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닫히는 지갑..소비심리 메르스 때 수준


향후 소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심리 지표가 내리막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로 전달(100)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된 지난해 6월(98)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향후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향후 경기전망CSI 역시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75를 기록해 2009년 3월(64) 이후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성제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가 이어졌다”며 “여기에 북한 관련 리스크까지 더해져 경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저하는 소비 부진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소비는 주춤거렸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은 전달대비 1% 줄었고, 12월은 0.1% 감소했다.
여기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 진작책이 지난해 말로 끝나면서 올해 초엔 소비가 급격히 주는 ‘소비 절벽’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올 1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12만3379대로 전달(20만457대)보다 38.5%나 줄었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장인들은 주머니 사정이 잘해야 현상 유지 수준이고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월세 등 주거비 부담도 높고 지갑이 점점 얇아지고 있어 가계 소비가 쉽게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부진 →소비심리 위축 →소비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우려되자 정부와 한은은 급히 대책을 내놨다. 한은은 이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연 0.5~0.75%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9조원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다시 내리고, 1분기 중 재정·정책금융을 21조5000억원 추가 집행키로 했다. 이런 ‘미니부양책’의 효과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대규모 내수 진작책을 내놓기도 어렵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올해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을 마구 풀기도 쉽지 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의료·관광과 같은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해 소비자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비심리를 개선할 구체적 대책도 필요하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불황이라고 느끼면 소비 회복이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소비 붐’을 조성해야 한다”며 “지난해 성과를 거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유통업체뿐 아니라 제조업체의 참여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김민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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