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재벌이야" 역할대행 부모 섭외해 결혼사기 친 30대 유부남
![[사진=김씨가 위조한 잔고증명서. 강남경찰서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5/25/joongang/20160525134503020ywer.jpg)
가짜 부모까지 섭외해 결혼 사기를 치면,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허위 문서를 작성해 자신이 재벌가 자손이라며 결혼 사기를 치고 억대 금품을 가로챈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의자는 알고보니 유부남에 무직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재벌가 회장의 혼외 외손자를 사칭하며 수백억대 자산가라고 속이고 결혼을 빙자해 예단 비용 등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35)씨를 구속했습니다. 김씨를 도와 가짜 재벌가 부모 역할을 한 또 다른 김모(59·여)씨와 이모(60)씨도 함께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학습지 방문 교사였던 김씨는 지난 2003년 외제차 동호회에서 다른 회원으로부터 요가강사 A(27·여)씨를 소개 받았습니다. 앞서 김씨는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외제차 동호회에서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했습니다.
이후 A씨와 만나는 과정에서 김씨의 거짓말은 겉잡을 수없이 커졌습니다. 김씨는 자신이 국내 유명 대기업 오너의 장인이자 유명 대부업체의 회장인 모 재벌의 혼외 외손자며, 물려받은 재산이 수백억원대라고 A씨를 속였습니다. 또 미국에서 태어나 국내 모 대학 의대를 졸업했고, 현재 대학병원 신경외과 의사로 재직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김씨의 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실제 재력가처럼 보이기 위해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가짜 부모를 섭외했습니다. 가짜 부모가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가족 내력에 대한 정보를 찾아 설명해주기도 했죠. 경찰 조사 결과 어머니 역할을 한 김씨는 한때 TV 단역배우로 활동했고, 체포되는 순간까지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기를 도우며 어머니 역할을 한 김씨는 80만원, 아버지를 맡은 이씨는 20만원을 수당으로 받았습니다.
또 잔고가 62만원인 통장 잔고증명서를 포토샵으로 교묘하게 위조해 잔고를 118억으로 만들고, 신혼살림을 차릴 아파트를 샀다며 청담동에 있는 40억원 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서도 위조해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김씨에게 속은 피해자 A씨는 김씨와 1년 6개월간 교제했고 피해자 가족들은 김씨의 가짜 부모와 상견례까지 마쳤습니다. 서울의 최고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로 하고, 청첩장까지 만들었죠. 그리고 김씨에게 1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등 예물과 예단비도 건네줬습니다.
그런데 김씨는 결혼을 2주 앞두고 갑자기 어머니가 위암 확진 진단을 받게 돼 급히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결혼식을 일방적으로 연기합니다. 이미 지인들에게 청첩장까지 돌린 A씨였지만, 김씨가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혼식을 미루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김씨를 의심하게 된 A씨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김씨의 범행은 드러나게 됩니다.
경찰 조사 결과 재력가라는 김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고, 실제로는 무직인데다 이미 2004년에 결혼을 해 자녀 1명을 두고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에도 피해자 측이 신혼집 마련 자금으로 5억원을 지원해준다고 하자, 그 돈을 받으려고 현장에 나왔다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며 부잣집을 자주 드나들었고, 자신도 그들처럼 생활해 보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됐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렌트 차량을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하고, 차량을 건네 주는 운전기사에게 자신을 도련님으로 부르도록 미리 지시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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