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하이힐' 신은 그녀, 키가 커 보이네요
![프랑스 럭셔리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은 지난달 `7가지 컬러의 누드 컬렉션` 을 선보였다. 모든 여성들이 본인의 피부색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누드 톤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크리스찬 루부탱]](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5/06/joongang/20160506004003869jedk.jpg)


![누드 톤 하이힐을 신으면 다리가 길어보인다. 누드톤 구두를 즐겨 신는 배우 송혜교. [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5/06/joongang/20160506071603330ures.jpg)
![누드 톤 하이힐을 신으면 다리가 길어보인다. 누드톤 구두를 즐겨 신는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 [AP=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5/06/joongang/20160506071603935byzi.jpg)
| 누드 컬러 패션 바람
패션 세계에서 ‘누드(nude)’는 ‘살갗 색’을 말한다.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누드 메이크업’과 ‘누드 네일’, 속옷이 비치지 않는 ‘누드 브라’같이 제 살처럼 보이고 싶거나 단정하게 꾸미고 싶을 때 꼭 필요한 컬러다. 세상 사람들의 살갗 색이 똑같지 않듯 누드 컬러에도 여러 가지 톤이 있다.
다만, 서구 브랜드가 주도하는 패션 세계에서 아직까지 누드 컬러는 미색(米色·겉껍질만 벗겨낸 쌀 빛깔 같은 매우 엷은 노란색)이나 복숭앗빛이 감도는 연한 아이보리색으로 인식되고 있다. 백인 피부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디자이너들이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를 하면서 누드 컬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감각 있는 사람이라면 구비할만한 누드 컬러 패션 아이템과 스타일링 노하우를 소개한다.
“케이트는 구두가 한 켤레밖에 없나.”
2012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주말판에 실린 칼럼 제목이다. 영국 왕세손 윌리엄의 부인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결혼 후 1년간 공식 석상에 누드 컬러 펌프스(하이힐)만 줄곧 신고 나타나는 것을 지적한 글이었다. 실제로 왕세손비의 ‘누드 하이힐’ 사랑은 유별나다. 여왕 생일, 해외 국빈 방문 등 왕실 공식 일정은 물론 개인적 행사에서도 의상은 바뀌지만 구두는 한결같이 누드 하이힐인 경우가 많다. 누드 하이힐은 이전에도 패션 피플이라면 구비해야 할 필수 아이템이었지만 미들턴이 애용하면서부터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퍼진 패션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들턴이 즐겨 신는 누드 하이힐은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인 LK베네트의 ‘슬레지 플랫폼 펌프스’다. 색상은 ‘토프(taupe)’. 회갈색과 미색을 섞은 듯한 이 색은 미들턴의 피부색과 비슷해서 ‘누드 효과’를 톡톡히 낸다. 하지만 이런 색상이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들턴보다 피부색이 희거나 어두우면 구두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7가지 그림자
다양한 인종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고민에 응답한 이가 프랑스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53·사진)이다. 루부탱은 ‘누드=아이보리색=백인의 피부색’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 노력해 왔다. 빨간색 밑창으로 유명한 그의 구두는 한 켤레 가격이 100만 원대인 럭셔리 상품이다. 그는 2013년 5가지의 누드 컬러와 4가지 스타일로 ‘누드 컬렉션’을 선보였다. 명품 브랜드 중에서 여성의 살색이 다르다는 점에 진지하게 접근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패션업계에서 누드 컬러는 복숭앗빛이나 크림색, 핑크빛을 띠는 아이보리색 정도로 인식됐고 베이지, 모래, 캐러멜, 커피색은 누드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루부탱은 꾸준히 누드 컬렉션을 확장하고 있다. 2015년 새로운 2가지 피부색을 추가해 모두 7가지로 살색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올해는 여기에 앞코가 뾰족한 발레리나 플랫 슈즈를 추가했다. 살색은 밝기에 따라 7종류로 분류했고, 스타일은 10㎝ 하이힐부터 플랫 슈즈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가장 옅은 ‘포슬린(porcelain·도자기)’색부터 가장 짙은 ‘딥 초콜릿(deep chocolate·진한 초콜릿)’색까지 구비했다. 모든 여성들이 본인의 피부색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누드 톤을 찾을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루부탱은 "구두를 신었을 때 다리와의 경계가 거의 보이지 않게끔 누드의 느낌을 묘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다른 ‘살색’의 정의
살색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나라마다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표준 색상 기준에서 ‘살색’을 뺐다. 대신 우리가 살색으로 부르던 색은 ‘살구색’으로 바꿨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복숭아 빛 드레스를 입었을 때다. ‘은빛 장식과 플라워 모티브의 누드 톤 드레스’라는 디자이너의 설명이 진한 피부색의 영부인에게 적절했느냐를 둘러싸고 ‘누드 색깔 논쟁’이 일기도 했다.
