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감자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오마이뉴스전갑남 기자]
지난 3월 말경입니다. 우리는 강원도산 씨감자 두 박스를 심었습니다. 농협에 주문하였는데, 씨감자 품종은 수미라고 합니다. 또 아내 친구가 보내 준 자주색 감자도 함께 심었습니다.
애써 가꾸는 감자 농사
올핸 두둑을 높이고, 비닐을 씌웠어요. 씨눈이 있는 쪽을 조심스레 오리고, 눈쪽을 위로 하여 땅에 묻었습니다.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모든 정성을 다했지요.
아내는 감자 심을 때 나를 탓했습니다.
"이렇게 많이 심어 어따 쓸려고요? 싸디 싼 게 감자인데... 만날 감자만 먹남! 감잔 오래 두고 먹기도 쉽지 않더구먼."
나는 대꾸했습니다.
▲ 5월 말에 감자꽃이 흐드러지게 핀 우리 감자밭입니다. |
ⓒ 전갑남 |
아내는 이웃집 아저씨가 제초제 칠 때 내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제초제 쳐서 감자 먹으려는 것은 아니죠?"
"무슨 제초제야! 걱정 말라고! 난 괭이로 긁어 제압할 테니까."
농사일에 풀을 잡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제초제가 있어 한결 일이 쉬워지기는 했지만요.
풀 잡는 데 있어서 일일이 뽑는 게 가장 좋습니다. 어린 풀은 호미로 긁어버리는 것도 효과적이구요. 길게 자란 풀은 낫으로 베기도 하지만, 이는 임시변통입니다. 며칠 있으면 언제 베었나 할 정도로 자라나기 때문이죠. 밟아 뭉개는 것으로는 하나마나한 짓입니다.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은 짓밟아서는 제압할 수 없어요.
이른 아침, 나는 이슬 젖은 고랑을 하루에 두세 고랑씩 긁습니다. 괭이에 쓰러지고 뽑힌 잡초는 한낮이면 햇빛에 마릅니다. 고랑이 말끔해집니다. 한결 깨끗해진 밭을 보니 마음까지 개운하지요. 농부에게 이런 느낌은 작물에 대해 책임을 다한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입니다.
감자가 어느 정도 자라 무성해지면 고랑에 난 풀은 그늘에 가려 자라는 게 더디어집니다. 풀과의 전쟁은 끝이 나는 셈이지요.
5월 하순에 피는 감자꽃
5월 중순. 드디어 감자밭에서 감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척 반가웠어요. 감자꽃이 피면 흙이 벌어지며 밑이 굵어집니다.
▲ 감자꽃이 소담하게 예쁘게 피었습니다. |
ⓒ 전갑남 |
▲ 감자꽃. 보통 감자꽃은 흰색입니다. |
ⓒ 전갑남 |
▲ 자주색 감자는 자주색 감자꽃이 핍니다. |
ⓒ 전갑남 |
이웃집아저씨가 감자꽃을 죄다 따줍니다.
"요 녀석들 말이야, 아무 쓸모가 없어! 열매가 달려도 먹지도 못하고, 따주어야 밑이 실하다고!"
아내는 감자꽃을 그냥 놔두자고 합니다.
"밑이 드는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어요! 우린 소박한 감자꽃 구경하게요."
우리는 올해 감자꽃을 그냥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이웃집과 얼마나 차이가 나나 비교도 해보려합니다.
순박한 감자꽃에서 얻은 기쁨
엊그제 바깥사돈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감자 많이 자랐죠? 언제 캐죠?"
"6월 하순 경에 캘 참입니다. 감자 캘 때 거들어 주시게요?"
"그러기도 하지만, 내가 감자를 쓸 데가 있어서요."
"우리 감자 많은데, 맘껏 갔다 잡수셔요."
"그게 아니고요. 저희 성당 바자회 때 강화 감자를 가져가면 어떨까 해서요."
"우리 감자를요?"
우리 감자가 좋은 곳에 쓰일 줄이야! 좋은 땅에서 가꾼 감자를 성당 교우들과 나누고 싶은 바깥사돈 마음이 감자꽃처럼 소박합니다.
사돈은 하지 전후로 날을 잡아 감자를 캐자고 하네요. 감자 거둘 생각에 벌써 마음이 뿌듯합니다.
나는 사돈과의 전화 내용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 꽃이 핀 감자밭에서 아내가 망중한을 즐깁니다. |
ⓒ 전갑남 |
"당신은 작은 농부! 순박한 감자꽃을 닮았어요. 나도 감자꽃말처럼 당신을 잘 따를게요!"
나는 아내가 하는 말에 기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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