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원 '위안부 관련 조치' 한국대사관 요청에 그만뒀다
[경향신문] ㆍ“보편적 인권 강조하더니…한국 정부 방침 180도 바뀐 듯”
미국 공화당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실에서 올해 초 일본군 위안부 관련 조치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주미대사관의 요청으로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소식통은 지난달 말 로스-레티넨 의원과 의원실 관계자가 교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얘기를 털어놨다고 말했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뭘 좀 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 아쉬웠다’고 말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그 옆에 있던 의원실의 관계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갑자기 한국 대사관에서 연락해왔다. 앞으로는 이런 것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당황스러워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로스-레티넨 의원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회 소식통은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 후 미 의회를 상대로 한 한국 정부의 방침이 180도 바뀐 것 같다”며 “그동안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관계나 역사갈등 차원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에 미 의회 내에서 지지와 의회 차원의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일 합의를 이유로 이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강조해온 보편적 인권 얘기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방침이 그렇게 정해졌기 때문인지 한국 언론들도 더 이상 워싱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취재를 전혀 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일 합의 전까지 한국 정부는 마이크 혼다, 스티브 이스라엘 등 친한파 의원들을 통해 미 의회에서
위안부 관련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숨은 공신 역할을 해왔다.
워싱턴에 소재한 싱크탱크 아시아정책포인트의 민디 코틀러 사무국장은 “한·일 정부 간 합의 이후 한국 정부는 워싱턴 내의 싱크탱크나 단체들의 위안부 관련한 논의에 협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로스-레티넨 의원실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요청도 한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로스-레티넨 의원실은 경향신문의 문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한편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관계대학원(SAIS)의 한미연구소는 내달 1일 ‘끝나지 않은 사과: 일제의 전시하 아시아 성노예’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 학술대회는 한국을 제외한 인도네시아, 중국, 대만 등에서 자행된 일본군 위안부 실태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하지만 이 학술대회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SAIS 한미연구소에 한국 측의 재정 지원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힘 김미애, 장제원 겨냥 “누구든 돈과 권력으로 범죄 저질러선 안돼”
- ‘위헌’ 마은혁 미임명은 놔두고···문형배·이미선 후임 지명 요구한 여당
- “민중이 방심하면, 윤석열 같은 독버섯 생겨” 깨달음 얻었다는 소설가 현기영
- ‘서부지법 난입’ 혐의로 기소된 다큐 감독은 왜 무죄를 주장하나
- 윤건영 “검찰, 윤석열 구속취소 전후 문재인 전 대통령에 2차례 소환 요구”
- [속보]한화 김승연 회장, ㈜한화 지분 11.32% 세 아들 증여…경영승계 완료
- 이재명, 한덕수에 수차례 회동 제안…총리실 “경제·민생 우선” 답신 안 해
- [단독] 2년전 ‘판박이 산불’로 백서까지 내고도... 최악 산불 참사 못막았다
- 김수현 “미성년자 교제 아니었다”··· 김새론 유족·가세연에 120억 손배소
- [속보]강남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초품아’ 대단지로 다시 태어난다