루부탱은 누드 컬렉션 아이디어를 여행하면서 얻었다고 한다.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니 누드는 모든 나라에서 같은 색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 피부색을 말할 때 ‘누드’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그는 백인 위주의 ‘누드’ 색깔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많은 고객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루부탱은 “누드는 컬러가 아니라 컨셉”이라며 “자연스럽고 피부에 딱 맞는 색을 누드라고 한다면 지금까지는 너무나 많은 피부색을 외면해 왔다”고 말했다.
‘누드 컬렉션’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지만 비즈니스적으로도 똑똑한 선택으로 보인다. 다양한 피부색만큼 고객층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드 컬렉션’을 전시한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코리나 가드너 큐레이터는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누드 컬렉션은 고가품을 소비할 수 있는 패션 소비자들이 여러 대륙에 걸쳐 있고, 세계 경제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싼 가격 때문에 루부탱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겠지만, 트렌드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패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중저가 브랜드들이 누드 컬러를 대하는 태도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 스튜어트 와이츠먼은 ‘누디스트’라는 이름으로 컬렉션을 출시했고, 지미추·LK베네트 등도 다양한 누드 슈즈를 내놓고 있다.
파운데이션부터 속옷까지, 누드톤 맞춤 서비스
파운데이션이나 콤팩트 파우더 같은 색조화장품은 다양한 살색 톤으로 나온다. 국내에서는 두세 종류에 불과하지만 인구 구성이 다양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파운데이션 색깔이 10종류가 넘는 경우도 있다. 2014년 영국 런던에서는 유색 인종 여성을 위한 누드 속옷 브랜드 ‘누비아 스킨’이 론칭했다. 북아프리카인이나 흑인 등 피부색이 짙은 여성들이 피부색에 딱 맞는 속옷을 구하기 어렵다는데 착안했다. 누드 컬러 패션 아이템만을 모아 놓은 인터넷 쇼핑몰도 있다. ‘누드이보션(Nudevotion)’에서는 의류, 가방, 구두, 화장품 등 누드 컬러 제품을 일목요연하게 구매할 수 있다. 첫 화면에 있는 연한 베이지색과 짙은 갈색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면 같은 톤의 상품들을 한 번에 보여준다.
만능 컬러 누드, 스타일링 노하우
루부탱은 “모든 여성은 누드 슈즈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드 하이힐은 밥이나 빵 같은 주식(主食)이며, 트렌치 코트나 검정 재킷처럼 실용적이면서도 패셔너블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누드 컬러는 단순하면서 우아한 힘을 갖고 있다. 검은색만큼이나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기본 색상이다. 특히 누드 하이힐은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다리가 연장된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피겨선수가 스케이트 위로 살색 타이즈를 신는 것과 같다.
피부색과 하이힐 색상을 맞추는 건 할리우드 스타일리스트들과 패션 에디터들이 자주 사용하는 노하우다. 배우 송혜교, 빅토리아 베컴과 같이 체구가 작은 스타들은 누드 힐의 키높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미추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타마라 멜런은 누드 하이힐에 대해 “구두가 사라져 다리로 흡수된 느낌”이라며 “모던하게 느껴지는 색상인데다 어떤 옷차림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당시 지미추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구두 역시 누드 플랫폼 힐이었다고 한다. 어떤 디자인이나 어떤 색깔과도 잘 어울리는 것도 장점이다. 진지한 블랙 원피스, 가벼운 꽃무늬 프린트 원피스, 청바지나 나팔바지, 롱 드레스 등 모든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다. 여행이나 출장 갈 때, 신발을 여러 개 넣을 수 없다면 누드 컬러 슈즈 하나만 챙겨도 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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