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가 쓰는 서스펜스적 만남

2016. 3. 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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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tellers, 우리를 홀린 이야기꾼 Ⅳ

웹툰 <인간의 숲>을 보면서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잠재된 잔인함을 이토록 잘 짚어내는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만난 웹툰 작가 황준호는 선한 눈매를 지닌 소년과도 같았다.

황준호
웹툰 작가
<악연>
<인간의 숲>
<미래소녀>

황준오 작가의 대표작 <인간의 숲>.

서정적인 그림과 달리 사회의 어두운 면에 일침을 가하는 <미래소녀>.

그림 실력이 덜 해도 괜찮을 장르를 찾다가 스릴러 만화를 그리게 됐다는 웹툰 작가 황준호. 뽀얀 피부에 선한 눈매를 가진 소년 같은 외모와 달리,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괴팍함과 잔인함을 파헤치는 남자다. 그의 대표작 <인간의 숲>은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을 모아놓은 수용소에 여자 주인공이 갇히게 되면서 겪는 심리 변화를 담은 작품. 이제 한국 스릴러 웹툰을 말하면서 그의 이름을 빼기 힘들어졌다.

시나리오는 얼마나 완성해 놓고 작업에 들어가나작품마다 다르다. <악연>과 <미래소녀>는 전체 스토리를 완성해 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인간의 숲>은 처음과 끝만 생각해 놓고 중간은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만화의 강점이라면 자유로운 매체라고 생각한다. 글과 그림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대신 두 가지를 적재적소에 쓰는 게 중요하다. 이미지와 글이 서로 겹치지 않게 스토리를 설명해야 한다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요즘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제작되는데 <악연>과 <인간의 숲>도 영화 판권을 계약했다. 하지만 다른 걸로 만들어질 걸 염두에 두고 작업하진 않는다. <인간의 숲>은 불과 6회 정도에 계약해서 이후에 망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컸다.

주간 연재는 스토리를 끊는 지점도 중요하겠다굉장히 중요하다. 그 지점은 감으로 잡는데, 이때다 싶을 때가 있다. 어떤 화는 50컷 정도 했는데 그런 지점이 나오고, 어떤 화는 100컷이 넘었는데도 끊을 지점이 안 나와서 힘들 때가 있다. 대부분 작품이 19세 등급으로 공개됐다. 더 많은 연령층에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는 않나 내가 어떤 만화를 그리는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맞춰서 작품 수위를 조절하지는 않는다. 사실 내 만화가 그렇게 사악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런데 <인간의 숲>을 연재할 때 살인자 캐릭터들이 의외로 인기가 많더라. 그때 걸러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의 댓글을 신경 쓰는 편인가 요즘엔 잘 안 본다.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그걸 콕 짚어서 왜 그렇게 했냐는 식의 댓글이 달리면 마음이 아프다. 차라리 욕을 하는 게 낫다.

스토리에 몰입해서 스스로 ‘이상해진’ 것 같다고 느낄 땐 없나 <인간의 숲>을 그릴 때 좀 그랬다. 리얼한 연출을 위해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사이코패스 한두 명 정도는 단련이 돼서 괜찮은데 <인간의 숲>은 그런 캐릭터가 너무 많으니까 머리가 아팠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기만의 방식이라면 예전에는 멋모르고 선동적인 만화를 그리려 했다. 지금은 이야기를 펼쳐두고 이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딴지’를 걸 뿐이다. 옳고 그름은 독자가 선택하라는 방식을 택했다. 함부로 결론을 짓는 건 창작자로서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다뤄보고 싶은 이야깃거리 동학농민운동을 모티프로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 현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 직접 말하면 사람들이 ‘빨갱이네, 좌파네’ 오해하기 때문에 과거사에 빗대 접근하려고 한다. 그러면 오히려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것 같다.

EDITOR 김보라

PHOTO getty images/multibits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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