이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 대해 잘 알 것”이라는 논리를 댔다.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린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새 제도가 시작부터 꼬여버린 건 금감원이 옴부즈만을 자의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도 영입 과정이 불투명하면 금융회사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금감원이 이해 상충 문제를 막을 생각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업계·학계의 추천을 받는 방법으로 신중하게 옴부즈만을 선정했어야 했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외형 치장에 신경 쓰다가 논란을 자초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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