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 흘렸던 땀, 드라마·영화 속 소금으로.. 연극인 출신 뜨는 스타, 뜬 스타

문수정 기자,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2016. 4. 5. 18: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연극배우들. ①황정민 ②김윤석 ③이승준 ④민성욱 ⑤백지원 ⑥김원해 ⑦진선규 ⑧유해진 ⑨정해균 ⑩김의성 ⑪최재웅 ⑫김민재 ⑬오달수 ⑭오지혜 ⑮이명행 (16)김선영 (17)박해수.

“저 배우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연기 되게 잘하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이런 감탄을 하게 되는 일이 있다. 연기파 무명 배우들은 대체 어디 숨어있다 나타나는 것일까.

한 캐스팅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기획사마다 프로필을 엄청나게 돌려요. 수많은 프로필에 먼지만 쌓여 있죠.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나요. 외모만으로는 경쟁이 안돼요. 오디션을 보는 것도 실력을 보려는 거죠. 요즘은 연극이나 소극장 뮤지컬을 보면서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해요. 숨은 인재들이 많거든요.”

시청률에 휘둘리는 드라마는 좀처럼 모험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연극배우들의 드라마 출연이 잦아졌다. 신인배우들로도 성공을 거둔 ‘응답하라 1988’ 이후 ‘신선한 인물’에 대한 시청자의 수요를 확인하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드라마 속 낯선 얼굴, 알고 보니 연극배우=최근 종영한 ‘육룡이 나르샤’에는 연극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들은 탄탄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방원(유아인)이 선죽교에서 정몽주(김의성)를 만나 ‘하여가’와 ‘단심가’를 주고받는 장면이 그랬다. 연극배우 출신 김의성은 정몽주 그 자체였다. 유아인과 김의성의 팽팽한 연기 대결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분이를 연기한 신세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정도전(김명민)과 남은(진선규)의 마지막 대화를 꼽았다.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이 옛일을 회상하며 서로를 떠나보내는 장면은 수많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유아인, 김명민 못잖게 인기를 끈 캐릭터들도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다. 길태미·길선미 1인 2역을 한 박혁권, ‘성니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이지란 역의 박해수, 이방원이 유일하게 의지했던 인물인 조영규 역의 민성욱 등 모두 연극무대에서 활약해 왔다.

이런 캐스팅은 평소 연극을 즐겨보는 신경수 PD의 안목 덕에 가능했다. 신 PD의 연극 관람은 취미이기도 하지만 일이기도 했다. 직접 연기력을 확인한 배우들을 종종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했고, 매번 성공적이었다.

최근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마다 연극배우들이 함께 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주연급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택이 아빠 최무성과 선우 엄마 김선영도 연극배우 출신이다. 김성균, 라미란도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시그널’에서 비리 형사 안치수 계장을 맡은 정해균과 ‘오대양’ 사건을 입에 달고 살았던 김계수 형사역의 김원해도 연극배우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김민재(한경사 역)와 최재웅(아가씨 역), ‘애인있어요’에서 인기를 끈 백지원(최진리 역)도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태양의 후예’ ‘막돼먹은 영애씨’ 등에 출연한 이승준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 왔다.

◇극단 출신 영화계 스타들=영화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중에는 연극배우 출신이 수두룩하다. ‘대배우’의 주연배우 오달수는 연희단거리패에서 잔뼈가 굵었다. 연극 ‘오구’에서는 대사도 없는 상주로 2시간 동안 서 있기도 하는 온갖 역할로 실력을 쌓아 충무로의 ‘천만요정’이 됐다. 색깔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윤제문도 오달수와 함께 극단 활동을 했다.

톱스타로 우뚝 솟은 연극배우 출신들도 즐비하다.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검사외전’ 등 잇따라 흥행대박을 터트린 황정민은 작곡가 김민기가 이끄는 극단 학전의 뮤지컬 ‘의형제’에서 활동했다. 설경구와 김윤석도 학전의 ‘지하철 1호선’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뽐내는 안내상 장현성도 학전 출신이다.

스크린을 누비는 ‘빛나는 조연’도 많다. ‘귀향’에서 위안부 출신 할머니 역을 맡은 손숙이야 말할 것도 없고 주인공 정민의 어머니로 나오는 오지혜는 원로배우 오현경의 딸로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연기력을 갈고닦았다. ‘타짜’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에서 애드리브를 살린 유해진은 극단에서 청소부터 하면서 연기를 배웠다. 감초 같은 조연 전문 이문식, 안석환, 박철민 등도 대학로가 고향이다.

문수정 기자,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