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의 시시각각] 대통령님, 이런 낙하산 내려주소서

이철호 2016. 5. 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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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코와 이나모리 보라구조조정은 돈보다 사람이다
이철호 논설실장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싸늘하다. 왜 이익은 사유화(私有化)하고 손실은 늘 사회화(社會化)하느냐고 묻고 있다. 잘나갈 때는 재벌과 귀족노조가 천문학적 이익을 자기들끼리 나눠먹고, 부실화될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빚잔치를 하기 때문이다. 해운·조선은 단골 환자다. 벌써 1980년대 중반 이후 네 번째 수술이다.

이번에도 혈세 7조~10조원을 쏟아부으며 ‘무늬만 구조조정’에 그칠 분위기다. 빅딜이나 귀족노조의 임금 삭감 등 근본적 수술은 손댈 조짐조차 없다. 정치적 책임 추궁이나 귀족노조의 폭동이 겁나기 때문이다. 이러니 세계 경제 반등을 기다리며 2~3년간 공적자금으로 임금을 대주는 게 구조조정으로 포장된다. 이런 수준이라면 구조조정이 아니라 불황기 일자리 대책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헛다리를 짚는 느낌이다. 대통령은 정부와 산업은행을 잘못 관리해 국영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망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대국민 사과는커녕 한국판 양적완화부터 주문하고 있다. 부디 박 대통령이 일본의 경험을 살펴봤으면 한다. 특히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행정개혁과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일본항공(JAL) 수술을 눈여겨보았으면 싶다. 모두 관료·농민·귀족노조의 이해관계가 얽힌 고난도 수술이었다. 또 하나, 총리들이 직접 수술을 집도하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적임자를 골라 전권을 맡긴 것이다.

나카소네는 도코 도시오(土光敏夫)를 선택했다. 80대 노인인 도코는 도시바 사장과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이 번 돈은 모두 기부하고 끝까지 20평짜리 목조 주택을 고집해 사회적 존경을 받았다. 당시 행정개혁의 결정적 장면은 추곡수매가 진통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나카소네 총리마저 “현실을 생각해 달라”고 압박하자 도코는 “괘씸하다”며 사표를 던졌다. 나카소네는 직접 도코의 집을 찾아가 좁은 다다미 방에 무릎 꿇고 정중하게 사표를 반려했다.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추곡 수매가는 그해 처음 동결됐고 나카소네는 참패 예상을 뒤집고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넘겼다.

2010년 하토야마 총리는 81세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에게 JAL의 수술을 맡겼다. 총리가 직접 교토로 날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모셔왔다. 당시 JAL은 1조원이 넘는 적자에다 상장까지 폐지돼 파산될 운명이었다. 마지못해 구원투수로 나선 이나모리는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겠다”며 “칼을 들었다면 과감하게 베겠다”고 선언했다. 그 무렵 JAL은 노조 천국이었다. 복수 귀족노조가 8개나 창궐해 관료 출신의 낙하산 경영진을 갖고 놀았다. 이나모리는 조종사 노조의 퇴직연금부터 30%나 깎아 버렸으며 직원 1만 명을 해고하고, 사업장의 30%를 폐쇄했다.

이나모리에게 성역은 없었다. JAL의 악성종양인 국내외 적자노선 45개를 없애 버렸다. 그때까지 시골 노선은 지역구 의원들의 압력에 폐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나모리의 칼질에 잘못 도전했다간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끝장날지 몰라 어떤 정치인도 덤비지 못했다. 이나모리는 약속대로 3년 만에 JAL을 흑자로 돌려세웠고, 10조원짜리 우량기업으로 주식을 재상장시켰다. “정면으로 문제의 본질과 맞서면 반드시 길이 열리더라.” 그가 JAL을 떠나면서 남긴 멋진 이별사다.

도코나 이나모리도 낙하산 인사다. 전문경영인 출신의 도코는 행정은 아는 게 없었다. 이동통신과 세라믹 전문가인 이나모리도 항공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구조조정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결국 구조조정도 돈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다. 박 대통령도 이런 ‘좋은 낙하산’을 찾아 삼고초려했으면 한다. 그게 귀족노조에게 고통을 분담시키고 국민 분노를 잠재우는 지름길이다. 축구의 히딩크 감독처럼 해외 전문가 수혈도 방법이다. 지금 영국·이스라엘은 중앙은행 총재마저 ‘좋은 낙하산’을 수입하는 시대다. 그동안 청와대도 박 대통령이 영어·프랑스어·중국어·스페인어까지 잘한다고 자랑하지 않았던가….

이철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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